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엄마 껌딱지된 아이, 재접근기 시기와 극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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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엄마 저리 가!”, 어떤 날은 “엄마 가지 마!” 밀당의 고수처럼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는 아이. 왜 이럴까? 독립적으로 놀이하던 아이가 갑자기 엄마 껌딱지가 되는 이유도 재접근기와 연관 지어 살펴볼 수 있다.

이중적인 마음이 공존하는 재접근기
미국의 대상관계 이론가인 마거릿 말러는 분리개별화 이론을 통해 생후 16~24개월을 ‘재접근기’ 단계라고 정의했다. 말 그대로 아이가 엄마에게 다시 접근하는 시기로,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엄마로부터 독립해도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엄마와의 애착을 다시 형성하는 것이다.
생후 6개월까지 엄마와 정서적 애착을 쌓아온 아이는 세상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낯선 사람을 만나면 불안해하지만 걸음마를 익히고 행동반경이 커지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 데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다. 막 걸음마를 뗀 아이가 밖에만 나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돌아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생후 16~24개월경 아이는 자신과 엄마가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충만했던 자신감은 사라지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느낀다. 이 무렵 아이는 엄마에게 머물고 싶지만 한편으론 독립하고 싶은 복합적인 상태가 된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분리 불안을 재경험하는 단계가 바로 재접근기다.

의존과 독립 사이의 갈등
재접근기에 접어든 아이는 ‘엄마 따라다니기’ ‘달아나기’ ‘아니야’를 무한 반복하는데 이는 운동 및 언어 능력 발달과 관계가 깊다. 아이는 걸음마를 통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탐험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좌절을 경험하고 자기 능력의 한계를 깨달으며 자신감을 점차 상실하기 때문에 짜증을 내거나 엄마를 조르는 행동을 보이곤 한다. 흔히 마의 18개월이라며, 육아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육아 암흑기가 바로 재접근기인 것이다.
이때는 엄마와 신체를 접촉하려 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하는 등 의존과 독립에 대한 욕구를 동시에 표현하는데, 이렇게 두 욕구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인형이나 젖꼭지 같은 ‘중간 대상’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항상 엄마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엄마는 늘 곁에 있고 욕구를 충족해주는 존재가 아님을 깨달으며 무조건 거부하는 행동도 보인다.

지속적인 정서적 지원이 필요
불같이 뜨거운 사춘기를 경험한 사람도 있고 스치듯 지나간 사람도 있듯 재접근기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경우든 필요한 것은 부모의 지속적인 정서적 지원이다. 재접근기가 끝날 무렵 아이는 엄마와의 최적의 거리를 발견하고 주변 사람을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규칙을 마련한다. 엄마에 대한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통합하는 것, 즉 욕구를 충족시키면 ‘좋은 엄마’, 그렇지 않으면 ‘나쁜 엄마’로 이분화해서 해석하지 않는 것이 이 시기의 발달 과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떼쓰거나 의존하는 행동은 줄어들고 자신의 일에 좀 더 집중하고 엄마를 어느 정도 ‘무시’하며 혼자서 놀 수 있게 된다. 마거릿 말러에 따르면 생후 25~36개월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안정적으로 인식하고 개별성을 확립하며, 사람의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통합할 줄 아는 대상항상성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 시기를 부모가 잘 대처하지 못하면 아이는 계속 엄마가 옆에 없는 것을 불안해하고, 자신의 욕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나쁜 엄마’로 여기게 된다.

효과적인 재접근기 극복법
1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기
재접근기에는 아이 마음에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창 떼가 늘어난 아이에게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 왜 화가 났는지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단, 다른 친구의 물건을 빼앗거나 누군가를 때리는 등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아이는 아직 위험한 것, 하면 안 되는 행동을 잘 모른다. 따라서 잘못된 행동을 보일 땐 아이와 눈을 맞추고 단호하게 제한한 다음 옳은 행동을 알려준다.

2 아빠 육아는 필수
대근육 활동을 좋아하므로 외출할 때 유모차를 태우는 대신 공원에서 걷게 하고, 놀이터에서 낮은 미끄럼틀을 타게 도와주며, 공놀이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위험하거나 더럽다고 무조건 말리지 말고 꽃과 나무를 만져보게 하는 등 세상을 탐색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이 ‘아빠 육아’다. 엄마 껌딱지가 된 아이는 아빠에게 가지 않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아빠는 자연스럽게 함께해야 한다. 아빠가 제3자 입장에서 정서적으로 관여하면 둘 사이의 분리를 촉진할 수 있다.

2023년 앙쥬 4월호
기획·글 앙쥬 편집부 담당 에디터 곽유주(프리랜서) 내용·사진출처 앙쥬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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