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사태 둔 정치권, 누구를 위한 반일 프레임인가 [기자수첩-산업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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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시민단체 가세…한일 감정싸움으로 번져

‘따뜻한 무관심’ 필요…철저한 계산 하에 결정해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데일리안, 연합뉴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데일리안, 연합뉴스

일본 총무성의 행정 지도로부터 촉발한 ‘라인야후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가세해 한 마디씩 얹는 가운데 시민단체까지 합세하면서 사태가 점차 한·일 양국 간 감정싸움으로 변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 차원에서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 재검토를 요청했다. 빌미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다. 라인야후가 개인정보를 위탁했던 네이버클라우드 서버가 해킹되면서 라인 가입자 개인정보 51만여 건이 유출됐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을 문제 삼으며 일본 정부가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한 건 처음이다. 이번 행정지도를 두고 일본이 한국 기업에서 13년간 공들여 키운 플랫폼을 강탈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일본 정부가 뻔한 속내를 드러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네이버로서는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했을 테지만, 이런 식의 지원을 기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라인야후 사태가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종 외교’로 인한 결과물이라며 반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토 히로부미: 조선 영토 침탈, 이토 히로부미 손자: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 조선 대한민국 정부: 멍~”이라고 올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4일 독도에 방문해 라인야후 사태를 언급하며 “과거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친일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굴종도 이런 굴종이 없다. 친일정권을 넘어 종일, 숭일 정권”이라고 힐난했다.

기업의 문제가 정치권으로 퍼지면서 네이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자칫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 지분을 넘긴다고 밝히기라도 하면 ‘친일 기업’이라고 뭇매를 맞을 정도다.

시민단체’IT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회는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의 협박에 굴복한다면 향후 두고두고 네이버는 ‘친일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며 “13년간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을 상대 국가의 압력에 굴복해 넘겨준다면 이를 환영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국민 여론도 들끓고 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플랫폼을 일본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라인 설치량이 늘고 있다. 16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 첫째 주(4월29일~5월5일) 라인 앱 신규 설치 건수는 5만8346건이다. 일본 총무성이 2차 행정지도를 내렸던 지난달 셋째 주(4월15~21일, 5만504건)와 비교하면 5.3% 증가했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그렇듯 칼로 무 자르듯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장기간 이어온 서비스인 만큼 라인야후는 네이버 본사 및 자회사들과 지분을 포함해 기술적, 경영적 측면에서 얼기설기 얽혀 있다. 오죽하면 라인야후도 네이버와의 네트워크 완전 분리에 2년 이상 소요된다고 총무성에 보고하는 등 난항을 예상했다.

지금 네이버에 필요한 건 ‘따뜻한 무관심’이다. 당초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 지분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힌 것처럼 철저한 사업적 이익 계산에 따라 해법을 찾도록 놔둬야 한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입장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날카롭게 실익을 따져야 한다. 본래 사기업이란 본래 기업이란 제도적 제약 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다. 네이버는 지금 치열한 셈법에 따라 최적의 결과물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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