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차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위해 ‘TPD’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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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뒤이을 차세대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해 TPD(표적단백질분해) 기술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TPD는 이제 막 개화한 시장으로 성장성이 큰 데다 지난해 관련 기업 인수를 통해 빠른 시장진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의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는 내달 5~1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AACR(미국암연구학회) 2024’에서 개발 중인 TPD 파이프라인 4종의 전임상 데이터 등의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는 SK바이오팜이 지난해 약 4750만달러(640억원)에 지분 60%를 인수한 미국계 생명공학기업 프로테오반트사이언시스의 사명을 변경한 자회사다.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는 분자 접착제 발굴 플랫폼인 ‘MOPED’ 등 자체 플랫폼 기술을 접목한 10여개의 TPD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저분자 물질 저해제는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데 그치는 반면 TPD는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원천 제거하는 기술이다. 우리 몸은 수명이 다한 세포에 꼬리표를 남겨 이를 분해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TPD는 표적 단백질에 인공적으로 이 꼬리표를 붙여 분해를 유도한다. TPD는 꼬리표를 붙이는 방법에 따라 크게 ‘프로탁’과 ‘분자접착제’로 구분된다.


SK바이오팜이 이번에 발표하는 파이프라인은 분자접착제 기술을 적용한 TPD 기반 신약 후보물질로,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건 고형암 치료제인 ‘PVTX-405’다.

PVTX-405는 조절T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IKZF2(이카로스 패밀리 징크 핑거2)를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 조절T세포는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암의 예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SK바이오팜은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PVTX-321’과 p300(심근세포의 생리적 비대나 병적 비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과 SMARCA2 단백질(고형암에서 주로 발견되는 SMARCA4 단백질 변이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치료제 2종을 공개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이 TPD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제 막 개화해 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2001년 처음 개념이 등장한 TPD 치료제는 2019년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아비나스가 개발한 물질이 임상에 진입하면서 새 시대를 맞이했다.

아비나스의 임상 소식 이후 TPD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 늘고 시장의 관심도 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2년 TPD 신약개발 기업에 투자된 벤처투자금은 약 7억7000만 달러(1조400억원)로 5년 전과 비교해 20배 이상 증가했다.

SK바이오팜이 TPD 개발을 뛰어든 배경에는 세노바메이트의 특허만료에 대비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3242억원으로 SK바이오팜 연 매출액의 91.3%를 차지한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내 특허가 만료되는 2032년까지 대체 품목을 마련하지 않으면 급격한 매출하락이 불가피하다.

이에 SK바이오팜은 TPD 외에도 RPT(방사성리간드치료제), CGT(세포·유전자치료제) 등 3가지 신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전달하는 방식)를 개발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TPD 개발이 가장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통상 10년이 넘게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을 고려해 곧바로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품목을 인수하는 방안도 고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루츠애널리시스에 따르면 글로벌 TPD 시장은 2021년 4억5200만달러(6000억원)에서 연평균 27% 성장해 2030년 33억달러(4조4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3가지 신규 모달리티 중 TPD의 개발속도가 가장 빠른 편으로 1순위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곧바로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품목 인수도 폭넓게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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