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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미래를 건 ‘5개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 엔데믹 이후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5개 블록버스터 백신을 개발한다. 사진은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비즈워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 엔데믹 이후 침체된 연구개발(R&D)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등 5개 블록버스터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다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외부협력으로 개발에 드는 시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엔데믹 이후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줄며 지난해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2023년 연간 매출액은 33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줄어들고, 영업손익은 23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 다국적 제약사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으며 이듬해 역대 최대치인 연 매출액 9290억원을 거둔 바 있다. 최근 노바백스와 계약 종료를 끝으로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은 모두 만료된 상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해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새 경영전략 ‘SKBS(SK바이오사이언스) 3.0’을 짜고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여기에는 향후 5년내 5개 블록버스터 백신을 개발하는 ‘5코어’ 전략이 포함됐다. 대상 백신은 △폐렴구균 21가 △자궁경부암 10가 △재조합 대상포진 △범용 코로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이다.


이 가운데 상업화가 가장 임박한 제품은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함께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백신 ‘GBP410’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GBP4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향후 한국, 유럽 등에도 IND를 신청해 오는 2027년까지 시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GBP401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21개 폐렴구균 혈청형(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인자)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지난 임상 2상에서 화이자의 13가 백신 ‘프리베나13’과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혈청형을 예방하는 폐렴구균 백신은 화이자의 ‘프리베나20’으로 미국에서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은 미국의 단백질 제조 솔루션업체 썬플라워 테라퓨틱스와 함께 개발 중인 자궁경부암(HPV·인유두종 바이러스) 10가 백신이다. 2027년 출시 이후 3년간 누적 매출액 2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의 설명이다. 

현재 시장에 가장 많은 HPV 혈청형을 포함한 백신은 9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 머크의 ‘가다실9’이다. 지난 2022년 머크의 가다실 제품군의 총 매출액은 69억달러(9조원)에 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빠른 시장선점을 위해 신규 백신 개발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머크가 FDA에 폐렴구균 21가 백신 ‘V116’의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등 경쟁사들이 시장 진출을 서두르면서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데 드는 시간은 10~15년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처럼 짧은 시간 내 백신 개발을 자신하는 이유는 이미 유사한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고, 외부기관과 협력을 통해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폐렴구균 13가, 대상포진,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개발한 바 있으며, 자궁경부암의 경우 4가 백신이 최근 임상 2상을 마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같은 5코어 전략을 포함한 중장기 성장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5년간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R&D에 투자할 예정이다. 실탄은 넉넉한 편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순현금은 1조2300억원에 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해 2월 인천 송도에 신규 연구소 겸 생산기지인 ‘글로벌 R&PD 센터’ 설립을 위한 3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백신생산, 연구시설 외에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연구실이 별도로 들어서 신규 백신 개발을 위한 외부협업 능력을 한층 제고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통상 백신을 개발하는 데 10~15년의 시간이 소요되나 외부기관의 지원이나 협력을 활용한다면 이를 단축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 5개 백신 모두 중단 없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임상 준비 단계에 접어들면 순차적으로 성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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