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건기식에 ‘이산화티타늄’ 빼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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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에서 ‘이산화티타늄’을 제거하는 분위기가 제약사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산화티타늄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외 보건당국의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타사 제품과 차별화를 내세울 수 있어서다.

착색료와 산도조절제, 합성향료를 배제한 무첨가 원칙을 내걸고 2017년 건기식 시장에 출범한 유한건강생활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폭넓은 이산화티타늄 무첨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유한건강생활은 창사 이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품을 제외한 자사 브랜드 제품 중 이산화티타늄이 들어간 제품이 없다.

JW생활건강은 최근 이산화티타늄 등 불필요한 원료를 넣지 않은 ‘마이코드 루테인 아스타잔틴’, ‘마이코드 비타민D3 4000IU’ 등의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다만 제형 등을 만드는 데 대체제가 없어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를 아직 첨가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진제약은 ‘질 요로 건강 이너펙타’ 외에도 연초 이후 출시한 중년 대상 멀티비타민제인 ‘하루엔진 50+ 맨’, ‘하루엔진 50+ 우먼’ 등에 이산화티타늄을 뺐다. 삼진은 이산화티타늄의 위험성이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나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해당 성분을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이산화티타늄은 소금 알갱이의 1만분의 1크기의 나노입자로 주로 식품과 의약품 캡슐의 색을 선명하게 만들거나 불투명하게 만드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동안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에서 섭취 시 내장세포를 손상시키고 심각할 경우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EU 집행위원회는 이같은 연구를 근거로 이산화티타늄을 식품 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의약품의 경우 2025년까지 사용금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국내 제약업계에도 큰 파장이 일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EU 규제를 당장 따라갈 계획이 없다고 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우려가 상당부분 가라앉은 상태다.

그럼에도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치열해진 건기식 시장에서 제품 차별화 전략 중 하나로 이산화티타늄을 자발적으로 배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해외 각국의 규제가 다른 만큼 이산화티타늄 사용금지 국가가 확산할 경우를 대비해 수출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노렸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기식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커졌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6조1429억원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인 2019년 4조8000억원에서 2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산화티타늄이 현재 국내에서 금지된 성분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이미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소비자들이 충분히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산화티타늄은 자외선을 막아줘 건기식이나 의약품 성분의 변질을 막아 주는데 아직 대체제가 없어 이를 완전히 제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점진적으로 사용을 줄이고 대체할 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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