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는 콧속의 점액과 코털이 잡아낸 공기 중의 먼지, 세균 등과 섞여 만들어진 이물질이다. 간혹 사람들은 콧속의 이물감을 해소하기 위해 맨손으로 코를 판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병을 부르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더러운 손으로 코를 파는 행동에는 어떤 위험이 따를까.
코를 자주 후비면 여러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콧속에는 식중독 원인균이기도 한 황색포도상구균이 있다. 만약 코 내부 점막에 상처가 생기면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돼 코안에 농양이 생길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폐렴구균 감염 위험도 커진다. 폐렴구균은 영·유아에게 수막염이나 중이염, 패혈증, 성인에게는 폐렴을 유발한다. 이외에도 코딱지를 제거하기 위해 코를 자주 파면 오히려 딱지가 더 많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코딱지를 줄이려면 콧속 점막 부분에 바셀린이나 파라핀 성분 연고를 얇게 바르는 게 도움이 된다. 코딱지는 코 내부 건조한 환경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바셀린, 연고를 바를 때는 손을 깨끗이 씻은 후 새끼손가락에 묻혀 넓게 펴 바르면 된다. 또는 면봉에 묻혀 콧구멍 입구 안쪽에 바른 뒤 손으로 양 콧방울을 눌러 바셀린이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코딱지를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염수로 코딱지를 불려서 제거하는 것이다. 혹은 코로 물을 살짝 빨아들였다가 다시 배출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코딱지가 물에 젖어 부드러워지고 쉽게 떨어질 수 있다. 손을 사용해 긁다가 점막에 상처가 나거나 감염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줄어든다.
녹색을 띠는 마른 코딱지가 자주 생긴다면 위축성 비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는 코점막이 메마르면서 위축되는 질환이다. 위축성 비염에 걸리면 콧물이 없어도 코에서 악취가 나거나 녹색의 마른 코딱지가 생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원인은 비타민A나 철분 부족, 노화, 외부 자극으로 인한 콧속 점막 손상 때문이다. 증상 완화를 위해선 따뜻한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고 비타민A와 철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한편 대다수 사람은 코딱지를 더럽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코를 후비는 행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여러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코딱지를 먹으면 인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캐나다 서스캐치원대학 생화학과 스콧 네퍼 교수는 2013년 ‘코딱지가 면역력에 좋다’는 가설을 세우고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코딱지를 먹은 팀이 병치레가 덜 하고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코딱지가 죽은 병균 덩어리를 뭉쳐놔 천연 백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2016년 독일 튀빙겐대 연구팀도 코딱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콧속에서 항생 물질을 찾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의 콧속에는 약 90개의 세균이 살고 있다. 연구팀은 이 중 세균 활동을 억제하는 항생물질인 ‘루그더닌’을 발견했다. 루그더닌은 웬만한 항생제에도 끄덕 안 하는 황색포도상구균까지 억제할 정도로 강력한 살균효과를 나타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지에도 실렸다.
반대로 코 파는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 그리피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코 파는 행동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폐렴, 인후통, 귀 감염, 부비동염(축농증)을 일으키는 세균인 클라미디아 폐렴균을 쥐의 후각관에 노출시켰다. 쥐는 인간과 비슷한 후각 체계를 가지고 있다.
연구 결과, 실험쥐의 후각 신경에 주입된 클라미디아 폐렴균은 72시간 이내 뇌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테리아가 신체의 중추 신경계에 대한 최종 면역 방어인 혈액뇌관문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감염된 쥐들은 28일 이내 뇌에 손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런 뇌 손상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병과 함께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