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워치]수십억짜리 유전자가위 치료제 첫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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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12세 이상 환자의 겸상 적혈구 질환(SCD) 치료를 위한 최초의 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와 리프제니아(Lyfgenia) 2개 제품을 승인했습니다. 겸상 적혈구 질환은 유전자 이상에 따른 헤모글로빈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중 하나가 정상의 것과 다르게 변이해 적혈구가 낫모양으로 변하면서 악성 빈혈을 유발하는 유전병인데요. 

겸상 적혈구는 혈관의 흐름을 방해하고 신체 조직으로 산소가 전달되는 것을 막아 혈관 폐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각한 통증과 기관 손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질환은 아프리카계 인종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미국에서만 약 1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허가 받은 카스게비는 미국 바이오기업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리프제니아는 미국 블루버드바이오가 개발했는데요. 두 제품 모두 유전자를 잘라내 편집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입니다. FDA가 유전자가위 치료제를 허가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먼저 카스게비는 게놈(염색체에 담긴 유전자) 편집 기술의 일종인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을 활용하는 기전입니다. CRISPR/Cas9는 표적 영역의 DNA를 절단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절단된 DNA를 정확하게 편집(제거, 추가 또는 교체)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변형된 조혈모세포를 환자에게 다시 이식하면 골수 내에 부착 및 증식되고 산소 전달을 촉진하는 헤모글로빈의 일종인 태아 헤모글로빈(HbF)의 생성을 증가시킵니다. 겸상 적혈구 질환 환자의 경우 HbF 수치가 증가하면 적혈구가 낫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죠.

리프제니아는 유전자 변형을 위해 렌티바이러스 벡터(유전자 전달체)를 사용하는 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리프제니아는 환자의 혈액 줄기세포가 유전자 변형을 통해 정상적인 성인 헤모글로빈인 헤모글로빈 A와 유사한 ‘HbAT87Q’를 생성하도록 유도합니다. 

두 제품 모두 환자 자신의 혈액 줄기세포를 변형해 만들어지며 변형된 조혈(혈액) 줄기세포는 일회성, 단일 용량으로 주사를 통해 주입합니다. 향후 FDA는 카스게비, 리프게니아를 투여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연구를 진행해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두 제품의 약가가 초고가인 것으로 알려져 실제 치료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카스게비 가격은 220만달러(약 29억원), 리프제니아는 310만달러(약 41억원)에 달하는데요. 하지만 국내에는 겸상 적혈구 질환 환자가 거의 없어 이 두 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비싼 의약품은 항암제인 CAR-T 세포 치료제 ‘킴리아’로, 1회 치료비용은 약 3억6000만원에 달하는데요. 킴리아는 지난해 4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1회 약가가 200만원으로 환자들의 부담이 대폭 낮아지기도 했죠. 

FDA 생물학 평가 및 연구 센터장 피터 마크스 박사는 “이번 승인은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대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FDA의 방침이 반영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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