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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 두달 앞두고…신중론 돌아선 정부, 과세유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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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을 2개월여를 앞두고 유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 인프라 확충과 제도 정비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부 또한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과세 인프라 미비·형평성 논란 계속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을 유예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가상자산 과세 재유예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지난 2022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투자자 반발과 인프라 및 제도 미흡을 이유로 3차례 미뤄졌다. 가상자산 양도·대여 시 발생하는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분리과세하고,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그러나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인프라 부족에 따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거래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등은 세원 추적이 어려워, 사실상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만 과세 부담을 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했다.

정부는 국가 간 디지털자산 거래정보 교환체계(CARF)를 통해 과세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시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CARF는 제도권 내 중앙화거래소에만 보고 의무를 부과해 개인 간 거래(P2P), 탈중앙화금융 등의 거래는 파악할 수 없다.

체이널리시스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온체인 잠재 과세대상 중 CARF로 포착 가능한 거래는 전체 거래량의 14%에 불과하다. 한국을 비롯한 46개국이 내년부터 CARF를 통한 정보교환을 시작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싱가포르는 2028년, 미국은 2029년에야 참여한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9월 21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비즈워치

에어드롭, 스테이킹, 렌딩(대여) 등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소득 구분과 과세 기준도 불완전하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13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스테이킹을 비롯한 일부 거래 유형에 대해 “과세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인정한 바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과세 시스템도 완성되지 않았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과세 시스템 구축과 검증을 모두 마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없다. 2개월 안에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야 유예론 확산 속 정부도 선회…’표심’ 의식했나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과세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수차례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당론으로 정하고 김상훈, 송언석 등 여러 의원이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가상자산을 주로 다루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과세 유예론이 대두했다. 박민규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를 추가로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민병덕 의원은 SNS를 통해 “과세 시점을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또한 지난 9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예정대로 2027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초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신중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 시행 여부와 관련해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더 들어보고 판단해보겠다”면서 유예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의 기조가 달라진 것을 두고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젊은층의 표심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5월과 8월 각각 가상자산 과세 폐지와 유예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왔으며, 모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유예론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상자산업계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과세 기준이 미비한 상황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렵고,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우려해왔다.

한편으로는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전날 성명을 통해 “국내외 거래소 간 과세 형평성 문제는 정보수집, 국제공조, 신고·검증체계 강화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면서 예정대로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는 국회의 세법 개정 논의를 거쳐 이르면 11월 말쯤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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