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치킨집 사장님도 프로그래밍 배운다”…개발자 사관학교 ‘크래프톤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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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 인터뷰

4년째 진행 중인 사회공헌 프로그램

“5개월간 합숙하며 개발 역량 강화”

“별도 캠퍼스 세워 프로그램 스케일업 시동”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크래프톤 사옥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크래프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간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싶어서 입소하신 분도 있어요. 지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계십니다. 크래프톤 정글엔 개발을 정말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 말그대로 ‘진짜’들만 옵니다. 저희는 이들에게 프로그래밍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거죠.”

지난 3일 데일리안과 만난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은 “정글 캠퍼스에 들어오는 순간 장소, 환경, 주변인 모든 게 바뀐다”며 “나와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온 사람들과 함께 아침부터 밤까지 개발에만 몰두하게 된다. 면학 분위기가 정말 뜨겁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김 원장은 크래프톤의 공동 창업자이자 크래프톤 정글의 원장으로서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게임업계에 발을 들인 후 20년간 테크니컬 디렉터로 근무해 왔다.

크래프톤 정글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크래프톤의 CSR(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이다. 전공이나, 경력, 학위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5개월 간 합숙을 거치며 자기주도적 학습 커리큘럼과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22년 10월 첫 발을 떼 현재까지 293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김 원장은 “크래프톤이 2007년 초에 창업해서 기업공개(IPO)도 하는 등 한국에서 많은 기회를 얻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 않냐”며 “우리가 이제 사회에 받은 걸 어떤 식으로 되돌려 줄지 많이 고민했고, 그 답을 청년 문제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데 그 시작이 굉장히 어렵지 않냐. 이들을 돕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교육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톤 정글은 현재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는 ‘정글 프로그램’ ▲게임의 재미를 탐구하고 제작 및 출시하는 ‘정글 게임랩’ ▲게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게임 테크랩’ 등 3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개발 직군의 근간이 되는 컴퓨터 공학 등 기초 학습 위주로 구성돼 있다. 컴퓨터 공학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돼야 여러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중 게임 테크랩은 지난달 신설된 것으로, 오는 13일까지 1기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김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엔진 등 상용화된 게임 엔진을 사용하는데 대부분 엔진을 잘 사용하는 데에 그친다”면서 “게임 엔진 각각의 구성 요소나 동작 원리를 잘 파악하면 엔진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학습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크래프톤 사옥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크래프톤

김 원장은 참가자들이 크래프톤 정글에서 프로그래밍 역량만큼 중요한 협업 능력과 몰입의 경험을 얻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정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협업”이라며 “협업 능력은 나를 잘 이해하고 타인에게 내 생각을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것, 상대방이 하려고 하는 걸 내 장점으로 도와 좋은 결과를 도모하는 것이다. 매주 바뀌는 과제를 함께 수행하며 이러한 부분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간과 시간, 만나는 사람을 다 바꿀 수 있는 곳이 정글”이라며 “젊을 때 한 번쯤은 5개월 정도 몰입해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경험을 하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냐. 몰입하는 경험 자체로 자신감도 생기고 수료하신 분들을 보면 만족도가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참가자들은 직접 만든 게임을 출시하고 이용자 피드백을 받아볼 기회도 갖게 된다. 게임랩 2기 수료생들은 총 6종의 게임을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출시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보는 경험이 상당히 중요하다. 게임을 완성해서 론칭하고 사용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아서 그 다음을 게임을 만드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개발자는 성장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어떻게든 게임을 출시하라고 독려한다. 이용자들에게 선보이고 나쁜 피드백도 받아봐야 어느 부분을 어떻게 보강할지, 무엇을 헛발질했는지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정글은 지난해 말 경기도 용인에 완공된 정글 캠퍼스를 전진기지 삼아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전까지는 경기대나 서울대 등 여러 대학 강의실과 기숙사를 오갔는데, 이제는 직접 학교를 지어 참가자들이 오로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든든한 지원으로 가능했다고 전했다. 장 의장은 지난 2일 새해 첫 근무일부터 경기대 수원 캠퍼스를 찾아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3시간 넘게 티타임을 가졌다. 프로그래밍 자체에 대한 조언 외에도 청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의장님도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 IT 인재들이 많아져서 대한민국이 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해 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10년 뒤엔 IT 산업계에 크래프톤 정글 출신 친구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함께 커가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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