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당한 OTT 또 쓰라고? ‘쿠폰 보상’ 도마 위

사회 각 분야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의 피해보상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혜택을 지급하는 쿠폰 및 이용권 중심의 보상을 관행처럼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쿠폰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실질적 보상을 받지 못하는 데도 기업들이 현금보상 대신 쿠폰보상을 고집하는 건 피해구제보다는 소비자 이탈방지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티빙 보상안에 뿔난 소비자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지향은 지난 5월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15만3000명을 웃도는 인원이 집단소송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향은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로 피해사실이 명확해짐에 따라 원고를 추가 모집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 후 피해사실이 명확해졌다는 이유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출된 계정은 중복을 포함해 3954만개에 달했다.
특히 티빙이 발표한 2000억원 규모 자체 보상안이 공개된 이후 집단소송 움직임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티빙이 제시한 보상 패키지는 △해킹·피싱 안심보험 1년 △3개월간 프리미엄급 시청환경 업그레이드 △5000원 상당 티빙 포인트 △웨이브 AVOD 1개월 이용권이나 CGV 할인쿠폰 등으로 구성돼있다.
티빙은 약 2만원 상당의 보상안이라고 했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보상 혜택 상당수가 결국 티빙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적용되고, 티빙 이용요금이 감면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5000원 상당 티빙 포인트도 월 이용권 결제에는 사용할 수 없고, 유료 콘텐츠를 별도로 구매할 때만 쓸 수 있다.
또한 SK텔레콤(SKT)과 KT 등 통신사들이 별도의 신청 없이 보상을 적용했던 것과 달리 티빙은 이달 말까지 이용자가 별도로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
보상안으로 서비스 재이용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출된 계정 중 휴면 계정(850만개)과 탈퇴 계정(887만개)은 총 1737만개에 달한다. 이들이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티빙에 재가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금보상은 어디에?…”피해회복 한계”
기업이 해킹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특정 서비스와 연계한 보상안을 제시하는 걸 문제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SKT, KT, 쿠팡, 티빙 등에서 굵직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랐지만 보상은 대부분 자사 혜택 지급에 그쳤으며 현금보상이 자율적으로 이뤄진 사례는 드물다.
SKT의 경우 한 달간 통신요금 50%를 할인하고 지난해 8월부터 12월에 이르기까지 매월 5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했다. KT는 전 고객에게 데이터 100GB와 OTT 이용권을 지급하고,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는 15만원 상당 통신요금과 단말교체 비용을 지원했다. 쿠팡은 쿠팡이츠, 쿠팡트래블, 알럭스 등을 포함해 약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보상을 받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면서 결국 소비자들은 집단소송 등 별도의 법적 대응을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소송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배상액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개인정보 침해 소송에서 인정된 위자료는 평균 약 10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기술적 복잡성이 높고 관련증거가 개인정보처리자(기업)에 집중돼 피해입증이 쉽지 않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쿠팡, 티빙 등이 제시한 보상안은 결국 자사 서비스 이용에 따른 기업의 이득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면서 “해당 서비스를 더는 이용하고 싶지 않은 이용자에게 필요한 보상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