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수 바이오기업들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은 총 12곳이다. 18일 종가 기준으로 볼 때 6곳은 주가가 올랐지만 나머지 6곳은 주가가 하락했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오른 곳은 지아이이노베이션,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유투바이오, 큐로셀, 와이바이오로직스, 블루엠텍 등이다. 단백신 신약 개발기업인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공모가 1만3000원에 상장했고 이후 9개월여간 공모가 밑으로 주가가 떨어진 적이 없다. 회사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제 ‘GI-101’과 ‘GI-102’와 알레르기 치료제 ‘GI-301’ 등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상장 전 중국 심시어에 GI-101을, 유한양행에는 GI-301을 기술이전했는데 그 규모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 10월에는 일본 피부과 전문 제약사 마루호에 약 3000억원 규모로 GI-301을 기술이전하면서 역량을 지속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회사는 5년 내 5건 이상의 추가 기술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바이오의료장비 기업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는 세계 처음으로 세포분석공정 자동화 플랫폼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8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큐리옥스의 대표 제품인 ‘라미나워시(Laminar Wash)’는 세포 분석 전처리 과정에서 원심분리기를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했던 업무를 자동화해 작업시간을 단축하고 정확한 세포분석이 가능토록 한 게 특징이다.
회사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20개 바이오 기업 중 18개사가 큐리옥스 장비를 사용 중이다. 큐리옥스는 약 19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세포분석 공정 자동화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재 주가는 공모가(1만3000원)의 3배 수준인 3만9800원까지 오른 상태다.
CAR-T 치료제 전문 기업 큐로셀은 지난 11월 상장 이후 주가가 1만82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 10대 우수과제에 차세대 CD19(단백질 일종) CAR-T(키메라항원수용체 감마델타 T세포) 치료제 ‘안발셀(Anbal-cel)’이 선정되면서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관련 기사: 큐로셀, ‘꿈의 항암제’로 IPO 정면 돌파]
항체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인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총 5건의 기술이전 성과와 더불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항체 약물 접합체(ADC) 기술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5일 상장에 성공했다. 확정공모가는 9000원으로 상장 이후 주가가 최고 2만38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가 연이어 급락했지만 18일 현재 주가는 1만2260원으로 여전히 공모가를 웃돈다.
이밖에도 병의원 컨설팅 회사인 유투바이오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지난달 이전상장에 성공했으며 공모가 4400원 대비 현재 주가는 5340원까지 올랐다. 유투바이오는 병의원에 검체검사 서비스, 검사 및 건강검진 소프트웨어 솔루션, 유전체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온라인 유통 커머스 기업인 블루엠텍은 제약계 쿠팡으로 불리는 등 업계 주목을 받으며 공모가 1만9000원이 확정됐고 지난 13일 상장에 성공했다. 회사는 상장 직후 주가가 7만5900원까지 급등했다 급락을 이어갔지만 18일 현재 주가는 2만9900원으로 여전히 공모가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바이오인프라, 에스바이오메딕스, 큐라티스, 프로티아(구 프로테옴텍), 파로스아이바이오, 에스엘에스바이오 등 6곳은 공모가 대비 주가가 떨어졌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지난 5월 상장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다. 상장 준비 당시 바이오 업종 투자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인 1만8000원에 확정될 만큼 관심을 모았지만 지속된 금리 인상에 현재 주가는 9160원으로 반토막났다.
올해 가장 먼저 IPO 시장에 발을 내디딘 임상시험위탁기관(CRO) 바이오인프라는 지난 2월 공모전 수요예측 경쟁률이 1594.95대 1에 달했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연매출이 300억원 대로 규모가 작은데다 국내 CRO 시장의 한계 등으로 반짝 부풀었던 거품이 빠지면서 현재 주가는 공모가(2만1000원)의 절반 수준인 1만1250원에 그친다. 회사는 향후 의약품 품질관리시장 등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통해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약개발 전문 회사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303대 1에 그친데다 공모가도 희망공모가 최하단인 1만4000원이 확정되며 간신히 지난 7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AI챗봇인 챗GPT에 대한 관심이 의료 AI로 번지면서 주가가 2만5000원까지 치솟는 등 일시적인 주가 급등 효과를 봤지만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 출현 등으로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은 1만2390원까지 내려갔다.
이와 함께 올해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체외진단기기 기업 프로티아, 의약품 품질관리 기업 에스엘에스바이오도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내년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바이오와 헬스케어 산업의 업황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업종 특성상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면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는 만큼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은 인플레이션으로 원료의약품 가격이 오르고 기업간 투자가 얼어붙는 등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면서 “마찬가지로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면 바이오 업황도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