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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위닝포스트 10’에서 우마무스메가 보여요

인기 서브컬쳐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는 일본 경마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게임 내 캐릭터들은 일본 경주마들을 미소녀로 재해석한 것이고, 그들의 서사 역시 원본이 되는 경주마의 경력을 각색한 것이죠. 그래서 ‘우마무스메’를 즐기다 보면 게임 속 미소녀 캐릭터의 원본 또는 일본 경마에 대해 관심 갖게 되기도 하고,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소재로 한 다른 게임이 없는지 찾아 보게 됩니다.

▲ 그래서 준비한 코에이 테크모의 경마 시뮬레이션 게임 ‘위닝포스트 10’

일본 경마를 소재로 한 게임의 대표 주자로는 ‘위닝포스트’ 시리즈가 있습니다.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익숙한 코에이 테크모의 경마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장수 타이틀이죠.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일본어만 지원하고 판매 자체도 일본 내로만 제한되어 있어 국내에서 접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임인데요. 하지만 즐기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있었고, 지난해 ‘우마무스메’ 국내 출시와 유명 게임 전문 스트리머 생방송 등을 통해 인지도가 살짝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위닝포스트’는 어떤 게임인지, 지난 3월 30일 정식 발매된 ‘위닝포스트 10’의 첫인상과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 ‘위닝포스트 10’ 경주 장면

‘위닝포스트’는 어떤 게임?

‘위닝포스트’ 시리즈는 일본 경마를 소재로 한 시뮬레이션 장르입니다. 플레이어는 일본 경마계에 갓 입문한 ‘오너 브리더’가 되는데요. 오너 브리더란 ‘마주(오너)이자 말 생산자(브리더)’라는 의미로, 경주마 소유자이자 자체적인 생산목장까지 보유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축구나 야구, 농구 등에서의 구단주쯤 되는 위치이지요.

▲ 뒤쪽으로 보이는 공간이 사무실, 그리고 오른쪽 NPC가 비서입니다

요약하자면 구단주가 되어 스포츠 팀을 운영하는 게임인 셈인데, ‘구단 운영’이라는 측면에선 ‘풋볼 매니저’나 각종 스포츠 게임의 단장(GM) 모드와 유사합니다. 다만, 이러한 게임들은 대개 현재 시점을 주로 다루는 반면, ‘위닝포스트 10’ 플레이어는 1973년·1984년·1991년·1998년·2005년·2012년·2024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죠. 참고로 전작인 ‘위닝포스트 9 2022’에선 1976년이 가장 이른 시작 연도였는데, ‘위닝포스트 10’에선 1976년이 사라진 대신 1973년이 신설됐습니다.

▲ ‘위닝포스트 10’에서 신설된 1973년 스타트.
▲ 각 시작 연도는 일본 경마사에서 중요한 해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회색마가 그 유명한 골드쉽

시작 연도를 선택한 다음, 게임 환경 설정을 통해 이름, 성별, 나이, 본거지(관서 또는 관동), 그리고 기수 의상 등 플레이어의 프로필, 소유 목장의 이름과 위치 등을 정하게 되는데요. 플레이어의 보좌역인 비서와 목장을 관리할 목장장의 임명도 이 과정에서 이뤄집니다. 

▲ 게임 시작시 설정 화면

일본 경마계 신입이 된 플레이어에게는 현역 경주마 한 마리가 분양되는데, 이번 작품에선 3세마와 4세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죠. 나름 한시대를 풍미했던 경주마로, 1991년 스타팅의 3세마 나이스 네이처, 1998년 스타팅의 3세마 킹 헤일로 등 ‘우마무스메’ 유저라면 반가울 만한 이름도 있습니다. 이후 1년간은 경주마를 경기에 출전시키는 법부터 훈련, 교배, 경마 관계자와의 친분 다지기, 목장 관리 등등 게임의 전반적인 얼개를 터득하는 튜토리얼입니다.

신입 오너 브리더가 해야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괜찮은 말을 구매하고 키워 경주에 내보내 상금을 타고, 모은 돈으로 다시 말을 사고 목장 시설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지요. 여기서 ‘괜찮은 말’이란 실존 경주마 중 경주에서 괜찮은 실적을 쌓아올린 말을 의미하는데요. 이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보통 돈과 함께 ‘부적’이란 재화가 필요합니다. 

▲ 경매로 사면 부적이 필요 없지만, 가격이 비쌉니다. 그리고 높은 등급 부적마가 잘 나오는 것도 아니죠

부적은 다섯 종류가 있는데, 무지개 부적이 가장 가치가 높고, 그 다음 금, 은, 동, 초록 순이죠. 경주마로 주요 경주를 이기는 것부터 각종 게임 내 업적 달성 등으로 획득할 수 있으며, 해마다 특정 NPC를 통해 부적 10개를 한 단계 높은 등급의 부적 1개로 교환(단, 무지개 부적과 금 부적의 교환비는 5:1)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높은 등급일수록 입수 난이도가 높습니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동부적~은부적으로 살 수 있는 실존 경주마 위주의 플레이를 권하죠. 동부적쯤 되면 실제 역사에서도 실력 있는 말로 취급됐던 이들이고, 게임에선 유저의 노력에 의해 훨씬 더 나은 경주능력과 보다 우수한 성적을 뽐낼 수 있습니다. 

▲ 타마모 크로스의 아버지 시비 크로스. 동부적말인데 잘만 키우면 이렇게 연도 대표마까지!

다만, 부적의 등급이 곧 경주 능력은 아닙니다. 예컨대 무지개 부적 암말의 경우 본인의 경주 능력은 초록 부적 말보다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대신, 이들을 소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후손들의 경주 능력이 매우 뛰어나지요. 구매할 말을 고를 때에는 이 부분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 금부적마 다이나 새시. 본마 경주 능력은 그닥이지만 자식으로 금부적마 사커보이가 있습니다.

‘위닝포스트 10’,
한층 더 깊어진 사람과 말의 유대

오너 브리더의 삶은 녹록치 않습니다.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는 즉시 파산 판정이 나면서 배드 엔딩이 뜨는데, 자동 저장을 지원하지 않는지라 플레이 중간중간 저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엄청난 허탈감이 밀려옵니다. 잔고가 10억 엔, 20억 엔이라도 방심할 수 없죠. 경주마 한 마리가 천 단위를 넘어 억 단위에 이르며, 목장 시설 하나 확장하는데 10억 엔 넘게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 시설 하나 확장하는데 8억 엔이라니…

전반적인 게임 진행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위닝포스트’의 재미 요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 역사적인 명마를 직접 소유하고, 활약하게 만든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가령 ‘우마무스메’를 통해 ‘위닝포스트’를 접한 사람이라면 ‘우마무스메’ 등장 캐릭터의 원본마에 관심이 있을 텐데요. 마루젠스키(1974년생)부터 메지로 맥퀸, 토카이 테이오, 스페셜 위크 등을 거쳐 데어링 택트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공개된 모든 육성 우마무스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위닝포스트 10’에서는 말들의 개성이 한층 더 뚜렷해지고, 플레이어와의 교감도 한층 더 중요해졌죠. 첫 번째 이유는 ‘우마소나리티(줄여서 우마소나)’의 추가 덕분인데, 한마디로 말의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마소나는 긍정적, 부정적, 그리고 복합적인 것으로 나뉘고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육성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기도 합니다. 

▲ 이번 작품에 추가된 우마소나 시스템
▲ 쭉쭉이는 귀엽습니다…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긍정적 우마소나는 업그레이드, 부정적 우마소나는 극복하거나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됩니다. 또, 경주에서의 능력 발휘, 경주 결과와 훈련에 따른 능력 성장, 조교사(말 훈련사) 및 기수와의 궁합 등등 다양한 요소와 영향을 주고 받죠. 전작에 비해 말 하나하나에 한층 더 세심한 관찰과 관리가 요구되지요.

다음은 ‘사실 조교’입니다. 실제 경마사에 있었던 말 훈련법을 반영한 것인데, 조교사들과 친분이 깊어질수록 사실 조교의 종류를 늘려나가게 되지요. 훈련 결과는 성공과 대성공으로 나뉘는데, 말의 혈통 및 우마소나와 궁합이 맞는 사실 조교를 실시하면 대성공 확률이 향상되죠.  

▲ 다양한 사실 조교법들
▲ 훈련 실패는 다행히 없습니다. ‘우마무스메’와 다르게 말이죠

말에게는 특성이란 것도 있습니다. 전작에도 있었던 요소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하나의 말이 보유 가능한 특성 수가 기존 4개에서 8개로 크게 늘었으며 종류 역시 다양해졌죠. 간단히 말해 ‘패시브 스킬’이라 할 수 있는데요. 특정 경기장, 특정 거리 등 조건에 따라 경주 능력에 버프를 받는다거나 스타트를 잘 하게 된다 등의 효과가 있습니다. 

또, ‘위닝포스트 10’에선 ‘고유 특성’이 추가됐습니다. 특정 실존 경주마가 8개까지 보유 가능한 범용 특성 외에 선천적으로 지니게 되는 특성으로, 일정 확률로 후손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습니다. ‘우마무스메’의 캐릭터별 고유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해당 경주마의 활약상, 별명 등에 착안한 특성명과 발동 조건, 등이 인상적입니다.

▲ 고유 특성에 8가지 특성까지 꽉 채운 미스터 CB. 실존 경주마 이름도 바꿀 수 있습니다

말과의 인연은 경주마 은퇴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은퇴한 경주마는 씨수말, 씨암말이 되어 자기 소유 목장에서 ‘제 2의 마생’을 살게 되지요. 자기 소유 목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실존 경주마에게서 태어난 가상의 경주마가 뛰어난 성적을 남기는 것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역사에서는 종마로서 성공하지 못해 혈통이 끊기거나 위기에 처한 말을 세계 경마계를 지배하는 혈통의 시조로 만들 수도 있죠.

▲ 참고로 게임 시작시 요절한 경주마를 씨수말·씨암말로 부활시킬 수 있는데
▲ ‘우마무스메’ 캐릭터 ‘타즈나’의 원본마로 추정되는 ‘토키노 미노루’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경주마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물론, 목장 시설의 꾸준한 개선·확대도 필요하죠. 그리고 여러 경마 관계자들, 기수 및 조교사와 다른 마주, 목장장 등과의 친분 쌓기도 필요합니다. 플레이 과정에서 이들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게임 내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오리지널 캐릭터는 물론, 실제 경마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을 모티브로 하거나 아예 실존 인물이 직접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 결혼 시스템이 있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 중 결혼 가능 NPC가 있으며,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프로포즈를 해 부부가 되지요.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것도 가능한데 자식에게 마주 직위와 목장을 물려줄 수 있으며 기수나 조교사로 키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첫째가 일하는 목장에서 키운 내 소유 말을 조교사인 둘째에게 맡기고, 막내를 주전 기수로 해 활약하게 하는 것. 이 게임의 최종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 오더 브리더 인생 7년차에 프로포즈 조건을 충족하고
▲ 8년차에 결혼해 9년차에 첫째 딸을 봤습니다

첫 인 상
‘위닝포스트’에서 ‘우마무스메’가 느껴져요

지금까지 ‘위닝포스트’ 시리즈에 대한 얼개, 그리고 신작 ‘위닝포스트 10’의 특징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풋볼 매니저’, ‘OOTP’와 같은 스포츠 시뮬레이션 장르와 유사하면서도 코에이 테크모의 역사 시뮬레이션 작품들, ‘삼국지’, ‘신장의 야망’의 요소들이 어우러진 게임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들은 유저의 시간을 삽시간에 태워버리는데, ‘위닝포스트’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울러 이번 ‘위닝포스트 10’은 전작에 비해 발전한 그래픽과 다이나믹해진 경주 연출, 깔끔해진 UI 등이 눈길을 끕니다. 여기에 방향성 전환, 그러니까 ‘위닝포스트 9 2022’의 경우 경주마와 경주마 사이의 라이벌리에 많은 비중을 뒀다면, ‘위닝포스트 10’은 경주마와 플레이어간 유대를 대폭 강조하고 있죠. 아울러 앞서 언급한 바처럼 개별 경주마의 개성도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마치 ‘우마무스메’를 떠올리게 하는데, 고유기나 경주 중 발동 특성 표시 등만 봐도 적잖이 참고한 것 같긴 합니다.

▲ 어디서 많이 본거 같은 스킬 발동 장면
▲ 어디서 많이 본거 같은 스킬 발동 장면

아무튼 이러한 변화가 신선하고 흥미로웠다는 점입니다. 스포츠 게임 팬들이 지니는 불만은 해마다 신작이 나오는데, 눈길을 끌만한 콘텐츠 추가 및 개선 등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위닝포스트 10’은 30주년 기념작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변화가 있었고, 이것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전작에 비해 훨씬 나아진 그래픽에
▲ 전작에 비해 훨씬 나아진 그래픽에
▲ 다양한 카메라 시점
▲ 다양한 카메라 시점
▲ 이러한 요소들로 즐기는 아주 짜릿한 승부!
▲ 이러한 요소들로 즐기는 아주 짜릿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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