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멜론, 공정위 과징금 1억…겸허히 수용해야[기자수첩-산업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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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중도해지 안내 미흡’에 재제

“고지 충분히 했다” 해명과 달리 소비자 파악 어려워

해명 과정서 부풀리기도…‘유일한 중도해지 제공 앱’ 사실 아냐

넷플릭스는 중도해지 안내 조차 없어 카카오 억울한 면도

멜론 로고. ⓒ멜론 멜론 로고. ⓒ멜론

카카오가 최근 공정위로부터 1억 원에 가까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카카오가 멜론을 서비스 하던 당시 음악 스트리밍 등 온라인 음원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중도 해지’ 신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중도 해지는 즉시 계약이 해지돼 이용이 종료되고, 소비자가 결제한 음원서비스 이용권 금액에서 이용한 일정 금액이 제외되고 나머지는 환급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2017~2021년까지 소비자에게 중도 해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거나, 중도 해지를 신청하려면 PC 웹을 이용하거나 고객센터에 문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당시 멜론 앱 내 고객센터 페이지에 게시된 ‘이용권 해지 신청 후 서비스 이용이 계속 되네요. 해지된 게 맞나요’라는 질문 항목에는 그 답변으로 ‘이용권 해지 신청은 결제예정일에 이용 중인 서비스가 자동으로 종료되어 결제일 이후에는 결제가 되지 않도록 예약하는 것입니다’ 등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소비자의 중도해지 권한에 대한 내용은 없다.

현재 멜론 운영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같은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반발했다. 회사는 “멜론은 공정위 조사 이전에도 ‘웹 FAQ’나 ‘결제 전 유의사항’ 등에서 중도해지 안내를 충분히 하고 있었고, 웹의 중도해지 버튼과 고객센터를 통해 중도해지를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PC 웹을 통해 계약해지 안내를 충분히 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대부분의 멜론 이용자들은 PC가 아닌 모바일 앱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앱 내 FAQ를 살펴보지 PC 웹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PC와 모바일 FAQ 내용이 다를 것이라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PC 웹을 통해 충분히 안내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중도해지 기능을 감추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카카오엔터는 “중도해지 기능을 2021년 7월까지 모든 판매채널에 구현했다”며 공정위 제재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였다. 어찌됐든 결국에 문제 행위를 시정했으면 이를 정상 참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공정위 조사 전에는 각종 꼼수를 부려도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멜론의 꼼수를 봐주기에는 4년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지 않다.

네이버 음원 플랫폼 '바이브' 멤버십 해지 화면. 중도해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바이브 화면 캡처 네이버 음원 플랫폼 ‘바이브’ 멤버십 해지 화면. 중도해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바이브 화면 캡처

카카오엔터는 공정위 제재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부풀리기도 했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멜론을 제외한 모든 구독 서비스는 중도해지 기능을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하더라도 고객센터 등을 통해서만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음원 플랫폼 ‘바이브’ 역시 중도해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 해지 마지막 화면에 ‘즉시 종료하고 환불받기’ 버튼을 띄워준다.

다만 카카오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는 중도해지 기능이 없다. 심지어 중도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지 않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은 넷플릭스다. 국내 OTT 플랫폼은 이용자가 이용 내역만 없으면 중도해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해지 절차에서 안내하지 않고 있다. 고객센터에 물어봐도 중도해지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카카오만 때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는 의결서를 확인한 후 이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과거 과오를 인정하고 제재를 겸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국내 기업들로부터 역차별 불만이 나오지 않게끔 해외 기업에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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