국내 연구팀이 대장암 진단 후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비만도(BMI)를 높이면 사망 위험을 32%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암 환자가 체중을 늘리고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사망 위험을 32%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자체가 질환이면서 다른 질환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일부 질환엔 도움을 준다는 ‘비만의 역설’이 또 한번 확인된 셈이다.
2일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안중배·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박유량 연세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 공동 연구팀은 대장암 진단 후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비만도(BMI)를 높이면 사망 위험을 32%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MIR 공공보건 및 감시’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2010~2020년 4056명의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대장암 진단 후 ▲1년 차 ▲3년 차 ▲6년 차의 BMI와 근육량의 변화가 암 환자의 예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두 지표를 함께 고려해 감소·유지·증가 군으로 나눈 후 총 9개군의 사망 위험을 분석했다.
비만도와 근육량이 일정하게 유지된 군(생존 상대 위험도 1)을 기준으로 분석값을 확인한 결과 비만도와 근육량이 모두 증가한 군에서 상대적 사망위험이 32%(생존 상대 위험도 0.6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도와 근육량이 모두 감소한 군은 기준값과 비교해 상대적 사망위험이 73%(생존 상대 위험도 1.73) 높았다.
진단 후 3년차와 6년차의 비만도와 근육량의 변화추세도 진단 후 1년차의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즉 대장암 환자의 경우 체중을 증가시키고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안 교수는 “암 환자의 경우 체중이 감소하는 것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것이 중요하며 근육량도 빠지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기대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비만의 역설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뚱뚱한 사람일수록 암 수술 후 생존율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비만 환자는 암 수술 후 사망위험이 정상체중 환자보다 31% 낮게 평가됐고 저체중 환자에 비해 6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카이스트 연구팀은 비만이 성병을 일으키는 2형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2형 헤르페스는 주로 성기를 통해 전파되는 성병이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 이외에도 관상동맥질환과 만성폐쇄성 폐 질환, 만성신부전 등에서 수술할 경우 비만 환자의 예후가 더 양호하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