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SK플라즈마, 인니 진출 경쟁 불붙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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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혈액제제 제조 쌍두마차인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가 인도네시아(인니)에 혈액제제 생산기지를 마련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와 오세아니아로 혈액제제 의약품의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첫 삽을 뜬 건 GC녹십자다. GC녹십자는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자바베카 산업단지(Jababeka Industrial Estate)에서 혈액제제 플랜트 착공식을 진행했다. 신규 공장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35km 떨어져 있으며 대지면적 4만㎡ 위에 세워진다. 연간 최대 40만 리터의 원료 혈장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GC녹십자는 지난 6월 인도네시아 보건복지부로부터 혈액제제 플랜트 건설과 기술이전 관련 사업권을 승인 받았고 인도네시아 적십자·제약사와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GC녹십자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기업 최초로 혈액제제 플랜트를 태국에 수출했고 중국,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에 공장을 건설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SK플라즈마는 지난 10월 인도네시아에 혈액제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국부펀드(INA, Indonesia Investment Authority)와 프로젝트 방향 및 주요거래조건에 대한 합의서(Term Sheet, 텀시트)를 체결했다. SK플라즈마가 인니 혈액제제 공장 건설을 주도하고 인도국부펀드(INA)는 최대 미화 5000만달러(한화 약 669억원)를 투자하고 2대 주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SK플라즈마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보건부로부터 혈장분획 공장 건설 승인을 받았다. SK플라즈마가 건설하는 혈액제제 공장 생산규모는 연간 100만 리터의 원료 혈장을 처리할 수 있으며 오는 2025년 완공이 목표다. 공장 건설에 있어 한 발 앞서 나가는 건 GC녹십자지만 공장 생산규모는 SK플라즈마가 2.5배 더 큰데다 완공 목표일도 더 빠르다. 

‘혈액제제’는 ‘혈장분획제제’라고도 불리는데 혈액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혈구와 혈장으로 분리된다. 혈구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이 포함돼 있고, 혈장에는 알부민, 항체, 혈액응고인자 등 단백질이 포함돼 있다. 

‘혈장분획제제’는 혈장에 있는 특정 단백질 성분을 원료로 만든 의약품으로, 간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부종이 발생하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알부민, 혈액암 투병 등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투여하는 면역글로불린, 혈우병 환자를 위한 혈액응고인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필수의약품에 사용된다. 국내에서도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혈액제제가 광범위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두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혈액제제 공장을 짓는 이유는 인도네시아 의약품 원료의 90%가 해외에서 수입되고 지리적 특성상 동남아시아 외에도 오세아니아 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국영 제약사인 키미아 파마의 베르디 부디다르모(Verdi Budidarmo) 사장에 따르면 의약품 원료 수입국 중 가장 비중이 큰 나라는 중국으로 60%를 차지하며, 그 다음으로 인도에서 30%,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10%를 수입한다. 

실제로 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 세계 32개국에 혈액제제 12개 품목을 수출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중심주에 위치하고 있어 생산거점을 두면 혈액제제 특성상 유통 과정에서 정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콜드체인 관리에도 변질 위험이 적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다 콜드 체인 물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수요가 많은 국가여서 합성의약품뿐만 아니라 혈액제제 시장성도 높은 국가”라며 “지리적 특성상 인도네시아를 둘러싼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가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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