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상장기준은 고무줄? 페이코인, 상폐 뒤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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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이 지난해 4월 거래지원종료(상장폐지)됐던 페이코인(PCI)을 재상장했다. 위믹스에 이어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닥사)에서 내린 상장폐지 결정이 1년만에 뒤집힌 셈이다. 일부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사유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상장 기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페이코인, 1년만에 컴백

코빗은 지난 14일 페이코인(PCI)을 상장했다. 닥사 차원에서 페이코인의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지 1년 만이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다날이 선보인 페이코인은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지급결제 코인으로 주목받았으나,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 및 은행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를 요구하면서 국내 사업을 종료했다. 닥사는 지난해 4월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미확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 불수리 △국내 결제사업 중단을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코빗은 페이코인의 거래 지원을 결정한 이유로 국내 결제사업이 중단돼 실명계좌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 페이프로토콜AG의 사업모델·로드맵이 변경된 데다 국내 페이코인 보유자의 거래서비스 수요가 있고, 스위스 자금세탁방지법(AMLA)에 따른 자율규제조직인 금융서비스 표준협회(VQF-SRO) 회원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코인은 지난해 인력을 절반으로 구조조정하고 국내 서비스를 제외한 사업에 힘을 쏟았다. 이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영업, 인사·총무를 중심으로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상품을 개발하는 인력은 유지됐다”고 전했다. 페이코인은 실명계좌를 이용한 가상자산 지갑 결제 서비스 관련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예비인증을 취득하고, 현지 기업과 손을 잡고 해외서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추진했다. 다날핀테크는 블록체인 전문가인 손경환 카르도 전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또 불거진 ‘닥사 무용론’

앞서 페이코인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상장됐고, 코빗과 고팍스는 거래를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페이코인은 닥사 차원에서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던 종목이므로, 개별 거래소 차원에서 신규 상장이어도 재상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지난해 11월 고팍스가 위믹스를 신규 상장했지만 재상장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제재를 받았던 사례가 있다. 

닥사의 거래지원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상장폐지됐던 가상자산은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되어야 재상장이 가능하다. 페이코인의 국내 결제사업 중단,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미확보,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 불수리 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코빗은 페이코인의 국내 결제사업이 중단돼 실명계좌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페이코인은 닥사에 상장폐지 전에도 사업계획을 변경해 소명한 바 있다. 닥사 관계자는 코빗의 페이코인 상장과 관련해 “대응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페이코인의 재상장으로 ‘닥사 무용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닥사 무용론은 앞서 유통량 문제로 상장폐지됐던 가상자산 위믹스를 상장폐지된 지 3개월 만에 코인원에 재상장되면서 제기됐다. 올해 초에는 크레딧코인(CTC), 갤럭시아(GXA)에 대해 각 거래소마다 다른 결정을 내리면서 닥사의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닥사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은 나왔지만, 이번 건으로 아예 신뢰를 잃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거래량 증가 이끄는 코인 재상장

코빗은 상장폐지됐던 위믹스를 재상장하면서 재미를 봤다. 지난해 말 수수료 무료 정책과 가상자산 위믹스 상장으로 잠시나마 ‘만년 4위’ 딱지를 벗고 3위인 코인원의 거래량을 넘어선 바 있다. 17일 오전 8시20분 기준으로 코빗에서 페이코인의 지난 24시간 거래대금은 100억원으로, 비트코인(98억원)과 테더(77억원)을 넘어섰다. 빗썸이나 고팍스에서도 지난해 위믹스 재상장에 힘입어 점유율을 확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선례’가 만들어진 만큼 다른 가상자산거래소에서도 페이코인을 재상장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가상자산 위믹스가 상장폐지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재상장’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코인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코빗, 고팍스, 빗썸에 이르기까지 업비트를 제외한 거래소들이 재상장하면서 복귀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을 지냈던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이전에는 닥사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위믹스가 재상장되면서부터는 영향력이 현격히 떨어졌고, 시장의 관심도 이전같지 않다”면서 “거래소들도 닥사의 결정을 존중하기보다는 ‘불장’에서 경쟁력 있는 코인을 상장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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