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실적 한파…‘수요전망·감산’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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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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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지난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전반적인 업황 악화 영향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향후 수요전망과 감산 규모 등이 중요한 포인트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26일 1분기 매출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23억원, 순손실 2조5855억원 등의 실적을 공시했다. 지난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로, 회사 측은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 상황이 1분기에도 지속되며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상황도 유사하다. 이들은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 등 14년만에 가장 저조한 분기 실적을 기록했으며, 회사 측은 메모리 등 부품 부문 실적 약화를 원인으로 제시했다. 오는 27일 확정실적 공시가 예정된 가운데, 관련업계에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4조원 규모의 적자를 봤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감산과 고급화 전략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해 공식적으로 감산을 인정했으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비중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감산을 공식화했다. 서버용 DDR5, HBM과 같은 고성능 D램과 176단 낸드 기반의 SSD, uMCP 제품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하고, AI(인공지능) 등에 활용되는 최신 메모리 제품에 대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의 관심사는 턴어라운드 시점이다. 관련업계와 증권가는 하반기에 주목하고 있는데, 메모리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지만 감산의 영향에 따른 공급사 재고 감소로 낙폭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재고 정상화가 이뤄진 이후에는 고객들의 재고 재축적과 AI용 서버 등 반도체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장기적인 전망으로, 당분간은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관련해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지나간 실적보다는 하반기 수요전망과 재고상황, 생산계획 등의 내용 파악이 훨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측은 1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판매량이 늘면서 2분기에는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고객 보유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공급사 재고도 2분기부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부터는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유안타증권 백길현 연구원은 상반기 가격 하락과 수요 회복 지연 속 주요 기업들의 감산 영향으로 단기 실적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수급 개선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분기 재고 피크아웃 가시성이 재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이며, 당분간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겠지만 폭은 축소되는 가운데 구매자들의 주문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2~3분기 점진적인 수요 개선 효과가 더해지며 D램 공급사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업황이 나쁠수록 감산 규모는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어정쩡한 감산으로 회복이 지연되고 감가상각비가 헛되이 소모되는 것보다는 감산 규모를 늘려 업황 회복을 당기는 편이 이익이라는 계산에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에 대해서는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요 부진에 따라 당분간 현물 가격의 빠른 반등이 나타나길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가격 낙폭이 크게 완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생산 제약과 고객들의 주문 증가에 따라 하반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역사적으로 글로벌 유동성 증감률과 미국 ISM 제조업 지수, 중국 크레딧 임펄스 지수처럼 향후 매크로 경기 및 수요를 선행하는 지표들을 6개월 가량 후행해왔다”며 “최근 경기선행지표들의 반등은 하반기 반도체 업황의 호전을 암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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