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생성형 AI 궁극 목표?…”스토리·게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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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대부분의 게임 속에는 등장인물인 NPC(Non Player Character, 이용자가 다룰 수 없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게임을 오래한 사람이면 NPC가 로봇처럼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챈다. 개발자가 정한 대사를 말하거나 고정된 역할만 수행해서다.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은 AI 전담 본부인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AI를 개발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를 이끌고 있는 배준영 본부장은 “AI로 게임 안팎에서도 게임을 더 재밌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넥슨이 NPC를 비롯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미리 파악한 넥슨

배준영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이 본부가 세워질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2010년 설립된 넥슨의 분석 조직에서 출발했다.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넥슨도 시대적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데이터 활용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는 일찍이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강 내정자는 2017년 넥슨의 데이터 분석 조직을 본부급인 인텔리전스랩스로 격상시켰다.

배 본부장은 “강 내정자는 게임 개발 디렉터(감독)를 하면서 ‘모든 의사결정과 판단은 사람의 직관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며 “회사 내 각 조직에 분산됐던 데이터 분석가 등을 한 조직으로 모으면서 인텔리전스랩스가 시작됐다”고 설립 당시를 떠올렸다.

2007년 넥슨에 입사한 배 본부장은 처음부터 AI의 근간인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맡지 않았다. 그 역시 빅데이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데이터 업무를 맡게 됐다. 배 본부장은 “플랫폼 업무를 하다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업무가 사용자 경험(UX), 게임 품질 검수(QA) 등으로 세분화됐다”며 “연구 위주로 하다 보니 ‘좀 더 실질적인 서비스를 하자’고 했던 플랫폼 조직과 데이터 조직이 통합됐다”고 말했다.

생성형AI, 오픈월드 게임처럼 무궁무진하게

배준영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이 AI의 활용 계획을 언급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게임 내 경험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는 AI 기반 NPC가 있다. 이용자들의 대화와 학습 패턴을 배운 AI를 통해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배 본부장의 설명이다.

배 본부장은 “기존의 정해진 내용만 반복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인화(이용자 개인의 데이터를 AI를 통해 학습하는 것)를 통해 다양한 대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가령 NPC가 오늘의 날씨를 해석해 대사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개인화에 특화된 변형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FC 온라인’의 해설자 대사를 조금 더 개인화하는 등의 부분도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게임의 보조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끝이 정해지지 않은 오픈월드 게임처럼 생성형 AI로 스토리를 만들고 게임을 제작하는 쪽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로 새로운 목소리 만들고 이용자도 지킨다

AI가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학습한 뒤, 새로운 목소리를 만드는 기술도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그 기술을 ‘보이스 크리에이터’로 부른다.

당장 보이스 크리에이터를 게임에 적용할 계획은 없다. 배 본부장은 “다만 해당 기술로 메이플스토리의 강원기 디렉터의 목소리를 만들어서 특정 월드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었다”며 “시험 차원에서 ‘고질라 디펜스 포스’에 적용해 보기도 했다”고 했다. 고질라 디펜스 포스는 일본의 유명 지식재산권(IP) ‘고질라’를 활용한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또 “온라인 게임의 경우 콘텐츠가 수시로 업데이트되는데, 새로 추가되는 내용들을 전부 다 녹음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런 부분들을 보이스 크리에이터를 통해 음성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욕설 탐지는 이용자의 실제 채팅 내용이 AI의 학습 재료로 쓰인다. 배 본부장은 “이용자 간 신고가 들어오는 대화를 통해 욕설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며 “텍스트 데이터도 많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넥슨은 적극적인 이용자 보호를 위해 텍스트 데이터를 더 깊게 살펴보고 있다. 그는 “원래 일대일 대화의 경우 개인정보라 별도로 신고가 들어온 경우만 한정해서 쓰고 있었다”며 “일부 이용자가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안 좋은 일을 하는 경우가 생겨나서, 최근에는 그러한 사례가 식별될 경우 채팅을 저장해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데에 쓴다”고 말했다.

“기억하니?”…추억 자극하는 메일도 데이터로

인텔리전스랩스는 메이플스토리를 이탈한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나의 메애기 앨범’ 메일을 보냈다./사진=넥슨 제공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외부의 경험을 통해 새 데이터도 쌓고 있다. 떠나간 이용자를 돌아오도록 하기 위한 ‘나의 메애기 일기’가 그중 하나다.

넥슨의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하지 않는 이용자가 게임에 돌아오도록 날짜가 적힌 포토 메일을 보냈다. 이 메일은 이용자가 키우는 캐릭터를 뜻하는 ‘메애기(메이플스토리와 애기의 합성어)’를 활용해 ‘나의 메애기 일기’로 불리기 시작했다.

배 본부장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과거에 올린 콘텐츠를 통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몇 년 전 오늘’이 있다”며 “인텔리전스랩스도 이와 비슷하게 메이플스토리 이탈 유저에게 과거 게임 내에서 경험한 추억을 콘텐츠로 만들어 메일로 보냈다”고 했다.

이를 통해 복귀 유저와 관련된 데이터를 쌓고 있다. 배 본부장은 “미접속 시점의 기준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6개월, 1년 미복귀 유저 등으로만 메일 발송 대상을 구분한 상태”라며 “메일을 보냈을 때 어떤 경우가 반응이 좋은지 살펴보면서 이용자의 최적화된 복귀 시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추후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바깥에서의 경험도 늘릴 예정이다. 배 본부장은 “게임 경험은 인게임(게임 내부)에서 아웃게임으로까지 확장되는 개념으로 생각한다”며 “게임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보는 사람들까지 모두 저희의 유저다. 아웃게임 활동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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