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특이한 라면’ 끓여 내놨다가 대박 난 알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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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피시방 자료 사진. / 뉴스1

언제 잘릴지 모를 파리 목숨이던 피시방에서 본업 대신 라면 부업으로 인생 역전 스토리를 쓴 대학생이 뒤늦게 화제다.

2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에 올라왔던 사연이 최근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피시방 아르바이트 자리가 여자는 프리패스고 남자는 학점, 토익, 인·적성 다 빡빡히 체크하던 시절. 복학생 A(남)씨는 2명을 뽑는 학교 근처 피시방 알바에 2명의 여성 지원자와 함께 맨 꼴찌로 붙었다. 누가 봐도 스페어용(대비용)이었다.

A씨가 보기에 입구에 여자 알바가 앉아 있으니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피시방은 입구가 두 개라 남자 알바인 자기가 설 곳이 없음을 직감했다.

뉴스1

자구책으로 주방으로 옮기길 자청해 일한 지 보름 남짓 됐을 때 ‘야간 알바가 한 명 그만둬 하루만 봐달라’는 사장님 부탁에 A씨가 긴급 투입됐다.

야간엔 손님이 주간보다 적고 출출하기도 한 A씨는 문득 사장님이 챙겨 주신 라면 3개가 생각났다.

그는 내친 김에 쿠지라이식 라면을 제멋대로 끓였다. 쿠지라이식 라면은 일본 만화 ‘플루토’의 주인공 쿠지라이가 만든 라면인데, ‘짜파구리’ 이후 가장 완벽한 레시피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다 죽어가는 라면 맛도 살려낸다는 심폐소생술 라면 레시피로 불린다.

사연자가 끓인 쿠지라이식 라면. / 루리웹

프라이팬에 물을 자작하게 끓여서 꼬들꼬들해진 면에 스프를 풀고 달걀까지 반숙으로 익힌 라면.

야밤에 식욕을 돋우는 냄새에 손님들이 앞다퉈 라면을 주문했다. 끓이기 귀찮은 A씨가 “컵라면 가져가서 정수기 물로 드시고 후불 체크하시면 된다”고 얘기했지만, 한 중년 손님이 “학생 먹는 거랑 똑같은 거”라며 역정을 냈다.

마지못해 자기가 먹으려던 쿠지라이식 라면을 그 손님에게 갖다 바쳤다. 3000원을 불렀다.

그릇에 담긴 라면을 위풍당당하게 들고 오는 아저씨를 본 옆자리 아저씨들이 자기들도 3000원짜리 라면 먹겠다고 주문 3개가 더 들어왔다. A씨는 그날 밤 쿠지라이 라면을 8개 끓여야 했다.

퇴근하고 다음 날 밤에 쉬고 있었는데 사장님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한데 3000원 라면 어떻게 끓이냐?”

한 번 맛을 본 손님들의 쿠지라이 라면 주문이 쇄도한 것이었다.

쿠지라이식 라면이라고 하면 오타쿠(특정 취미에 열중한 사람) 같아서 A씨는대충 볶음 라면이라고 알려주며 조리 방법을 전화로 설명드렸다.

쿠지라이식 라면 조리. / 유튜브 채널 ‘하루한끼’

그러자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야 다음 달 너 꽂아줄 테니까 와서 끓여줘”

그렇게 알바 고정을 약속받고 피시방으로 출근해 그날 밤 라면만 12개 끓이고 다시 퇴근했다.

한 달 지나고 A씨는 약속대로 피시방 6개월 알바로 꽂혔고, 쿠지라이식 라면은 볶음 라면이란 이름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밀려드는 주문으로 사장님은 마냥 행복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A씨는 하루종일 라면만 끓이고 볶는데 신물이 나서 라면 기피증이 생겼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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