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향한 美 정부 압박 거세질 듯
업계 “대만과 한국의 통상 상황 달라”
“삼성·SK 등 투자 계획 변함 없을 듯”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대미(對美)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취할 대미 전략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3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미국에 1000억 달러(한화 약 145조9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TSMC의 기존 미국 투자금 650억 달러(95조원)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추가 투자다.
앞서 TSMC는 2020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로 확대했다. 이번 신규 투자 계획 발표로 투자액은 총 1650억 달러(240조원)로 늘어난다.
TSMC 애리조나 1공장은 최근 4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고, 2공장은 2027년 3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3공장은 2027년 말에 생산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의 투자 계획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며 상당 부분을 TSMC가 만들 것”이라면서 “이것은 경제 안보는 물론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TSMC의 이번 추가 투자는 최근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관세 부과 정책들을 연이어 내놓은 가운데 만들어진 대응책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에 고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첫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인 만큼 미국에 투자하는 국내 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는 이미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TSMC처럼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인지 주목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 규모를 기존 440억 달러(64조원)에서 370억 달러(54조원)로 낮춘 상태다. 평택·기흥 캠퍼스 등에서 생산·연구개발 시설을 확보 중인데다 파운드리에서 수조원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5조6400억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두 회사는 우선 미국 투자 계획에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통상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공장 설립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절차마저 까다로워 현지 투자 확대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아울러 TSMC와 국내 업계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대상 관세를 예고만 했을 뿐 아직 확정하지는 않은 상황으로, 국내 업계의 의사 결정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뒤따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대만 TSMC와 국내 기업들이 처한 통상 상황은 많이 다르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추가 투자 등의 압박이 클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관세 정책 등이 나온게 없어서 구체화되기 전까지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며 “각 기업이 직면한 상황이 너무나 다른만큼 상황을 지켜봐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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