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년째 유튜버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10년, 15년 후에도 ‘유튜버’라는 직업이 있을까? 당연히 없을 것이다. 한치의 예상도 안되는 세상에서 콘텐츠로, 유튜브로 먹고 사는 것은 늘 불안하다.
물론 회사에 다닌다고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거의 가장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기업에 다녔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목숨이 간당간당하게 겨우 정년을 향해가는 어른들을 많이 보았다. 앞으로는 기업에서 그 치사한 정년마저도 쉽지 않으리라.
그래서 나는 회사를 박차고 뛰어나왔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선 목표를 세우기가 쉽지 않다. 유튜브가 언제 갑자기 페이스북처럼 폭망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언젠가 슈카 같은 최고의 유튜버가 될거야’라는 목표는 허망하다. 실버버튼, 골드버튼이라는 목표도 궁극적이지는 않다. 나는 늘 마음 한켠에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천 번의 흔들림 속에 나는 겨우 일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직업’이 아니라 능력에 배팅해야 한다
나의 경우 시간이 지나도 팔아먹을 수 있는 능력은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해주는 능력, 지식을 상품화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한계도 명확히 알고 있다. 일찍이 나는 한국어에 비교 우위가 높아서 다른 나라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시대가 바뀌고 다른 환경이 도래해도 내가 팔 수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정의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2. 다양하게 씨를 뿌려야 한다
나는 원체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게 나오면 써보고 체험해보고 괜찮으면 한쪽 다리를 담가보는 식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그동안 새로운 유튜브 채널도 찔끔, 출판도 찔끔, 웹소설도 찔끔 다 벌여놨다. 어차피 불확실한 세상이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다면 다 조금씩 빠르게 덤벼보고 잘될 떡잎에 투자하는 게 이 시대에 적절한 생존 방법이 아닐까?
3.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믿을 것
수입이 불안정하고 하향세로 돌아서면 나는 구직사이트를 열고 내가 어디에 지원할 수 있을지 살펴보곤 했다.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회사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항상 꾹 참고 묵묵히 하던 일을 하며 버틴 시간은 새로운 기회를 물어다 주었다. 부침을 겪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 일’은 오래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수명이 길어진 탓에 가능한 오래 ‘일’해야 한다. 영앤리치가 되기에는 놀기만 해야할 세월이 너무 길다. 오래오래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최고가 되겠다는 투지를 불태우진 않겠지만, 오래 두드리고 벼리고 촉을 잘 살려서 백 살까지 능력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불안함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 자유를 위해
기꺼이 불안함을 감수할 테다”
유튜버, 창업가, 작가, 영상기획자…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10년차 프리랜서
이찌라의 회사밖 생존기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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