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철탑부터 광케이블까지, AI로 점검하는 SKT ‘톺다’

원활하게 통신이 이뤄지기 위한 유선 인프라 설비는 곳곳에 깔려 있다. 전국에 설치된 광케이블은 지구를 다섯 바퀴 감고도 남는 규모고, 지중 관로는 지하철 철로의 20배에 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설은 점차 노후화되는데, 이를 사람이 일일이 찾아 점검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SK텔레콤(이하 SKT)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통신 인프라를 점검하는 솔루션 ‘톺다’를 상용화했다.
비가 쏟아지는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도로. SKT의 톺다 장비가 탑재된 차량 내 화면에 연이은 알림이 떴다. 톺다가 공사 현장은 물론 주위의 포크레인, 고소작업차까지 위험요소를 곧바로 파악해 알림을 보낸 것이다.
강한 빗줄기와 흐린 날씨, 장애물이 가득한 도로에서도 톺다는 위험요소를 손쉽게 찾아냈다. 이렇게 찾아낸 정보는 서버로 보내고, 케이블과 전주 등 인접한 통신시설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톺다는 ‘샅샅이 훑어보다’는 뜻의 우리말이다. 차량에 설치한 AI 카메라로 확보한 영상을 분석해 공사장·중장비, 선로 시설물 불량 등 11개 유형의 점검 요소를 탐지한다.
톺다 플랫폼을 이루는 기반은 AI 영상 플랫폼 ‘비스타(VISTA)’다. 가상 공간에 실제 통신 설비를 구현해 분석하는 일종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SKT의 ‘비전 AI와 맥락 AI, 공간 AI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라이다(LiDAR) 같은 고가 장비 없이 차량·드론이 촬영한 영상만으로 공사 현장이나 공사 징후, 장비 불량 등을 감지해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스타를 기반으로 드론 영상을 분석하는 ‘비스타-드론(VISTA-Drone)’은 철탑을 3차원 모델로 재구성한 후 AI가 안테나의 위치부터 각도, 크기, 철탑의 볼트·너트까지 자동으로 인식하고 부식의 위험이 있는지 판독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사람 2명이 최대 75m까지 직접 올라야만 했던 철탑작업의 위험을 줄였다. 점검 시간은 60% 가까이 단축했고, 판독 시간도 85% 가량 줄였다.
SKT는 지난 8월까지 수도권에서 차량 6대를 활용해 톺다를 시범 운영한 결과, 별도의 점검 인력이나 차량을 투입하지 않고도 대상 유선 구간 시설물의 약 50%를 점검하는 데 성공했다. SKT는 톺다의 설치 차량을 약 150대까지 늘리고, 2028년까지 점검 범위를 9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연내 터널 내 유선설비 점검에 톺다를 적용할 계획이다. 저조도 카메라와 조명으로 터널 내부 영상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검증(PoC)을 마쳤다. 터널 내 유선설비 점검은 작업자에게 가장 위험한 작업 중 하나로 꼽힌다. SKT는 가스·전력·송유관 등 다른 산업 현장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SKT는 다수의 AI 솔루션을 통해 네트워크 운용 전반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대규모 인파 밀집 행사 트래픽에 대응하는 무선망 운용 시스템 ‘에이원(A-one)’, 코어망 통합관제 시스템 ‘스파이더’가 대표 사례다.
기존에는 콘서트, 불꽃놀이 등 대형 이벤트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기지국 배치 계획을 수립하는 데만 5일이 걸렸다. 그러나 에이원을 도입한 뒤로는 자동으로 이벤트 정보를 파악하고, AI가 인파와 트래픽을 분석하면서 약 30분만에 필요한 이동기지국 수량과 위치를 도출할 수 있게 됐다. 이벤트 대응에 투입하는 인력도 기존 대비 63% 줄었다.
거미줄을 쳐놓은듯 코어망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탐지하고 대응하는 스파이더도 AI 전환(AX) 사례다. 75대 시스템에 흩어져 있던 알람을 한 화면에 실시간으로 모아,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이상 징후까지 빈틈없이 감지한다. 스파이더 도입 후 코어망에서의 실제 고장률은 53%, 평균 복구 시간은 24% 감소했다.
복재원 SKT 네트워크 운용담당은 “톺다와 비스타를 활용해 통신 인프라 안전 점검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점검 인력이 우선 순위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AI와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운용의 안전성과 효율을 높이고, 자율 네트워크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