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브레인 합병을 검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의 100% 자회사로 2017년 2월 분사해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사업을 전담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검토의 배경으로 카카오브레인의 누적 적자를 꼽는다. 공개가 미뤄지는 ‘코지피티(KoGPT) 2.0’을 비롯해 최근 회사의 AI 개발 방향에 변화가 감지된 점에도 주목한다.
결손금 1000억 이상…”이사회서 확정”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브레인은 연내 카카오 본사로 합병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관련해 알려진 사실 이외에는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확정하려고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분사 이후 계속된 카카오브레인의 적자를 감안하면 경영효율화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브레인은 2017년 출범 당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직접 대표를 맡아 진두지휘할 정도로 AI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 있었다. 그러나 분사 첫해부터 지금까지 줄곧 적자였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752억원에 달했다. 전년(301억원)의 두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결손금은 16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손실폭이 커지면서 신성장사업(카카오브레인)을 카카오의 더 넓은 비즈니스 구조에 통합해서 가져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용성보다 서비스 특화 sLLM 방점
카카오가 최근 공식석상에서 경량언어모델(sLLM)을 언급하는 등 생성형 AI 모델 개발 방향에 변화를 시사한 것도 이번 합병 검토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홍은택 전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다양한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차세대 경량화 AI 모델의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LLM이란 범용성 있는 초거대언어모델(LLM)과는 다르게 특정 분야나 응용에 특화한 언어모델이다. 이를 카카오톡 등 실제 서비스에 접목하면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이나 이용자 감정 분석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합병을 통해 조직간 칸막이를 없애 서비스 융합에 집중할 수 있다.
카카오가 당초 공개하려던 코지피티 2.0은 카카오브레인이 자체 개발한 LLM인 코지피티를 고도화한 것이다. 하지만 출시는 수차례 미뤄졌다. 내부 테스트에서 기대 이하의 성능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해 온 sLLM과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카카오톡, 카카오뱅크 등 대표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향으로의 선회 가능성을 업계에서는 크게 보고 있다. 앞서 카카오브레인이 구축한 경량형 AI 모델은 지난해 12월부터 카카오톡에 적용된 바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이 같은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이달 4일 AI전략최고위협의회에 앞서 기자들에게 “공개되는 (AI) 모델이 많기 때문에, 카카오는 좀 더 서비스를 지향하는 형태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