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기가 되면 으레 챙겨서 먹는 음식이 있다. 우리의 경우 설날에는 떡국을, 추석에는 송편을 먹는다. 서양의 가장 큰 기념일로 꼽히는 크리스마스는 어떨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성탄절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한 해를 돌아보는 자리로, 친지나 친구들과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모두가 모여 함께 먹고 마시는 음식은 국가마다 다른데, 지금부터는 세계 곳곳에서 성탄절 하면 떠올리는 음식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프랑스 ‘부쉬 드 노엘, 뱅쇼’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 저녁, 뱅쇼와 통나무 모양의 전통 케이크인 부쉬 드 노엘을 곁들여 먹는다. 뱅쇼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음식으로, ‘따뜻한 와인’을 뜻한다. 적포도주에 레몬, 오렌지, 계피, 설탕, 꿀 등을 넣고 끓인 음료다. 와인을 오래 끓여 대부분의 알코올이 날아간 상태이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부쉬 드 노엘은 프랑스식 성탄절 케이크로, 겉모양을 통나무처럼 꾸민 형태의 케이크를 폭넓게 뜻한다.
미국 ‘에그노그, 칠면조 요리’
북미 지역에서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지닌 음료인 ‘에그노그’를 성탄절에 주로 마신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부터 연말 사이에 에그노그를 즐겨 마시며,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많이 소비한다. 차게 마셔도 좋고 따뜻하게도 많이들 즐기는 음료다. 칠면조 구이 또한 이 시즌에 많은 이들이 찾는 요리다. 북미 최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대표하는 요리가 바로 칠면조 구이인데, 추수감사절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즐겨 먹는 요리다.
영국 ‘민스파이’
‘민스파이’는 영국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고기나 과일 등을 다져서 넣은 파이로, ‘민스’는 말 그대로 ‘다져진 음식’을 뜻한다. 민스파이의 유래는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십자군들이 중동에서 돌아오며 가지고 온 음식이 영국에서 민스파이로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설, 드라마, 영화 등 영국에서 제작된 많은 콘텐츠가 민스파이에 대한 묘사를 다루고 있다. 민스파이는 영국인들의 보편적인 음식이자 크리스마스의 대표적인 명절 음식이다.
독일 ‘슈톨렌, 렙쿠헨’
독일인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꼭 하나씩 챙기는 것이 바로 ‘슈톨렌’과 ‘렙쿠헨’이다. 슈톨렌은 건포도, 설탕에 절인 과일, 과일 껍질, 아몬드, 계피 등의 향신료를 넣고 구운 다음, 버터를 바르고 슈거 파우더를 뿌린 독일식 케이크다. 여러 재료가 어우러져 향긋하면서도 고소하고 또 달콤한 맛을 내는 케이크로 완성된다. 렙쿠헨은 다양한 견과류와 생강, 계피 등이 들어간 독일식 진저브레드다.
이탈리아 ‘파네토네’
‘파네토네’는 이탈리아에서 즐겨 먹는 빵의 일종이다. 대개는 신년이나 크리스마스 때 주로 소비된다. 둥근 지붕 모양을 하고 있는데, 둥근 기둥으로 틀을 만든 다음에 길이를 15㎝ 내외로 만든다. 파네토네종이라 불리는 천연 효모를 사용해 장기간 숙성시켜 활용하기에 장기 보관이 가능한 빵이기도 하다. 파네토네 발효종에 따라 빵의 맛이 크게 달라지는데, 이탈리아 정부는 파네토네종의 해외 유출을 법적으로 금지하기에 현지가 아니면 제맛을 느끼기 힘들다.
노르웨이 ‘레프세’
‘레프세’는 말랑말랑한 식감의 노르웨이 전통 빵이다. 감자, 우유 혹은 크림과 밀가루로 만들며, 평평한 모양으로 석쇠에 구워 완성한다. 가장 일반적인 소비 방법은 버터와 설탕을 레프세에 추가해 돌돌 말아서 먹는 것이다. 계피를 넣거나 젤리, 월귤나무 열매를 위에 펴서 먹기도 한다. 많은 스칸디나비아계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모여서 레프세를 스칸디나비아의 별식인 루테피스크와 함께 먹는다.
스페인 ‘바칼라오’
바칼라오 요리는 스페인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꼽힌다. 대구를 소금에 절여 말린 요리로, 전통적으로 가톨릭에서 정한 금육의 시기에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저장이 용이하며 가격이 저렴해 접근성이 높은 음식으로, 마늘, 고추, 병아리콩과 함께 올리브 오일에 푹 조린 ‘바칼라오 알 필필’, 토마토와 양파, 올리브 등으로 만든 일종의 샐러드인 ‘에스퀘이사다 바칼라오’ 등이 유명하다.
필리핀 ‘비빙카’
필리핀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9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100일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하는 국가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필리핀의 대표 간식으로는 ‘비빙카’가 꼽힌다. 쌀가루에 코코넛 우유와 달콤한 설탕을 넣고 구운 일종의 쌀빵이다. 각자 취향에 따라 하얀 치즈를 올려서 먹기도 하며, 설탕이나 버터와 함께 풍미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호주, 뉴질랜드 ‘파블로바’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파블로바’를 성탄절 시즌에 챙겨서 먹는다. 파블로바는 발레리나인 안나 파블로바의 이름을 딴 머랭 기반 양과자다. 1920년대에 안나 파블로바가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했을 때, 그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만들어진 음식이라 알려져 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케이크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크림과 과일을 보통 토핑해 완성한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의 국민 음식으로 꼽히며,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많이 소비된다.
스웨덴 ‘율보드, 율무스트’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에서는 뷔페식 크리스마스 정찬인 ‘율보드’를 즐겨 먹는다.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식당들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본래 제공하던 메뉴 대신 율보드를 내놓을 정도다. 율보드는 청어, 돼지고기, 빵, 샐러드, 감자, 연어, 미트볼, 쿠키 등 다양한 음식을 긴 테이블이 차려놓고 골라서 먹는 형태의 정찬 메뉴다. 알코올을 빼고 홉과 맥아만으로 만든 ‘율무스트’도 스웨덴의 대표 크리스마스 메뉴로 꼽힌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