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항암제 ‘부스터’ 효과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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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에게 더 큰 효과를 내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치료법이 개발되면 백신접종을 받은 전 세계 약 70%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암 치료 옵션(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암 바이러스는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감염시켜 이를 직접 파괴하거나, 인체의 면역반응을 유도해 공격하는 원리의 치료제다. 미국에서는 2015년 첫 치료제가 허가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신라젠, 진메디신 등이 개발하고 있다

중국 충칭, 난징대학교 등의 공동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암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방법으로 면역세포의 항종양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쥐의 종양세포에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담은 뉴캐슬병바이러스(NDV)를 투여하고 이에 감염되도록 실험했다. 뉴캐슬병바이러스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로 주로 쓰이는 동물 유래 바이러스다.

그 결과 암세포를 공격하는 쥐의 면역세포가 뉴캐슬병바이러스만 투여한 쥐보다 더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다. 뉴캐슬병바이러스가 암세포 주변으로 면역세포를 1차적으로 불러모은 데다, 암세포에 발현한 코로나19 단백질이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기억T세포까지 주위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기억T세포는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될 때를 대비해 우리 몸이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내에 남아있는 면역세포를 뜻한다. 기억T세포의 수명은 개인의 연령, 감염 바이러스 유형 등에 따라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평생까지 유지된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국제의학연구센터는 코로나19 유전자 정보를 담은 수포성구내염바이러스(VSV)를 쥐의 종양세포에 투여한 연구에서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다. 쥐의 면역세포의 항종양 기능이 강화되면서 VSV만 투여한 쥐와 비교해 생존기간이 상당 수준 개선된 것이다. VSV는 NDV와 함께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로 주로 활용되는 동물 유래 바이러스다.

이러한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 인구 약 70%가 펜데믹 기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으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면 이들 대부분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량은 135억9000만건으로 집계됐다. 백신을 한 번 접종받은 인구는 전체 중 67%, 두 번 이상 접종 받은 이는 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론적으로는 기존에 존재하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암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함께 발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여기에 3세대 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면 면역기능이 더 강화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항암바이러스 개발업계는 이 같은 연구가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에 들어가고 실제 환자에게 사용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시장은 2023년 2286만달러(310억원)에서 연평균 27% 성장해 2033년 2억5000만달러(3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암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발현시켜 면역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마우스 실험단계로 인체의 안전성이나 면역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에비던스(증거)를 계속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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