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솔로 활동의 일환으로 브루노 마스와 협업해 발표한 ‘아파트'(APT.)가 놀라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뮤직비디오 공개 5일 만에 유튜브 1억 뷰를 돌파했는데 올해 발표된 뮤직비디오 중 최단기간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선 미국 차트 1위와 글로벌 데일리 톱 송 차트 1위를 달성했다. 케이팝 여가수 최초의 기록이다.
또 발매 1주일 만에 스포티파이 1억 스트리밍을 달성하기도 했다. 케이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단 기록이다. 케이팝 전체로 보면 6일 만에 1억 스트리밍을 달성한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세븐’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아파트’는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 10~12위 정도로 진입할 거란 예측이다. 이게 실현된다면 케이팝 여성 가수 역대 최고 기록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협업한 ‘아이스크림’의 13위였다. 보통 솔로 활동 성적은 팀 활동 때보다 저조하기 마련이다. 팬덤의 화력이 팀 활동에 비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로제의 신곡은 블랙핑크 이상의 성적까지 기대가 되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런 차트들의 수치보다 인터넷 세계에서 국제적으로 이는 뜨거운 열풍을 통해 ‘아파트’ 신드롬이 더 생생하게 체감된다. ‘아파트’가 발표되고 불과 2~3일 후에 독일의 클럽에서 서구인들이 ‘아파트’를 외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서구인들이 ‘어파트먼트’가 아닌 ‘아파트’라고 외치는 모습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뒤이어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풍경이 나타났고, ‘아파트’라는 한국의 술 게임을 따라 하는 외국인들도 나타났다. 로제의 ‘아파트’가 한국의 술 게임 ‘아파트’를 소제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놀라운 신드롬이 터진 이유는 일단 노래가 좋기 때문이다. 신나고 재밌고 깔끔하다. 전체적으로 리드미컬하게 흥을 돋우는 리듬이 돋보이는데 그렇다고 멜로디의 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Don’t you want me like I want you, baby Don’t you need me like I need you now’라고 하는 부분이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후반에 로제가 확성기를 들고 ‘Hold on, hold on I’m on my way’라고 하는 부분에선 후련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러면서 ‘아파트 아파트’라고 반복되는 부분이 재미있고 흥겨우면서 동시에 중독성까지 있다.
세계 최고 걸그룹인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와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만났다는 것도 화제성을 키웠다. 노래가 단순하게 반복되고 안무도 매우 쉬운 동작으로 이루어지면서 요즘 유행인 챌린지 문화하고도 연결됐다. 누리꾼들이 재밌는 안무를 따라 하는 짧은 영상이 대유행이다. ‘아파트’는 발표되자마자 짧은 영상 전문 플랫폼인 틱톡을 제패했다.
과거 재밌고 흥겨운 노래와 안무로 세계를 강타한 것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는데 ‘아파트’도 어느 정도 그런 측면이 있다. ‘강남스타일’의 히트에 뮤직비디오가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이번에도 뮤직비디오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아파트’ 뮤직비디오는 거창하고 복잡하지 않다. 그저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이 흥겹게 노는 모습을 담은 소품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게 어느 대작 뮤직비디오보다 큰 힘을 발휘했다. 곡의 단순성에 이어 뮤직비디오의 단순성이 흥행 열기를 대폭발시켰다.
케이팝 뮤직비디오가 너무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더 반갑기도 하다. 노래도 역시 일반적인 케이팝에선 보기 드문 단순 경쾌한 분위기라 의미가 있다. 케이팝은 노래도 무겁고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아파트’ 히트로 케이팝의 지평이 더욱 넓혀진 것이다. 또, 이 노래가 팝록 스타일이라는 점도 매우 반가운 요소다. 케이팝에서 록을 찾아보기 어려워 아쉬웠는데 ‘아파트’가 그 부분도 채워줬다. 서구에선 이런 팝록 스타일이 익숙해서 서구인들이 더 친숙하게 느꼈을 것이다.
거기에 한국적인 요소가 서구인들에게 재밌고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아파트라는 말부터 서구인들에겐 생소하다. 노래 서두엔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께임 랜덤께임’이라는 식으로 한국 게임어투가 나오고 중반부엔 브루노 마스가 태극기를 들도 ‘건배 건배 girl what’s up’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이국적인 요소들이 서구에선 재미 요소로 다가갔고 한국인에겐 ‘브루노 마스 팝에 한국이 등장하다니!’라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했다. 이러니 나라 안팎에서 신드롬이 터진 것이다.
이 노래 신드롬을 통해 한국의 아파트 문화나 술 문화 등이 널리 알려질 태세다. 로제가 소맥을 만든 것도 화제가 되면서 소주 회사 주가가 뛰었다. 김치볶음밥도 로제가 소개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서 한국이 핫하고 재밌는 곳이라는 인식이 더 크게 퍼져갈 것으로 기대된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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