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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함께 게임 즐겼는데 알고보니…사람같은 ‘이것’ 온다


[테크업팩토리]강화학습 없이도 스스로 소통하는 AI NPC

올해 4월 스탠퍼드대와 구글 연구진이 발표한 AI NPC 관련 논문 /사진=스탠퍼드대

#이사벨라 로드리게스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파티를 준비 중이다. 직접 발품을 팔아 파티에 필요한 물건을 사고,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돌렸다. 절친인 마리아 로페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행사 테마를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쇼’로 잡았다.

#이사벨라와 함께 파티를 준비 중인 마리아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클라우스 뮬러를 떠올렸다. 과는 다르지만, 같은 대학교 동급생으로 2년째 친한 친구로만 지내고 있다. 클라우스와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마리아는 그를 파티에 초대했고, 두 사람은 파티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사벨라의 파티 소식을 들은 샘 무어는 시장 선거 출마를 앞두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파티에 참석해 평소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은 클라우스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논의했다. 평소 시장 선거에 관심이 많았던 존 린은 주변 이웃과 샘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구글 연구진이 만든 가상현실 세계 ‘스몰빌(Smallville)’에서 일어난 일이다. 스몰빌 내 있는 25명의 NPC(Non Player Character)에게 주어진 키워드는 △발렌타인데이에 파티를 연다(이사벨라)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샘) 뿐이다. 챗GPT 기반의 AI(인공지능)을 장착한 NPC들은 단 두 개 키워드만으로 리얼리티 쇼 주인공처럼 다양한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스스로 진화하는 AI NPC…상호작용 다양해졌다


스몰빌 안 자신의 공간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AI NPC /사진=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사전에 25개의 스몰빌 AI NPC에게 간단한 신원정보와 함께 성격, 생활양식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이사벨라는 34살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친근하고 외향적인 성격이다. 항상 사람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즐길 수 있는 카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연구진이 이사벨라에게 부여한 키워드는 ‘2월 14일 오후 5시 고객들과 카페에서 발렌타인데이 파티를 연다’다. 키워드를 받은 이사벨라는 파티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이웃 주민들을 초대한다.

초대 받은 AI NPC들은 이사벨라와 파티를 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한다. 또는 마리아처럼 평소 짝사랑하는 클라우스를 초대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하기도 한다.

발렌타인데이 파티라는 키워드로 이 같은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기까지 AI NPC들은 △감지 △저장 △검색 △실행 등 총 4단계를 거친다. AI NPC가 우선 주변 상황을 인식하면 이를 ‘메모리 스트림’이라는 곳에 저장한다. 챗GPT는 저장된 데이터를 검색해 적절한 행동을 선택해 실행한다.

스몰빌의 AI NPC가 특별한 점은 자신의 행동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 스트림에서 선택된 데이터는 실행 단계로 전달된 이후 △최근성 △중요도 △관련성 등의 기준으로 적절했는지 평가한다. 이후 평가된 데이터는 메모리 스트림으로 다시 전달돼 AI NPC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행동을 개선한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NPC 행동은 복잡성을 띄게 된다.

탐정이 된 AI NPC…크래프톤·엔씨소프트도 주목


키워드를 넣고 검색된 동영상을 토대로 추리하며 게임을 풀고 있는 ‘셜록'(오른쪽 아래) /사진제공=크래프톤

국내 게임업계도 AI NPC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크래프톤이 가장 적극적이다. 크래프톤 ‘버추얼 프렌드’가 대표적이다. 버추얼 프렌드는 이용자와 함께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다.

챗GPT 수준의 자연어 처리 및 언어모델이 적용돼 이용자와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으며, SST(Speech To Text)와 TTS(Text To Speech) 기술을 통해 음성 또는 텍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또 게임 플레이 AI로 스스로 게임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

손윤선 크래프톤 딥러닝본부 버추얼프렌드팀 팀장은 “NPC는 짜여진 규칙 내에서 한정된 활동을 하는 반면 AI NPC는 방대한 정보와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활동한다”며 “AI NPC와의 경험은 기존 NPC와 비교해 방대하고 자유롭다. 개인별 맞춤 경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에서는 강화학습 없이 거대언어모델(LLM)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임 에이전트 ‘셜록’을 공개한 바 있다. 셜록은 2015년 출시된 추리게임 ‘허 스토리(Her Story)’을 푸는 과제를 받았다. 허 스토리는 게임 내 검색창에 키워드를 검색하고, 검색된 동영상을 토대로 스토리를 추론하는 게임이다. 셜록은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고, 추리하며 결국 게임을 풀어냈다.

엔씨소프트는 AI NPC ‘디지털 휴먼’을 중심으로 한 게임 ‘프로젝트M’을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에서 개발 중인 경량화 언어모델(sLLM)이 처음 활용될 전망이다. 디지털 휴먼의 핵심 이용자와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다. 외모와 음성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전 강화학습 모델을 이용해 AI NPC를 만들려면 일일이 코딩을 하는 수준의 학습이 필요해 비효율적”이라며 “그러나 최근 언어모델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스스로 결과를 반성하고, 개선할 수 있게 되면서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혁신 아이템 AI NPC…풀어야 할 숙제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 NPC의 등장은 게임업계 큰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이용자 입장에서 획일화되지 않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각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각 NPC의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코드가 필요하다. 복잡한 행동을 수행해야 하는 NPC 일수록 코드줄은 늘어난다. 그러나 AI NPC를 이용하면 간단한 제어만으로 이용자와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AI NPC가 실제 게임에 적용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NPC의 통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LLM을 기반으로 학습한 AI NPC의 경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데이터를 습득한 탓에 게임의 설정과 맞지 않는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예를 들어 플레이 중인 게임의 분위기가 중세풍인데 노트북이나 자동차를 언급하는 식이다. 게임 몰입을 해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돌발변수를 제어하기 위해 엔씨소프트는 기존 자사 지식재산권(IP)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AI NPC를 학습시키고 있다. 세계관이 통일된 AI NPC를 제작하기 위함이다.

크래프톤은 AI NPC와 인간의 구별이 어려운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손 팀장은 “다양한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크래프톤은 AI윤리심의위원회를 운영하며 다양한 유관부서와 수시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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