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치료제, 신약개발 패러다임 ‘확’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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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세를 떨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치료제 기술이 전염병을 넘어 암, 자가면역질환, 유전자 치료제로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기존 단백질, DNA 기반 치료제보다 개발이 쉽고 빨라 수년 내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mRNA 백신, 암 치료에 한발 가까이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개발 중인 mRNA 백신 및 치료제의 임상결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다국적 제약사 모더나와 머크는 지난 14일 공동개발 중인 mRNA 기반 암백신 ‘mRNA-4157’이 임상 2b상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mRNA-4157과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펩브롤리주맙)를 병용 투여한 환자에게서 치료 3년 후 피부암의 한 종류인 흑색종이 재발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보다 49% 낮은 결과가 나오면서다.

화이자와 함께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바이오엔텍이 개발 중인 mRNA 암백신 ‘CARVac’은 임상1·2상에서 암종양을 줄이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지난 10월 공개한 임상 데이터에서 CARVac와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면역치료제 후보물질 BNT211을 결합한 결과 고형암 환자 45%의 종양 크기를 30% 이상 줄이고, 74%서 암종양의 성장을 멈추는 결과를 냈다.

이들 제약사가 mRNA 암백신과 면역치료제를 병용 투여하는 이유는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암백신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mRNA 암백신은 암세포가 생성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체내에서 합성하도록 mRNA를 설계한 다음, 이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체계가 비정상 단백질을 공격하는 원리로 암을 치료한다.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mRNA 기반 암백신을 활발히 개발하는 추세다. 한미약품은 지난 4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KRAS를 타깃으로 하는 mRNA 기반 항암백신 후보물질 ‘HM99462’를 공개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mRNA 백신 임상을 밟고 있는 아이진은 자회사 레나임과 함께 췌장암 항암백신 후보물질 도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RNA 자가면역질환·유전자 치료제 나올까

mRNA 기술은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특정항원에 반응하지 않는 면역관용을 유도하거나,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체내에 합성하는 방식이다. 앞서 바이오엔텍은 지난 2021년 전임상 시험에서 mRNA 기반 치료제가 중추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발견했다.

현재 mRNA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은 해외 기업 중에는 모더나가 있으며, 국내에는 GC녹십자가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이메타스 테라퓨틱스와 손잡고 공동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캐나다 바이오텍 아퀴나스로부터 도입한 LNP(지질나노입자) 전달 기술과 이메타스의 자가면역질환 플랫폼을 활용해 mRNA 기반의 자가면역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mRNA는 최근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대 연구팀은 작년 mRNA 플랫폼 기술과 CAR-T 치료제 기술을 접목한 결과 심부전 치료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심부전을 일으키는 섬유아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수용체를 생성하도록 mRNA를 설계해 이를 신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전임상 시험에서 섬유증이 크게 감소하고, 정상적인 심장 크기를 회복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심부전은 심장이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특히 mRNA 기반 CAR-T 치료제는 환자의 신체에서 T세포를 체집해 별도의 유전자 조작을 가하는 작업이 불필요해 생산비용을 대폭 줄이고, 조작한 T세포가 인체에 잔류하지 않고 수일 내 소멸해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국내외서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1회 투여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는 데다 최근 심각한 부작용 문제로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위험성 조사를 받고 있다.

mRNA는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의 단점을 뛰어넘을 대안으로도 주목 받는다. mRNA 기반 유전자치료제는 정상적인 유전자 정보를 mRNA에 실어 몸속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mRNA 유전자치료제는 바이러스 벡터보다 안전하고 치료 단백질 발현 효율이 높은 데다, 생산비용이 낮아 1회 투여에 수억원을 넘는 유전자 치료제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mRNA 기술은 짧은 시간과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종류의 백신과 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mRNA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했고 가까운 미래에 암, 면역질환 치료제 등을 치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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