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워치]’키트루다’ 글로벌 1위 의약품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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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1위 의약품에 등극했습니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지 9년 만에 이룬 성과인데요. 키트루다는 특허만료 기간이 4년이 남아있는데다 현재까지도 새로운 암종에 대한 적응증 확대가 이뤄지고 있어 지속적인 매출 확대가 예상됩니다.

키트루다는 우리 몸 안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3세대 면역항암제입니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등 면역세포는 안테나와 비슷한 돌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면역관문 단백질이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암세포도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T세포와 비슷한 돌기를 달고 있다는 겁니다. 이 돌기를 본 T세포는 동료인줄 알고 암세포를 더는 공격을 하지 않게 되는데요.

키트루다는 면역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다양한 면역관문 단백질 중 PD-1에 결합하는 항체의약품입니다. 키트루다의 항체와 결합해 면역관문 기능이 억제된 T세포는 암세포의 면역관문 단백질에 반응하지 않고 암세포를 비정상세포로 인식해 공격합니다. 제 역할을 못하는 안테나의 기능을 정지시켜 T세포가 암세포를 제대로 공격하도록 하는 거죠. 이러한 작용원리 때문에 키트루다는 ‘면역관문억제제’로 불리기도 합니다.

PD-1이 아닌 CTLA-4라는 면역관문 단백질을 억제하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여보이(이필리무맙)’, PD-L1과 결합하는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등 키트루다 외에도 현재 여러 종류의 면역관문억제제가 시판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키트루다만큼의 성과를 내는 곳은 없습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250억1100만달러(33조4700억원)를 기록하면서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를 밀어내고 전 세계 매출액 1위 의약품에 자리했습니다. 국내 1위 이차전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 33조7455억원과 맞먹는 규모인데요.

반면 지난해 BMS 여보이의 매출액은 5억6600만달러(7500억원), 로슈의 티쎈트릭은 37억7000만프랑(5조7500억원)으로 키트루다를 큰 폭 밑돌았습니다. 키트루다가 여러 면역관문억제제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이유는 대부분의 암종에서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키트루다는 지난달 기준으로 미 FDA로부터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편평세포암 등 19개 암종에 대한 총 40개의 적응증을 승인받았습니다. 지난해는 FDA로부터 특정 바이오마커(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나타내는 모든 고형암종에 대한 적응증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기간 여보이는 7개 암종에 대한 9개 적응증, 티쎈트릭은 5개 암종에 대한 9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키트루다는 우수한 효능만큼이나 치명적인 단점도 있는데 바로 내성과 불응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면역항암제가 안고 있는 한계이기도 한데요. 키트루다를 포함한 면역관문억제제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객관적 반응률은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양 이상의 종양 감소를 나타낸 환자 비율을 뜻합니다.

머크는 현재 다른 항암제와 키트루다를 병용투여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임상을 통해 효과를 검증했죠. 일례로 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를 단독투여한 결과 객관적 반응률이 21%로 나왔으나, 화이자와 아스텔라스의 ADC(항체약물접합체) ‘파드셉(엔포투맙베토틴)’을 병용했을 때 ORR은 이보다 약 3배 높은 68%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머크가 가진 최대 고민은 ORR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키트루다의 주요 특허가 종료되는 2028년 밀려올 바이오시밀러의 공세를 어떻게 막느냐입니다. 키트루다와 성분은 같으나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점유율이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지난해 특허가 풀린 애브비의 휴미라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휴미라는 지난해 1월 특허가 만료됐고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 삼성바이오에피스 ‘하드리마’ 등 총 9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FDA의 허가를 받고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대부분 휴미라보다 50~80% 낮은 가격을 내걸었죠. 휴미라는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32%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머크는 2025년을 목표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제형(SC)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바이오시밀러 공격을 방어할 계획인데요. SC제형은 기존 정맥주사(IV) 제형보다 투약 편의성이 높은 데다, 제형변경에 따른 특허 독점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죠. 앞서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의 SC제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머크와 달리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국내외 암 환자들입니다. 키트루다는 연간 치료비용이 국내의 경우 약 1억원에 달해 환자들의 부담이 무척 큰 데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 속도는 더딘 상태입니다. 국내에서도 한국MSD가 지난해 13개 암 적응증에 대한 키트루다의 급여확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청했으나 이달 모두 재논의 결론을 받으며 좌절됐습니다.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출시 이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최대 80% 수준까지 약가를 책정할 수 있습니다. 키트루다보다 최소 20% 낮은 가격에 성분이 같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뜻이죠. 시장 경쟁에 따라 가격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향후 보험급여가 확대되면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환자들은 인하된 약가의 5%만을 부담하면 되죠.

실제 특허만료 전 국내에서 약 43만원에 판매되던 휴미라(40mg 기준)는 바이오시밀러 출시 이후 가격이 28만원으로 30%가량 떨어졌습니다.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 등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은 이보다 15% 낮은 24만원 수준까지 내려갔죠.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관계자는 “키트루다는 모든 바이오시밀러 업계가 눈여겨보는 대어 중 하나”라며 “바이오시밀러가 나와도 급여혜택을 못 받는다면 당장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절감 효과가 약 20%로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바이오시밀러는 국가재정 부담을 덜어 보험급여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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