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군중은 자유롭다는 느낌 속에서 자신을 착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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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와 방황하던 저자는 홈스쿨링을 빙자해 방구석에 틀어박혀 끊임없이 책만 읽었다. 2017년부터 3년간 독파한 책의 목록이 무려 505권이고 그것도 하나같이 꽤 묵직한 내용의 책들이다. 그 독서의 힘으로 그는 불안과 좌절로 점철되었던 인생에서 분명한 ‘답’을 얻었으며, 미국의 명문 리버럴 아츠 컬리지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현재 미국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에게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사고의 체계를 구축시켜주었던 책들을 다시 펼쳐 든다.

이 주체, 21세기의 새로운 세대는 서로를 이방인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로를 사회적 책임을 분담하는 동료 시민이 아닌 경쟁자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만남은 “단 한 번으로 그치는 ‘다음 편에 계속’되지는 않는 이야기, 미처 끝내지 못해서 다음번으로 미루는 법 없이 이야기가 시작된 바로 그 현장에서 지체 없이 완결되는 이야기”로 종결되며 불확실한 현실을 장악할 시도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대 없는 개인의 힘은 결코 현실을 바꿀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 p.4, 「프롤로그」 중에서

이러한 영웅에 대한 맹종은 순응적인 아이의 태도를 유지시켜 인간을 질문 없는 답에 길들여지도록 만듭니다. 19세기 독일의 교육학자이자 정치가인 빌헬름 훔볼트는 무엇이든지 인간의 자유스러운 선택에서 나오지 않는 것, 단지 지시와 지도의 결과인 것은 인간의 존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정해진 답, 예컨대 지시와 지도를 통해 받아들인 것들을 사람들은 결코 진정한 열정을 갖고 수행하지 않습니다. 단지 정확하게 기계적으로만 이행할 뿐인 것들은 본성에 항상 이질적인 것으로 남게 됩니다. – p.38, 「영웅」 중에서

이처럼 삐뚤어진 판에서 성공을 이룬 일부 군중은 대중을 멍청이라고 일관하며 자신은 그들에게서 제외시킵니다. 심지어 자신을 냉철한 합리적 사고의 소유자라고까지 생각합니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의 철학자 헨리 소로의 말처럼 인류 문명의 발전이 느린 진짜 이유는 그 소수의 성공한 군중마저도 다수의 대중보다 실질적으로 더 현명하거나 더 훌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p.62, 「능력주의」 중에서

인간은 타인에게서뿐만 아니라 자신에게서조차 착취당하는 존재입니다. 군중은 자유롭다는 느낌 속에서 자신을 착취합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착취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자발적으로 착취합니다. – p.64, 「욕망」 중에서

어린아이들은 결과에 대한 칭찬 혹은 ‘똑똑하다’라는 부류의 칭찬만으로 격려되면 오히려 자만심에 빠져 노력을 소홀히 하기 쉽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완벽주의에 빠져 우울증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그들의 결과에 대한 ‘과정’인 ‘노력’이 칭찬받으면 대다수 학생은 계속해서 더 노력하려고 하고 더 나은 성과를 냅니다. 하지만 평균에 매몰된 교육은 이러한 과정을 칭찬하기보다는 결과에 집중함으로써 학생들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합니다. – p.89, 「환원주의」 중에서

그리고 이러한 세계를 나타나게 만든 우연의 연속, 인간이라는 정신이 나타나게 만든 우연과 노력의 연속은 결코 미시적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시세계의 법칙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물리학이 고전 법칙에 정체되지 않고 불확실성의 양자 세계와 관측 불가능한 공간을 탐구하듯이 우리는 선과 악, 이상과 현실이라는 이원론적 세계에 정체되지 않고 그것 너머의 세계를 탐구해야 합니다. 또한 우주의 법칙을 알아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우주의 법칙에 따라 우주를 만들고 작동하게 만드는 힘에 대하여 질문하는 과학자들처럼 인간의 작동 원리를 알아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 원리에 따라 인간을 작동하게 만드는 힘에 대하여 질문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의 객체인 동시에 앎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 p.173, 「연대」 중에서

우상파괴 | 윤동준 지음 | 파람북 | 197쪽 | 1만6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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