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의 한 수가 통했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을 제치고 KBO(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권을 따냈다. 네이버를 비롯해 LG유플러스의 ‘스포키’, SK텔레콤의 ‘에이닷'(A.), 아프리카TV를 비롯해 KBO 경기 중계를 이어왔던 다수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티빙, ‘연 100억’ 승부수 통했나
KBO 사무국은 7일 KBO리그 2024∼2026년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로 선정되면 KBO리그 경기, 주요 행사 국내 유무선 생중계·하이라이트 등 VOD 스트리밍 권리와 재판매 사업권 등을 갖게 된다.
지난 3일 마감된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입찰 신청에는 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로 이뤄진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CJ ENM,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참여했다.
KBO 사무국은 입찰 선정기준에 대해 “지금은 따로 공개되지 않는다”며 침묵을 지켰다. 2019년 네이버·다음·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KT로 이뤄진 포털·통신 컨소시엄이 KBO 중계권을 입찰할 때를 살펴보면 가격평가가 60%, 기술평가가 40%를 차지했다.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연평균 400억원을,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스포티비’ 운영사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는 각각 연평균 300억원 안팎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쟁자들보다 연 100억원 많은 규모의 계약금을 제시하면서 입찰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입자수 확보에 대담한 베팅
티빙이 누적된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베팅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티빙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는 1177억원에 달한다. CJ ENM도 계속된 신사업 적자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같은 기간 CJ ENM은 7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넉넉잖은 상황에도 티빙이 높은 입찰가를 써낸 이유는 가입자수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티빙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쿠팡플레이에 토종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11월 기준 쿠팡플레이와 티빙의 MAU는 각각 508만명, 494만명이었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콘텐츠를 적극 확보하면서 재미를 봤다. 쿠팡플레이는 기존에 CJ ENM이 확보했던 분데스리가와 AFC 챔피언스 리그의 독점 중계권을 가져갔다. 내년에 서울에서 진행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도 쿠팡플레이에서 중계한다.
앞서 KBO리그 중계권 입찰을 앞두고도 쿠팡플레이가 참여할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KBO리그 중계권만은 사수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무료 야구중계 더 못 보나
CJ ENM이 올해부터 3년간 KBO 리그 중계권을 독점하면서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당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에이닷과 스포키를 통해, 네이버는 네이버 스포츠를 통해 프로야구를 생중계했다. CJ ENM과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잘 이뤄지면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키’를 쥔 것은 KBO리그 중계권 재판매 사업권을 손에 쥔 CJ ENM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포털 컨소시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동향을 살펴볼 예정이고, 재판매 사업권 매입여부를 논하는 건 아직 시기가 이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컨소시엄에서 협상 대상자가 되지 않는건 아쉽고, 추후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KBO 사무국이 CJ ENM과의 세부협상에서 중점 의논할 부분 역시 ‘무료 시청’ 유무다. 기존의 포털, 통신 사업자는 무료로 KBO를 생중계했지만 티빙은 유료로 구독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티빙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