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S] “나이 들었다고 췌장암 수술 겁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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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이어도 췌장암 수술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췌장암은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종으로 꼽힌다. 고령자의 경우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가 많고 의료진도 수술을 쉽게 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2019년 국내 암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는 8099명이었는데 췌장암 수술 환자는 666명(8.2%)에 그친다. 80세 이상 고령자만 놓고 보면 환자의 수술 비중은 1.4%(1727명 중 24명 수술)로 더욱 떨어진다.

췌장은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어 치료약물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울뿐더러 조기 진단도 쉽지 않아서다. 췌장의 두부에 생기는 암을 치료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과 더불어 십이지장, 담도, 담낭 등을 복합적으로 절제하고 연결 과정도 복잡해 외과 수술영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수술에 해당한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은 최대 40%에 이르고 수술 중 췌장에서 누출(누공)이 생기거나 혈관이 파열될 경우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해 의료진의 부담도 큰 편이다.

하지만 최근 고령자라 하더라도 치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상현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정혜정 임상강사 연구팀은 호주외과학지(ANZ journal of surgery) 최근호에서 ‘체력 조건이 뒷받침된다면 나이 때문에 수술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결과를 담은 연구를 발표했다. 2009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0년 동안 췌장 두부에 생긴 암으로 췌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연구 기간 내 췌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80세 미만인 환자(642명)와 80세 이상 환자(24명)로 나누고 전반적인 건강상태(ASA score)와 심뇌혈관, 심폐질환 등 수술 관련 조건을 토대로 두 집단을 균질하게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 예후를 비교했다.

80대 미만 환자의 평균 재원 일수는 12.6일로 80대 이상 13.7일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합병증 발병률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율 역시 80대 미만 18개월, 80세 이상 16개월로 집계됐고 무진행 생존기간도 11개월 대 8개월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80대 이상 환자 6명의 경우 수술 후 24개월 이상 장기 생존한 사례도 있었다.

신 교수는 “췌장암에서도 건강상의 다른 요인 없이 단순히 나이만 갖고 수술이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아직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기대 여명을 늘릴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환자에게 선택할 권리를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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