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삽니다”…편의점에 부는 ‘포켓몬 카드’ 열풍

편의점에서 ‘포켓몬스터’ 카드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린 시절 포켓몬을 즐겼던 성인부터 희귀 카드를 수집하려는 마니아층, 재판매를 통해 차익을 노리는 구매자까지 가세하면서다. 편의점이 일상적인 소비 공간을 넘어 글로벌 캐릭터 상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포켓몬에 ‘열광’
지난 1~8월 기준 GS25의 포켓몬 카드 매출은 전년 대비 49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 매출은 각각 259%, 85% 증가했다. CU의 경우 올해 추석 선물세트로 선보인 카드팩 4종이 예약판매 시작 이틀 만에 완판됐다. 단순 유행이 아닌 상당한 구매 수요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포켓몬에 대한 관심을 확인한 편의점 업계는 최근 ‘한정판’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먼저 세븐일레븐은 이달 1일부터 ‘포켓몬 30주년 기념 메가 확장팩’ 판매에 나섰다. 이미 대부분 물량이 소진돼 현재 2차 물량을 준비하고 있다. GS25와 CU는 현재 포켓몬 확장팩 발주에 들어갔다. GS25는 다음주, CU는 오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입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포켓몬 카드 인기의 배경에는 세대 변화가 있다. 1996년 등장한 포켓몬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시리즈 등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아왔다. 특히 과거 포켓몬을 접했던 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현재의 소비를 추억과 연결 짓고 있다. 한때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에서 희귀 포켓몬을 잡기 위해 특정 장소를 찾아다니는 열풍이 일었던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일환이다.
수집 욕구와 재미 요소 역시 포켓몬 카드의 구매 동력이다. 출시 30주년에 맞춰 나온 기념 카드팩의 경우 특정 시기에만 구매할 수 있어 소장 가치를 자극한다. 여기에 무작위로 된 카드 구성은 구매 단계에서 어떤 카드를 얻게 될지 알 수 없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원하는 카드를 직접 뽑으려는 기대가 반복적인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재판매를 통한 차익을 노리는 수요도 한몫한다. 최근 포켓몬 카드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웃돈이 붙어 판매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준 번개장터에서 포켓몬 30주년 한글판 카드 박스는 정가보다 4만원 이상 비싼 11만원대에 팔리고 있었다. 카드의 희소성에 따라 거래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면서 ‘리셀’ 대상으로도 주목받는 추세다.꺼지지 않는 인기
편의점이 포켓몬 카드를 앞다퉈 내놓는 건 단순 판매 자체에만 있지 않다. 포켓몬 카드 판매를 계기로 소비자 발길을 유도, 매장을 찾은 고객이 음료와 간식 등 다른 상품까지 구매하는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포 접근성이 높다는 편의점 특성상 전문 수집 매장보다 일상적인 구매 접점이 넓어 고객 유입을 꾀하기에도 유리하다.

특히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은 형성된 인지도를 여러 상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CU는 지난달 말 포켓몬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는 것에 착안해 캐릭터 모습을 본뜬 3D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이어 닌텐도 게임 ‘포켓몬 포코피아’ 협업 상품을 출시하며 라인업도 확대했다. 덕분에 CU의 올해 1~9월 캐릭터 IP 매출은 전년 대비 93.1% 증가했다.
세븐일레븐도 캐릭터 IP를 적극적으로 상품화하는 곳 중 하나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산리오 캐릭터즈’를 활용한 캐리어부터 키캡, 텀블러, 리유저블백 등을 내놨다. 한정 판매라는 희소성에 출시 이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품 정보가 공유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세븐일레븐의 지난달 기준 산리오 상품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앞으로도 캐릭터 IP 활용은 편의점 업계의 주요 상품 전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IP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조2000억원에서 올해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캐릭터가 다양한 세대의 소비를 이끄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캐릭터 IP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상품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고, 한정판이나 협업 상품은 차별화 요소까지도 갖출 수 있다”면서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후속 상품을 적절하게 선보이는 등 지속적인 상품 운영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