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협의체 닥사(DAXA)가 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거래소간 협의도 없이 정책을 만들고, 회원사들의 준수 여부는 신경을 쓰지 않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닥사는 지난해말 한도계정 해제 시점과 조건 등의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 관련 질의사항’을 은행연합회에 보내고 답변을 받아 거래소에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닥사 사무국은 사전에 거래소들과 협의 없이 질의사항을 독자적으로 작성했다.
닥사 관계자는 “거래소간 협의한 적 없고 은행연합회에 질의를 하기 위해 정책부서에서 가상의 시나리오를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닥사 의장사 두나무도 “거래소간 한도계정 기준에 대한 합의를 한 적은 없다”며 “닥사 사무국이 회원사에게 내용을 공유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닥사와 업계의 주장을 종합하면 각 거래소의 점유율과 수익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닥사는 회원사간 협의없이 단독으로 안을 만들고 답변을 받아 일방적으로 거래소에 통보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업비트와 케이뱅크가 한도계정 해제 요건을 완화해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닥사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닥사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협의체인 닥사가 중대한 사안에 대해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너무 마켓쉐어가 높은 쪽만 손을 들어준 게 아닌가 오해 소지가 있어 지금이라도 공통의 룰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기 없는 부회장…”당국 가교 역할도 부족”
닥사가 업계 협의체로서 자율규제기구를 추구하면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다. 닥사는 현재 사단법인 등록도 되지 않은 상태다.
법적 지위를 갖추지 못한 탓에 협의체로서의 역할과 조직체계 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애초 닥사는 지난 2022년 5월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 보호와 당국과 업계의 소통 창구로 급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5개 원화거래소 중 1개사가 2년씩 비상임 의장을 맡기로 하는 등 구색은 갖췄지만,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사무국은 여전히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회원사 사이에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닥사 상임부회장은 임원이지만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통의 협·단체는 비상임 회장이 있고 협회 운영과 업무를 총괄하는 상임부회장을 둔다. 임기가 특정된 상임부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책임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고 성과를 평가받아 연임 등이 결정된다.
이에 비해 닥사는 임원과 부회장 임기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지난 2022년 2월 부임한 김재진 부회장은 2년을 넘긴 지금도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변호사 출신으로 과거 한국블록체인협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닥사 관계자는 “닥사 임원은 상임부회장 밖에 없고 상임부회장은 따로 임기가 없다”고 밝혔다.
소통창구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닥사가 국회, 당국과 업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쌍방향이 아닌 당국의 지시만 일방적으로 업계에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닥사는 당국에서 오는 것만 받아서 전달하고 회원사를 위한 일은 거의 없다”며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근인 협회 회장보다 실제 운영과 업무를 맡는 상근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닥사는 책임과 성과를 따질 임기도 없어 다른 협·단체에 비해 조직적으로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교수도 “회장과 부회장에 대한 임기를 특정하고 연임 등에 대한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좋아 외부의 관심이 많을 때일수록 닥사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