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자국 플랫폼 보호 추세
국내는 사전규제 입법 추진하며 역행
내수시장서 플랫폼 경쟁 밀릴까 우려
플랫폼 독과점 기존 법으로 견제 가능
한국인이 올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사용시간이 998억 분이다. 2위인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340억 분)의 약 3배, ‘국민 포털’ 네이버의 약 4배에 이른다.
유튜브는 특히 올해 매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작년 대비 올해 카카오 월평균 사용시간은 7억 분 증가, 네이버는 8억 분 감소한 반면, 유튜브는 무려 101억 분 늘어나며 상위 10위권 앱들 중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내수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토종 플랫폼 기업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입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감시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과 주요 금지 행위들을 미리 정해 제재 절차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신속한 제재를 통해 시장 경쟁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 핵심 취지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금은 디지털 패권 전쟁 시대다. 주요 국가들은 기술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규제 완화로 기조를 틀었다. 미국의 경우 하원이 발의한 5개 반독점 패키지 법안 중 기업결합 수수료 인상안만 통과시키고 나머지 법안은 모두 폐기했다. 당장은 규제보다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를 대상으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빅테크뿐 아니라 중국 플랫폼 성장 속도도 매섭다. 올 한 해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1, 2위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차지했다. 이처럼 중국 플랫폼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이 규제에 발목이 잡힌다면 중국 플랫폼들이 그 반사이익을 가져가게 된다.
플랫폼 독과점 문제는 기존 법으로만 다스려도 충분하다. 공정거래법은 하나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 혹은 셋 이하의 사업자 시장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들을 규정해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플랫폼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이중규제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년간 빅테크의 독과점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빅테크가 전 세계에서 돈을 벌어들이며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불공정 행위를 강력히 막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결국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우리나라 대형 플랫폼은 내수 시장에 비집고 들어오는 해외 빅테크들과 정면으로 밎서고 있다. 규제 당국인 공정위야 규제에 목맬 수 있어도 국내 입법기관은 시야를 보다 넒힐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