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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에이피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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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진격의 거인

그간 꽤 많은 K뷰티 기사를 쓰면서 이 기업 이야기도 참 많이 했습니다. 사실 내용은 매번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전년 대비 몇 프로 성장’, ‘역대 최대 실적’, ‘사상 최대 매출’ 등으로 점철된 이야기였죠. 어떤 기업은 십 년에 한 번도 듣기 힘든 수식어가 매 분기, 매년 따라오다 보니 지겹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숫자들 들여다보면 또 지겹지가 않습니다. 목표치를 세울 땐 ‘이게 되나’ 싶던 게 ‘이게 되네’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엔 또 ‘이게 되나’ 싶은 새 목표를 들고 나옵니다. 이게 될까요? 네. 에이피알 이야기입니다.

에이피알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지난 30일 에이피알은 2026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0.3% 늘어난 7731억원, 영업이익은 68.9% 증가한 160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당연하게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입니다. 영업이익률이 소폭 내려앉은 게 흠이지만, 그럼에도 영업이익률 20%를 넘겼습니다.

누적 매출로 보면 규모가 조금 더 와닿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2조1340억원입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 1조5273억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영업이익도 5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엔 최성수기인 4분기에만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한 데 비해 올해엔 3개 분기 모두 영업이익 1500억원을 넘겼습니다.

10억 달러의 사나이

폭발적인 성장세의 핵심은 ‘북미’입니다. 2024년 22%였던 에이피알의 북미 매출 비중은 지난해 37%를 넘어 올해엔 44%까지 치솟았습니다. 2년 새 전체 매출 볼륨이 3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미에서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에이피알의 북미 매출은 2224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엔 5651억원, 올해 3분기까지 9809억원으로 매년 두 배 이상 늘고 있습니다. 이 추세면 연말까지 1조4000억원, 10억달러 돌파가 가능합니다.

에이피알의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사진=에이피알

이 숫자는 ‘한국 기업’이어서 대단한 게 아닙니다. 미국 현지 뷰티 기업 중에도 북미 내 연매출 10억달러가 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글로벌 그룹 에스티로더 정도를 제외하면 ’10억달러 달성’은 꿈의 목표입니다. 

이 성장세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직도 채널이 확장 중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과 틱톡샵 등 K뷰티에 관심이 많은 1020이 선호하는 채널은 물론이고 타겟이나 월마트, 코스트코 등 전연령이 출입하는 대형 리테일러에는 이제야 손을 뻗은 단계입니다. 

에이피알은 연내 3000개 안팎의 미국 CVS 파머시 매장 입점도 예정돼 있습니다. 대형 리테일러부터 소형 드럭스토어, 온라인몰, 모바일샵까지 전 채널에서 ‘메디큐브’를 만날 수 있단 얘기죠. 

1조원의 사나이

물론 이 모든 계산은 에이피알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진다는 걸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이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게 저뿐만은 아닙니다. 에이피알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연간 매출 목표치를 2조1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이번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이같은 목표는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이 2조1340억원이라고 말씀드렸죠. 에이피알은 4분기에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 5476억원이니, 전년 대비 100%대 매출 성장이 이어지면 가능한 일입니다. 올해 3분기까지 모두 전년 대비 100% 이상의 성장을 했으니 무리한 목표는 아니죠.

에이피알의 IPO계획을 발표하는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사진=비즈워치

에이피알이 분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게 된다면, 국내 뷰티 시장에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바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뷰티 기업이 되는 겁니다. 특히 LG생활건강의 경우 뷰티 부문 분기 매출이 7000억원 안팎에 불과합니다. 

덧붙여 에이피알의 매출 90% 이상을 차지하는 ‘메디큐브’의 경우 LG생활건강의 ‘더 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단일 브랜드 연간 매출 2조원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더 후의 2조원 돌파가 ‘한한령’ 이전의 일임을 고려하면 약 10여 년 만이자 현재 유일한 ‘2조 브랜드’인 셈입니다.

내년 이후의 전망은 어떨까요. 키는 ‘유럽’에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한자릿수던 에이피알의 유럽 매출은 올해엔 20%대까지 올라섰습니다. 부츠 등 주요 뷰티 채널엔 입점했지만 아직 대형 유통채널 입점은 시작 단계입니다. 그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단 얘기죠.

에이피알이 K뷰티의 리더를 넘어 글로벌 뷰티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몇 년 전만 해도 ‘허황된 꿈’이라고 했을 이 이야기는 이제 ‘혹시’라는 가정을 붙인 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한류 붐의 중심이 됐던 한 드라마의 주인공의 대사가 생각나네요.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에이피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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