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금 조성 직접 투자 방식, 연내 프로그램 가동 기대
“천문학적 비용에 실현가능성 의문…여야 협의 속도감도 중요”

정부가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 50조원을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기존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저리지원 프로그램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더 나아가 이 자금을 기초로 산은 본체·시중은행과 협력해 총 100조원 이상 집중지원이 가능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지만,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지닌 4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강기룡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지난해부터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부처합동으로 추진해 그 프로그램이 현재 원활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을 통해 추가적으로 반도체 외의 다른 분야(2차전지, 친환경차, 바이오 등)에서 지원 요청들이 끊임없이 정부에 제기돼 왔다”며 “그러던 와중에 지난 1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나온 방안을 한 달이 채 안 돼 관계부처간 합의를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기금을 조성해 직접 투자 방식으로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반도체 저리대출 등을 통해 첨단전략산업을 지원 중이었으나, 작은 규모와 금융규제 준수, 대출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첨단전략산업에 지분투자, 후순위출자와 초저리대출이 가능한 50조원의 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금은 정부 보증 기금채에 산은 자체재원 활용 기금을 출연해 마련한다. 향후에는 이 보다 2배인 100조원 이상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거론되는 만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앞서 비슷한 관례를 봤을 때 이번 방안도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추진하면서 은행권에 참여를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와 유관부서가 협의 되기 전 상황이라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금액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향후 이뤄지는 대부분의 재원이 은행권에서 충당한다는 계획인데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권유이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이나 공급망기금처럼 정부보증채를 재원으로 하는 기금의 경우 금융회사 출연이 별도로 없다”면서 “이번 산은 기금 출연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방안은 산은의 출연금을 기반으로 정부가 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실질적으로 투자 지원을 한다는 데에서 차이가 있다”며 “세부적인 100조원이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신디론(은행·산은과의 공동대출)이나 구매자금융에서 기금 일부하고 나머지 매칭하는 방식 등을 통해 2배 정도 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을 포함해 금융권의 대출을 받는 기업들은 대출이자 부담을 결국 원가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번 방안으로 산은에 별도 기금을 신설하고 기금이 후순위 보강의 투자를 하면 국제적인 금융규제상(바젤) 은행의 지분투자 여력이 최대 4배 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금이 최소7.4%의 후순위 투자를 하면 기금의 위험가중치(RWA)는1250%로 잡히지만 선순위 투자를 한 은행의 자본비율 산정시 위험가중치는 상장사250%, 비상장사400%에서 100%로 대폭 낮아진다.
통상 지분투자는 대출보다 리스크(위험)가 높기 때문에 자본비율 산정시 2.5~4배 만큼 부담이 더 생기지만 기금이 후순위로 참여할 경우 최대 4분의 1만큼 위험이 감소해서다.
이에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은 물론 다른 시중은행도 기금의 후순위 투자를 끼고 투자하면 위험가중치가 100%로 낮아져 투자 유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책 의도는 좋으나, 대통령 탄핵 정국 속 여야 협의가 속도감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을 나타냈다.
정부는 이날 확정된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방안’을 토대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과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을 신속히 마련해 3월 중 국회에 제출하고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강 국장도 이와 관련 “정부 보증동의안은 기재위 소관으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여야 간에 별다른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첨단전략산업 지원에 관한 의지는 여야를 막론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 내에 법안이 통과돼 연내에 프로그램들이 가동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한 경제학자는 “여야 간의 국회 의사 일정도 조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법안이 통과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당장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2기 체제에 맞춰 정부 대응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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