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철밥통 깨질라” 이통 3사, 군살 빼고 AI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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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발표서 “AI사업 고도화, 수익화” 이구동성

스마트폰 교체 주기 확대, 단통법 폐지로 새 수익원 찾기 시급

인력 감축, 저수익 사업 정리 등 ‘군살 빼기’에도 나서

서울 한 지역 이동통신 3사 대리점. ⓒ뉴시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비대한 조직을 정리하고 인공지능(AI) 사업 고도화와 수익화에 나선다. 전통적 매출원인 이동통신사업만으로는 지속성장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이달 잇달아 진행한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제히 AI 사업과 관련한 올해 구상을 밝혔다.

지난 13일 2024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KT의 경우 기업용 AI·클라우드 서비스를 앞세워 B2B(기업간 거래)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1분기 내 보안을 강화한 한국형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Secure Public Cloud)’를 출시해 B2B 고객들을 대상으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는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규제·보안 등 시장환경에 맞게 재조정한 공공 클라우드다.

양사가 함께 개발 중인 국내 산업 특화 AI 솔루션 ‘한국적 AI 서비스’는 현재 GPT-4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역사, 정치,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CFO는 “한국 내 전략 고객사 30개사를 선정해 이들에게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MS에 제안 중”이라며 “이들 고객에게 전문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컨설팅 부문 기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AI, IT(정보기술) 등을 포함한 전체 B2B 매출은 올해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이 목표다. KT의 작년 B2B 매출은 1조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12월 23일 SK브로드밴드 가산 IDC에서 유영상 SKT CEO가 GPUaaS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SKT

SK텔레콤은 이미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AI B2B 사업 성장률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는 한편, AI B2C(기업 대 소비자 거래) 사업 수익화에도 본격 나선다. 국내향 개인용 AI 에이전트(PPA) ‘에이닷’의 유료화가 핵심이다.

김양섭 SK텔레콤 CFO는 12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에이닷은 누적 가입자 827만명을 확보했으며, (이용자들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 중”이라며 “이르면 연내 구독 모델 기반 유료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에이닷은 ▲통화 녹음·요약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자연스러운 대화 경험 ▲일상 관리 기능 ▲뮤직·미디어·증권 등 다양한 에이전트를 통한 정보 제공 등이 주요 서비스다.

김 CFO는 “일상경험과 검색 등을 결집한 구독상품을 기획하고 있다”며 “당사 타 서비스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형태까지 포함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작년 1930억원의 매출을 올린 AIX(AI전환) 사업의 경우 올해 약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AIX 사업에는 AI 클라우드, AI 비전, AICC(AI컨택센터) 등 AI B2B 상품이 있다.

AI DC(데이터센터)는 올해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2월 글로벌 GPU 클라우드 기업인 람다와 협력해 가산 AI 데이터센터를 오픈하고 SK텔레콤의 GPU 클라우드 서비스(GPUaaS)를 선보이며 AI DC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국내 지역거점 하이퍼스케일 AI DC를 구축해 아시아태평양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CFO는 “서울이 아닌 국내 지역에 하이퍼스케일 AI DC 구축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이 인프라 규모를 키워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DC 허브로 도약시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사들에 비해 일찌감치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 역시 AI DC, AICC(AI컨택센터) 등 AX(AI 전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여명희 LG유플러스 CFO는 지난 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경영 목표는 연결 기준 서비스 수익 2%(단말을 제외한 수익) 이상 성장을 제시했다. 그는 “원가경쟁력 확보 등 수익구조 개선 통해 이익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것”이라며 “AI DC와 AICC에 자원을 집중해 전년도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겠다”고도 했다.

이처럼 이통 3사가 일제히 AI를 화두로 던진 상황은 전통적 매출원인 이동통신사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 확대로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성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친 가운데, 지난해 12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 이후 사업자간 보조금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여명희 CFO는 “가입자 유치 활동이 소폭 많아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단통법 이전처럼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것이 적합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명호 KT 기술혁신부문 Tech전략TF 상무가 11일 서울 KT 광화문 이스트 사옥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 기자설명회에서 AX 중심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민단비 기자

인력 감축과 저수익 사업 정리 등 ‘군살 빼기’ 역시 이통 3사의 공통적인 생존 전략이다.

SK텔레콤은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전략에 따라 이미 지난해 말 큰 폭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포털사이트 네이트와 메신저 서비스 네이트온 등을 운영하는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와 F&U신용정보, 손자회사인 복지 플랫폼 기업 SK엠앤서비스를 매각했고, 연말 단행된 2025년 인사에서 임원 규모를 기존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였다.

KT는 지난해 퇴직 2700명, 자회사 전출 1700명 등 4400명을 구조조정했다. 이에 따른 퇴직금 부담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난(50.9% 하락) 8095억원에 그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저수익 사업 정리를 추진 중이다. 아이돌플러스, 스포키 등 일부 플랫폼서비스에 대한 운영을 중단했으며 B2B(기업간거래)도 스마트팩토리, 로봇, 화물, 메타버스 사업을 중단했다. 회사측은 올 상반기까지 저수익 사업 정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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