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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겨울 캠핑 장소 백패킹 성지 선자령 백패킹 모음

사시사철 오토캠핑과 백패킹을 즐기는 쿠니의 겨울 캠핑 장소 중 방문의 빈도수가 가장 많은 곳이 어딜까 궁금하여 그동안의 기록을 찾아봤다. 이미 짐작은 했었지만 가장 많은 곳은 백패킹 성지라고 불리고 있는 백두대간 선자령.

눈이 없는 때를 제외하고 눈을 밟고 갔던 때, 눈이 내렸던 때만을 모아서 정리해 봤다.

가장 최근부터 아래로 내려갈수록 과거의 이야기다.

1. 퇴근박 선자령 백패킹

일하기 싫을 때, 또는 머릿속이 산만할 때와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을 때, 갑자기 눈이 내릴 때, 대설 특보를 들었을 때 등 특정한 약속이 없었어도 기회가 생기면 다녀왔던 선자령 백패킹.

처음으로 소개하는 이날도 대설은 아니었으나 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부터 작정을 하고 짐을 챙겼다.

배낭과 중등산화 스틱 등을 미리 짐칸에 넣어두고 출근을 한 상태였고 하던 일 마무리하자마자 튀었다.

아무리 퇴근이 이르다고 해도 서울에서 대관령 휴게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있기에 이미 해는 기울어진 상태.

부랴부랴 잰걸음을 놀렸음에도 불구하고 백두대간 선자령에 도착한 시간은 해가 넘어가고도 한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잔설이 바닥에 조금 남아있을 뿐 눈이 그다지 없어 실망스러운 상태.

동계 백패킹에 주로 이용하는 나의 오래된 텐트 파이네 지라이트. 가격이 워낙 비싼 녀석이었기에 플라이 없이 본체만 영입한 녀석이다 보니 항상 신발을 텐트 안에 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잠들기 전,

텐트가 펄럭이기 시작하더니 눈이 쏟아진다.

눈과 바람을 합쳐 눈보라.

다음 날 새벽부터 일어나 비화식으로 준비한 빵과 두유를 아침 식사로 하고 느릿하게 짐 정리를 했다.

이때 가장 귀찮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이 에어매트 바람 빼기다. 겨울캠핑에서 별도 난방을 하지 않는 쿠니에게 에어매트는 필수 장비일 수밖에 없다. 여하튼 장비 정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패킹을 시작한다.

가장 마지막에 눈에 젖은 텐트 정리.

많은 눈은 아니지만 대략 7cm 내외쯤?

이런 날 중등산화가 좋은 건 스패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따뜻하다는 것.

2. 또 퇴근박 선자령 백패킹

겨울 캠핑 장소가 선자령뿐이냐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냥 좋아서 가는 것뿐이고 익숙해서인지 편도 6km라는 것이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날은 생각보다 업무 처리가 늦어지는 바람에 예정보다 2시간이나 늦게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눈은 멎은 상태이지만 쌓인 눈이 제법이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선자령 백패킹을 위해 걸어본 것은 처음이라 몰랐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자주 오가던 백두대간 선자령이지만 낯선 풍경에 걸음이 자꾸 늦어진다.

꼴랑 하룻밤 잠만 자고 올 건데 서울에서 대관령 휴게소까지 쉬지 않고 달려오고 밤중에 눈 길을 걷는다는 사실은 낯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꽤 즐겁다. 하지만 똥바람이 몰아치니 춥기도 하고 힘도 든다.

결국 선자령 정상은 포기하고 능선의 새봉 정상에 텐트를 펼쳤다.

선자령 백패킹을 하며 꼭 선자령 정상에서 자야만 하는 건 아니다. 산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산행을 즐기며 정상석 끌어안기만을 목표로 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의 상태를 보아가며 적절한 컨디션 조절과 거리 조정을 해야 한다. 이것은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행 선배들로부터 배운 안전 수칙이다.

아침 일출.

이런 맛이 선자령 백패킹을 사모하게 되는 이유이고 그러함을 즐기는 백패커들이 많이 찾아오니 이곳을 백패킹 성지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순간을 위해 몇 시간을 들여 달리고 걷고 하는 게 아닐까?

3. 작정하고 퇴근박 선자령 백패킹

이때는 대설주의보가 있었던 때로 일찌감치 작정을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덕분에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만 먹고 바로 출발할 수 있어 노상 퇴근박만 하던 때와 풍경이 다르다.

선자령에 도착하니 그제야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이런 풍경이 낯설다.

매번 해가 다 지고 나서야 도착했었기 때문이다.

도착하자마자 맥주 한 캔 마시고 침낭 속에 들어가 눈이 쏟아지길 기다리며 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 시간을 보니 20시가 막 지난 때.

텐트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아직도 별이 보인다.

우리나라 기상청… 세계에서 그래도 손꼽아주는 곳인데 오늘은 예보가 맞지 않는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찌 미래의 일을 딱딱 맞출 수 있겠는가.

에잉 ~

배낭 커버 위에 중등산화를 던져 놓고 제주에서부터 싸 들고 온 육포 조각을 질겅거리며 스마트폰에 담아 온 책을 읽는다. 역시 스마트폰에 담아 온 음악을 들으며 침낭 속에 들어가 꼼지락꼼지락.

그렇게 잠이 들어 아침을 맞이한다.

아니 새벽을 맞이한다.

침낭 속에서 나올 생각은 않고 눈만 껌뻑껌뻑.

바람이 심했는지 벤틸레이션 홀이 닫혀있고 내가 뿜어낸 습기가 텐트 곳곳에 성에로 변해있다.

움직일 때마다 떨어져 내리는 얼음가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일찌감치 짐 정리를 한다.

짐 정리를 마치고 배낭에 패킹을 하기 전 잠시 나와 사진 한 컷의 기록을 남긴다. 오늘은 후딱 짐 정리를 마치고 내려가 사무실로 달려가야 한다. 아침 식사는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기로 하고서.

4. 정신 나간 퇴근박 선자령 백패킹 실패기

이날은 퇴근박이 아니었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일찌감치 퇴근을 하고 저녁 식사도 마친 뒤 쉬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유일하게 보는 관심 프로그램이 뉴스인데 뉴스를 보다가 영동 지방 대설주의보 이야기가 나온다.

분명 조금 전까지 피곤했었는데 영동 지방 대설주의보 뉴스에 왜 이렇게 엉덩이가 들썩이는지 모를 일이다.

결국 아내에게 허락을 득하고 부리나케 배낭을 꾸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선자령에 도착 신을 갈아 신으려는데 이게 뭔가? 중등산화를 가져오지 않았다.

혹시 스패츠라도 있을까 싶어 깡그리 뒤졌지만 중등산화도 없다. 기껏 신고 온 것이 낡은 경등산화인데 이것으로는 눈길을 걷기 어려운 상태. 게다가 너무 낡아 방수도 되지 않는 신발인데…

그리고 정신 나간 트레킹을 시작한다.

이렇게 눈바람이 가지 말라 휘몰아치는데도 여기까지 온 것이 억울해 무작정 나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이 축축해지는 느낌.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더 간다는 건 분명 무리함이라 판단.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평탄한 지형이기에 더 걷기를 포기하고 텐트를 펼친다.

짙은 밤중에 눈보라 속에서 텐트를 치려니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다. 아니면 다시 차로 돌아가서 선자령 백패킹의 완벽한 실패를 자인해야만 하는 상황.

신을 벗고 보니 양말이 완전히 젖어 물이 떨어질 정도.

내일 다시 신으려면 일단 물을 짜 두어야 한다.

이날 이후 이 신발은 버려졌다는 사실.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아내가 담아 준 뜨거운 물을 이용해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이 순간의 믹스커피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함을 포함하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불행 중 다행이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걸까?

쏟아지던 눈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때.

잠시 나와 텐트 한 컷 담아두고 잠을 청한다.

다음 날 아침.

어제 피곤하긴 했던가 보다. 백패킹 성지라는 나의 겨울 캠핑 장소에서 이렇게 늦잠을 자본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의 선자령 백패킹에서는 항상 새벽에 일어나 할 일을 모두 마치고 패킹을 하거나 일출을 본 뒤 패킹을 하는 등의 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는데 오늘은 아침이 밝았는지도 모르고 잤다.

어여 정리하고 가야겠다.

5. 백패킹 성지 선자령 나의 겨울 캠핑 장소

이때가 세 번째 선자령 백패킹을 했던 때다. 두 번은 겨울이 아닌 계절에 왔었고 이때는 선배와 함께 왜 선자령이 백패킹 성지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된 날이었고 나의 경루 캠핑 장소로 정해버린 날이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은 그래픽이 아니다.

이때 당시 내린 눈이 쌓인 상태.

사진촬영 중인 선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뒤로 쌓인 눈의 높이가…

러셀을 하며 앞서가는 선배의 뒤를 졸졸졸 따라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자령이 익숙하지 않았던 때이고 그저 좋은 겨울 캠핑 장소라 생각했었으며 백패킹 성지 따위는 생각한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 그리고 선자령은 항상 이렇게 눈이 쌓여 있는 곳이란 생각을 했다.

사진을 찍고 있는 선배를 추월해 뒤따라 오는 선배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때부터 다시 쏟아지기 시작하는 눈.

예정보다 무척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무도 없는 곳을 선배와 나 둘이서 러셀을 하며 걸어가야 했기에 그랬다.

남들 다 가는 길이 아니라 러셀이 되어 있지 않은 숲길을 헤치고 왔기에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쏟아지는 눈을 무시하고 쌓여있는 눈을 삽으로 파 텐트를 안정화 시킨다.

기상예보에 바람이 심할 거로 나왔기에 되도록 깊이 팠다. 표면으로 드러나면 텐트 폴대가 바람에 부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그렇게 되면 자다 말고 철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귀찮아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생각보다 기온이 차갑진 않다는 것.

눈을 파낸 눈 벼락에 오늘 일용할 양식을 팍팍

이때까지는 백패킹을 하며 비화식을 생활화하지 않았던 때이고 대부분 화식을 했었던 때다.

한참을 먹고 마시다 보니 텐트 출입구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고드름은 벤틸레이션 창에도 주렁주렁.

다음 날 아침.

눈이 더 쌓였다. 주변의 다른 텐트 역시 눈 웅덩이를 파 들어가 있었기에 꼭대기만 간신히 보인다.

배낭 메고 눈 웅덩이 밖으로 벗어나는 것도 어려울 듯.

어쨌거나 텐트부터 파내야 정리가 끝난다.

예상했던 대로 눈웅덩이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어 결국 기어서 나오다시피 했고 다시 쌓인 눈을 헤치고 걸어야 하는 러셀 작업을 새롭게 해야 한다.

지금껏 못 봤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빠져 나의 겨울 캠핑 장소로 정했던 순간이다.

백두대간 선장령을 백패킹 성지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이후로도 한참이 지난 어느 날인가부터다.

길가의 이정표는 거의 눈에 묻혀있는 상태.

선배와 난 서로 교대를 하며 러셀을 한다.

내가 러셀을 하고 지나온 길이건만 선배가 다시 러셀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뒤에 따라붙은 다른 분도 합류해 서로 교대하며 러셀하며 하산을 했던 그때가 지금도 그립다.

나뭇가지 위의 눈이 어찌나 두텁게 쌓였던지 수시로 떨어지는 눈 폭탄을 피하기가 어렵다.

하산을 마치고 인근의 오삼불고기 집 도착.

이때의 이 맛이 어찌나 황홀했던지 이후로도 몇 차례 방문을 했던 곳인데 최근 수년 만에 다시 가보니 식당 이름은 그대로인데 주인장이 바뀌어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냥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1도 들지 않을 만큼 바뀌어 이젠 기억에서 지워버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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