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재점화된 가상자산 법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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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법인 투자가 선거 공약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자산업계는 그동안 산업 성장을 위해 법인, 기관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번번이 ‘그림자 규제’에 막혔다.

정부기관도 곤란한 실명계좌 제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일 발표한 디지털자산 정책에는 전문성을 가진 기관투자자의 자본인 ‘스마트머니’부터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와 단계적 ICO(가상자산공개)를 허용하고 가상자산 매매수익에 대한 공제한도를 현재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지난주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연기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대부분 비슷한 내용의 가상자산 공약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이 기초자산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상황이다보니,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천이나 여당 내 다른 이슈를 먼저 매듭짓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법인이나 기관이 직접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없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으로 법인계좌가 불가능하다고 따로 정해진 것은 없으나 은행에서 법인계좌가 실명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해 거래소 이용을 위한 계좌를 발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법인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방법이 없다보니 장외거래(OTC)를 이용해야만 했다. 심지어 자금세탁 위험이 없는 정부기관마저 공무 수행 등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하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 현금화할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검찰청이나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의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법인투자 허용해야 K코인 큰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은 금융당국에 법인계좌 개설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가상자산거래소는 법인투자가 허용되면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법인까지 거래고객을 넓히고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영위하는 수탁업자들은 더욱 법인계좌 개설이 절실하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친 수탁업자는 총 3곳이다.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은 2022년 말 기준 1824만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카르도(CARDO)는 1억3518만원, 한국디지털에셋(KDOA)은 1억1647만원의 매출을 냈다. 인력과 시스템 비용이 드는데 매출은 거의 없다보니 매년 적자가 쌓이고 있다.

블록체인학회장인 이정엽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법인계좌 개설과 투자가 허용되면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고, 기업의 회계처리도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 “자금세탁 위험이 크고 가상자산 MM(시세조종)이 판칠 때도 아니고 가상자산보호법이 발효되고 거래소가 강력하게 규제를 받는 지금은 더 이상 법인의 투자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전문가인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법인계좌 개설 금지는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비법적 규제”라면서 “법을 허용한다는 법을 만들 필요는 없다. 정무위원회에서 시정을 요구하거나 금융위에서 허용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반가워하면서도 이번 역시 ‘공수표’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여야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가상자산 공약을 내놓았다. 당시 ICO 단계적 허용, 가상자산 비과세 상향 등이 포함됐지만 대부분 실제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대선후보)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법인 투자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했지만 공약에서는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선 때처럼 가상자산 ‘불장’이 오니 선심성 공약을 내세운다는 우려가 든다”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처럼)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그림자 규제는 없애야 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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