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실세들, ‘이것’ 하러 자회사 이사회 합류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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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LG유플러스·SK하이닉스, 이달 주총서 모회사 기타비상무이사 신규선임

SK스퀘어, 반도체 투자로 이익 극대화 모색…SKT·유플도 AI 등서 그룹 시너지 검토

주요 대기업 사옥. ⓒ박진희 데일리안 그래픽 디자이너.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이 기간 주요 기업들은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해 이사진을 새롭게 꾸린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의 일상적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아웃사이더’ 같지만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기에 ‘상사의 상사’ 같은 존재감을 풍기기도 한다. 때로는 자회사의 관리·감시 역할도 해 미묘한 긴장 관계가 생긴다. 주로 지주회사 임원이 발탁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누구냐에 따라 그룹의 주력 사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새로 선임되는 주요 기업 기타비상무이사를 살펴봤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SK하이닉스 등 SK·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사외이사 외에 기타비상무이사를 각각 새롭게 선임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7일 정기주총에서 한명진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을 3년 임기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SK스퀘어는 SK그룹의 중간지주사이자 투자 전문회사로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한 후보자 추천 사유로 “CSO(최고전략책임자) 경험과 투자·사업개발 전문 역량 기반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글로벌 투자 영역의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글로벌 투자전문가”라고 했다.

한 사장은 SK텔레콤에서 글로벌사업개발 본부장, 글로벌 얼라이언스 실장, 기업 전략 담당을 두루 역임했으며 지난해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을 맡았다. 글로벌 경험과 투자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을 이사회로 영입해 SK하이닉스의 미래 반도체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얻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AI(인공지능) 열풍이 불러온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으로 국내외 지역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fab·반도체 생산)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SK그룹은 지난해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같은 반도체 강화 전략에 발맞춰 SK스퀘어도 반도체 중심 투자로 무게추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SK스퀘어는 올해 현금성 자산 1조3000억원 이상 확보해 AI·반도체 분야 신규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처를 물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단위 투자재원은 올해 SK하이닉스 배당수익(약 3550억원)과 SK쉴더스 잔여 지분매각대금(약 5000억원) 등을 활용한다.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에 ‘맞춤 투자’ 전략을 펴는 것은 그룹 차원의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 일환이기도 하지만, SK스퀘어 수익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이 회사 지분 20.07%를 들고 있으며 해마다 지분법손익을 연결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2021년 11월 출범 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3조9126억원을 달성 이유로 SK하이닉스의 지분법 이익 증가를 꼽기도 했다. DS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따른 지분법 이익 증가로 올해 영업이익은 4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SK스퀘어의 과도한 자회사 지분법손익 및 배당 의존도를 우려하기도 한다. SK하이닉스 쏠림 구조를 탈피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영상 SKT CEO가 2일(현지 시간) MWC25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사업 고도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SK텔레콤

SK텔레콤은 오는 26일 정기주총에서 강동수 SK(주) PM(포트폴리오 관리)부문장을 임기 3년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다. 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사인 SK(주)는 SK텔레콤 지분 30.57%를 보유하고 있다.

강 PM부문장은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 수펙스추구협의회 SV추진팀 임원, SK에너지 솔루션&플랫폼 추진단장,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부문장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SK텔레콤 이사회는 강 후보자 추천 이유로 “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를 총괄하고 있으며 사업 전략·기획·재무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했다”면서 “자사 통신, AI 사업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체질 개선 일환으로 AI 수익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 2025’ 자리에서 발표한 AI 데이터센터(AI DC) 토털 솔루션 시장 공략을 골자로 한 ‘AI 피라미드 2.0 전략’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AI DC 사업 모델 및 AI 에이전트 B2B·B2C 고도화, 자강과 협력을 통한 AI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AI 수익화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은 AI 컴퍼니 전환을 통해 2028년까지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이같은 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전략적 결정에 강 PM부문장이 작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M부문은 포트폴리오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자회사의 사업 모델 혁신과 제품·기술 차별화, 공정 혁신 등 운영 효율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PM부문이 기존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서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돼 위상이 높아졌다.

그가 SK텔레콤의 운영 효율화, 미래 성장사업 발굴, 중장기 투자 등에 대해 경영진과 의견을 공유하고 이 회사 경영진이 효과적으로 전략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가운데)과 맷 레너(Matt Renner) 구글 클라우드 글로벌 영업 총괄(왼쪽), 캐런 티오(Karen Teo) 구글 APAC 플랫폼/디바이스 파트너십 총괄이 MWC25현장에서 협업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도 오는 25일 정기 주총에서 권봉석 (주)LG COO(최고업무책임자) 부회장을 임기 3년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새로 선임한다. LG그룹 지주사인 (주)LG는 LG유플러스 지분 37.6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권 부회장은 LG전자에서 HE(TV)사업본부장, MC(모바일)사업본부장, LG전자 CEO를 거쳐 2021년부터 (주)LG에서 COO를 맡고 있다. 권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주)LG를 각자대표로 이끌고 있어 사실상 LG그룹 내 2인자로 평가받는다.

LG유플러스 이사회는 권 후보자 추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산업 및 기술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사의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에 기여하고 LG계열사들과의 시너지 도모를 통해 당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다른 통신사들과 마찬가지로 AI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AI 서비스인 ‘익시오(ixi-O)’를 선보였으며 고성능 AI 서버의 높은 부하 관리를 위해 액체 냉각 솔루션도 개발중이다.

이같은 체질 개선을 위한 전략적 의사 결정에 그룹 넘버 투인 권 부회장이 다양한 경영지식과 통찰을 공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수십 년간 LG전자 등에서 여러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시장 트렌드에도 높은 이해도를 쌓아 올린만큼 그가 M&A(인수합병), 지분 투자 등 LG유플러스의 비전과 중장기전략 수립에 있어 모-자회사간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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