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빨망겜 감각을 더 제대로” 터틀크림 신작 ‘R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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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7'이 지난 3일부로 크라우드 펀딩에 돌입했습니다 (사진 제공: 터틀크림)
▲ ‘RP7’이 지난 3일부로 크라우드 펀딩에 돌입했습니다 (사진 제공: 터틀크림)

터틀크림이 지난 3일, 자사 로그라이크 RPG 신작 ‘RP7’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터틀크림이라고 한다면 인디게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데요. 과거 ‘슈가 큐브’와 ‘6180 the moon’ 같은 여러 신선한 작품을 선보인 박선용 대표의 개발사죠.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는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디게임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아웃 오브 인덱스’처럼 잘 알려진 행사들도 이 개발자의 주도 하에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를 두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장’이라는 호칭으로 더 자주 불리기도 했습니다.

▲ 2019년 당시에는 'RP6'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 2019년 당시에는 ‘RP6’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리고 ‘RP7’의 경우, 이전에 열렸던 인디게임 축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2019(이하, BIC 2019)’ 시점부터 7개 슬롯을 돌려가며 모험의 경로를 만들어가는 독특한 방식 때문에 많은 조명을 받았는데요. 정말 오랜 개발 시간을 거치면서, 이제 앞서 해보기 발매를 코앞에 둔 시점이죠.

작품 모습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신선미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로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개발자 Q&A

▲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 모습 (사진 촬영: PNN)
▲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 모습 (사진 촬영: PNN)

Q. 먼저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박선용이라고 하고요. 터틀크림의 대표입니다. 사실, 대표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옛날에는 ‘대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냥 게임 만드는 사람 정도로만 알아주시면 됩니다.

2009년에 대학 개발팀으로써 터틀크림을 만들고, 2011년부터 본격적인 상용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대표인 만큼, 터틀크림에서는 프론트맨 역할을 지금까지 맡아왔습니다.

아울러, 게임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개발자로써 한국 인디 개발 신에도 관심이 많아서, 여러 개발자를 모을 수 있는 모임, 행사도 많이 운영해왔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다양한 인연이 닿아 이번 ‘RP7’ 개발에도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Q. 지난 2019년 ‘BIC’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도트 그래픽의 ‘RP6’을 선보였지만, 지금은 3D 그래픽으로 달라진 ‘RP7’을 준비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요. 이번 ‘RP7’으로 넘어오면서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일단, 가장 달라진 부분이라 한다면 ‘그래픽’이죠. 당시 도트 그래픽을 했던 이유가, 내부에 아티스트가 따로 없던 점이 컸다. 그래도 엔진은 이미 그 시점부터 언리얼 엔진이었죠. 행사 출전이 여러모로 큰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시기에 몇몇 개발자들이 그래픽과 엔진 관련해서 “역시 언리얼 엔진이네~”라는 식으로 농담도 하고 그래서, 조금 더 제대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오기가 생겼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생각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아티스트도 구인했죠. 지금 현재 아티스트랑 작업한지는 2년 정도 됐는데요. 그 전에는 그래픽을 카툰 분위기로 구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가, 최종적으로 지금의 3D 그래픽을 택하게 됐죠. 

▲ 옛날과 비교하면, 그래픽이 확연히 달라졌죠
▲ 옛날과 비교하면, 그래픽이 확연히 달라졌죠

게임 플레이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초기 버전은 매우 간단했지만, 모두가 아는 RPG 맛을 살리고자 하는 것도 있었기에 HP 바도 있고, 몬스터마다 공격력도 배정되는 등 기본기 정도는 선보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를 계산하면서 하기는 불편하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잘 풀어가려면 수학적인 계산을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너무 번거롭다고 느껴졌죠. 그래서 지금의 간소화된 대미지 시스템과 직관적인 하트와 방패 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 기본 매커니즘에도 여러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 기본 매커니즘에도 여러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경험치도 그 당시에는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 캐릭터가 점차 강해진다는 것을 표현했죠. 그러나, 전체 전투 시스템 간소화로 이 역시도 설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몬스터랑 싸우면 얻는 경험치가 아이템 상자를 불러오는 식으로 설정했고, 나중에는 아이템 상자를 여는데 필요한 금화를 떨어뜨리는 식으로 최종 변경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핵심 매커니즘을 하나씩 정립해나갔습니다.

이 외에도, 게임이 내걸고 있는 ‘7’ 콘셉에 맞춰서, 캐릭터도 7개로, 아이템 장착도 7개 슬롯으로, 보스도 7개 스테이지 대응하도록 늘려갔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운빨망겜’의 감각을 더 잘 선사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Q. 다양한 캐릭터와 보스를 추가한다는 것은 곧 기존 게임 방식에 고려할 사안들이 많아진다는 소리 같은데요. 이런 부분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매우 많았죠.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를 늘린다는 것이, 단순히 능력치를 다르게 설정하고 내놓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본 콘텐츠는 기본 캐릭터인 ‘개구리 기사’에 맞춰졌기 때문에, 캐릭터에 따라 아이템이 의미가 없어지거나, 보스가 난이도가 널뛰는 일이 많았죠. 이런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예외 처리로 해결하면 되는 부분이지만, 이러면 또 콘텐츠 분량이 그만큼 축소된다는 것이기에 고민이 있었죠. 이런 다양한 캐릭터 추가를 통해 기본적인 매커니즘에 반복해서 즐길 수 있는 깊이를 더하려고 여러모로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이번에 ‘7’이라는 콘셉에 맞추는 만큼, 직업도 7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구상이 끝난 상태인가요?
A: 네, 현재 7가지 캐릭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거리 공격만 가능한 궁수, 독 포션을 먹어야 회복하는 역병의사 등 각각 기본 ‘개구리 기사’와는 남다른 플레이 방식을 선사할 예정이죠. 스테이지도 일단은 7개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차후에는 NPC로부터 받는 퀘스트, 캐릭터 승급, 패시브 스킬 같은 개념도 더해 지루하지 않는 깊이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 캐릭터와 보스는 전에 없던 변수를 더해, 플레이에 새로운 깊이를 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캐릭터와 보스는 전에 없던 변수를 더해, 플레이에 새로운 깊이를 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보스 역시 7개가 나온다고 보면 될까요?
A: 보스는 기본적으로 7개 스테이지에 대응해 랜덤으로 나오는데요. 지금 현재 9개까지는 개발이 완료된 상태고요. 10개째를 준비 중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보스는 특정 캐릭터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이런 변수를 고려해 총 20개 정도 선보이고자 합니다.

Q. 일각에서는 ‘RP6’에서, 지금 ‘RP7’으로 넘어왔다는 점에서, 그보다 앞선 프로토타입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요. 이런 이야기는 사실인가요?
A: 어디까지나 연속된 번호는 아니고요. 당시에는 RPG의 G를 6으로 바꿔 표현해 ‘RP6’을 택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나중에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 6개 키만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 하나 단위를 올려서 ‘RP7’으로 바꾼 거고요. 그래도 우스갯소리로 ‘RP1’이라는 이름으로 슬롯 하나짜리 게임을 만들어볼까 같은 생각도 하긴 했습니다. 비슷하게 만우절 때도 ‘RP77’을 선보일까도 했는데, 개발 일정이 너무 바빠서 그럴 여유는 없었습니다.

▲ 3D 그래픽으로 전환하면서, 연출적인 발전이 상당해졌죠
▲ 3D 그래픽으로 전환하면서, 연출적인 발전이 상당해졌죠

Q. 이전의 도트 그래픽도 상당히 괜찮았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이렇게 3D 그래픽으로 전환하면서 얻게 된 이점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A: 일단은 저는 게임의 그래픽이 그 게임을 사게 만들고, 그 플레이가 환불하지 않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그래픽이 보다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어냈다고 봅니다. 아울러, 연출적으로 슬롯이 돌아가는 모습이라던가, 더 멋진 연출을 더할 수 있었죠. 개발자 입장에서는 일일이 도트로 만드는 것보다는 조금 더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키보드에서 7개 키를 활용하는데요. 아무래도 키를 누르는데 있어서, 3개와 4개 조합이 그리 썩 편하진 않습니다. 처음 키를 고려할 때, 이렇게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2019년 ‘RP6’ 초기 버전 시점에는 6개 키에서 7개 키로 늘렸는데요. 6개가 확실히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지만, 그래도 홀수로 개수를 맞추면 더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7개 키로 변경했고, 레벨 디자인상으로도 중간 지점이 있는 쪽이 유리하다고 봤죠.

조작 불편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을 받기는 했습니다. 팀 회의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키보드 7개 키가 딱 붙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죠. 키보드 타자에 어울리게 맞출까도 고민 중입니다. 다만,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유저들 의견을 많이 받아보고 결정할 생각입니다.

참고로, 이번 데모에는 없지만, 키 매핑은 이미 존재하고요. 나중에 마우스 매핑도 선보이려고 합니다.

▲ 이 같은 조작은 로컬 멀티플레이의 가능성도 품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이 같은 조작은 로컬 멀티플레이의 가능성도 품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이유로는 ‘멀티플레이’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서로 키를 3개~4개씩 맡아서 2인용으로 하면 꽤나 즐거운 작품인데요. 해외 행사에서도 친구랑 맥주를 마시면서 하기 좋은 게임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죠. 온라인 멀티플레이 지원 계획은 따로 없지만, 로컬 멀티플레이를 고려해 이런 키 배치를 했다고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Q. 과거 언리얼 서밋에서 ‘우아한 게임을 만들기 위한 여정’이라는 강연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당시 ‘RP7’을 소개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신선함’을 제공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 발언했습니다. 현 게임 시장을 보면 기존 문법을 모방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여러 신선한 작품을 만들어왔던 개발자로써 이런 풍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저 개인적으로 뭔가 조금 다른 게임을 추구해왔던 사람인데요.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비슷비슷한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고, 창작자가 뭔가 남을 따라하는 것도 싫어했죠. 

그런데, 많은 개발자를 만나면서 느낀 것은, 개발하는데 있어서 사람마다 결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이런 비판적인 시선보다는, 그냥 결이 다른 개발자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영화로 치자면, 90년대 말만해도 소위 말하는 ‘조폭’ 영화가 많이 나오던 시기가 있는데요. 이러한 와중에도 인디 영화계는 여전히 잘 존속해왔죠. 문화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 당연히 대중적인 가닥이 생기는 것이고, 그와는 반대로 자기 창작에 몰두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봅니다. 게임 산업도 그런 관점에서 같은 흐름을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 과거 신선한 작품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 관련 강연도 많이 하기도 했죠
▲ 과거 신선한 작품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 관련 강연도 많이 하기도 했죠

아울러, 창작자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모방이 정말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개발자는 특정 게임을 해보고 자신도 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는 경우도 있죠. 그런 점에서 그냥 이런 모방이 마냥 돈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인디의 기준이 점차 모호해진다고 하지만, 이런 인디도 있고, 저런 인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는 ‘RP7’이 핵심이긴 하지만, 이전부터 정말 독특한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데요. 혹시 차기작에서 활용해보고 싶은 기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 당장 차기작에 대한 생각이 없을 정도로 ‘RP7’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이번 작품처럼 앞으로도 물리적인 느낌을 전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 플레이를 화면 밖으로 끄집어내고 싶습니다. 그게 물리적이든, 메타적이든 말이죠. 

▲ 전용 컨트롤러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용 컨트롤러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개발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몇몇 유저 분들이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봤거든요. 보다 게임을 더 잘 만들기 위해 이렇게 기간이 연장됐지만, 그만큼 지금 현재 ‘RP7’이 자랑스럽고,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려주신 분들에게는 얼마나 만족스럽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많이들 기대해주셨으면 하고요. 괜찮다고 생각하면 크라우드 펀딩으로도 후원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앞서 해보기 단계지만, 모두 같이 호흡하면서 완성해 나가고 싶습니다. 추가로, 이를 위한 좋은 커뮤니티도 생겼으면 한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여러분과 소통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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