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다 주고 가고 싶다… 이것에 담긴 의미, 100년 팀 문화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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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선수단 규정 개정을 통해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장기적 팀 문화 만들기에 나선 SSG ⓒSSG랜더스
▲ 최근 선수단 규정 개정을 통해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장기적 팀 문화 만들기에 나선 SSG ⓒSSG랜더스

▲ 팀 주장 추신수(왼쪽)은 선수단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규정 개선안을 만들었다 ⓒSSG랜더스
▲ 팀 주장 추신수(왼쪽)은 선수단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규정 개선안을 만들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한 추신수(42‧SSG)는 복잡한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정상적인 루틴 속에 시즌을 준비하다가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마음이 급하다”라고도 초조해 한다.

물론 은퇴를 해도 후배들은 계속 도울 생각이다. 추신수는 “한국에서는 오직 랜더스 유니폼만 입었다. 랜더스에 애정이 있다. 구단 바깥에서라도 내가 후배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선수단 내에서 하는 것과, 유니폼을 벗고 선수단 바깥에서 하는 것은 그 울림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주고 가고 싶은데, 남은 시간은 이제 1년이다. 그렇게 길지 않다.

추신수는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정해놓지 않고 야구를 했다면, 굳이 지금 뭔가를 안 바꾸고 메시지를 주지 않더라도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스킨십을 하며 같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그럴 때는 마음이 급하다”면서 “이것도 좀 바꾸고 싶고, 후배들한테 이야기도 해주고 싶은데 그런 생각이 교차를 하니 정작 야구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했다.

그래서 후배들과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나둘씩 풀어가기로 했다. 근래 가장 대표적인 일이 선수단 규정 개선이었다. SSG는 최근 스프링캠프 기간에 맞춰 선수단 규정을 손 봤다. SSG는 지난해 퓨처스팀(2군)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을 통해 선수단 관리 부실의 책임감을 느끼며 규정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해 선수단에 개정을 제안했다. 다만 구단 주도가 아닌, 선수단 주도 개선이었다. 선수들이 직접 앞으로 랜더스가 가야 할 선수단 문화를 고민하고, 선수단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 중심에 추신수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만 16년을 뛴 추신수는 선진 클럽하우스 문화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하다. 추신수도 규정 개선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선수단 의견을 수렴하고, 또 선수들을 상대로 충분한 설명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규정 개선의 골자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필요한 팀워크를 중시하고,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품위와 윤리사항을 실천할 수 있는 사항을 규정했다. 훈련 태도,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 사생활, 범법행위 등 공동체 생활과 프로야구 선수로서 보여야 할 모범적인 행동들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합당한 페널티를 부과하도록 했다. 개정된 규정은 스프링캠프 기간 중 선수들에게 공지됐고, 곧바로 적용하기로 했다. 

추신수는 “혼자 결정한 것은 아니다. 선임급 선수들과 충분히 의견을 공유했고 후배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선수단 규정 개선이 ‘징벌’의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선수단 규정이 필요 없을 정도의 팀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추신수는 “사실 뭔가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그런 룰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굳이 규정에 있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면서 “그래서 한 번 걸렸을 때 다시는 걸리기 싫을 정도로 벌금을 세게 가는 쪽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이런 것을 가지고 우리가 의논을 한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프로 선수는 단체 생활이 기본이다.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을 더 많이 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실제 위반 사례가 많지는 않을 것이며, 앞으로는 규정이 없어도 선수들이 모두 기본적인 것을 지키는 팀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추신수는 “랜더스에서 4년째인데 우리 선수들이 지각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후배들을 강하게 신뢰했다.

▲ 추신수는 선임급 선수뿐만이 아닌, 어린 선수들과 소통을 통해 팀 정신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SSG랜더스
▲ 추신수는 선임급 선수뿐만이 아닌, 어린 선수들과 소통을 통해 팀 정신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SSG랜더스

▲ 현역 마지막 시즌에 팀 주장을 맡은 추신수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가교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SSG랜더스
▲ 현역 마지막 시즌에 팀 주장을 맡은 추신수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가교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SSG랜더스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페널티는 타 팀 규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게 매겼다. 두 번 어기면 첫 번째 위반 때보다 두 배의 벌금을 낸다. 세 번 어기면 두 번째 위반보다 더 많이 낸다. 대신 이중 처벌이 되거나 선수들의 족쇄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은 구단에 건의해 삭제했다. 야구장 바깥에서 다쳤을 때 벌금 규정이 있었지만 어차피 미리 구단에서 징계를 하기 때문에 이 조항은 없앴다. 퇴장을 당했을 때도 벌금 규정이 있었으나 상황에 따라 그럴 수도 있으니 이 조항 또한 삭제했다. 추신수는 “보충할 것은 보충하고, 뺄 것은 빼면서 규정을 만들었다. 다만 페널티 금액은 내가 강하게 이야기해서 좀 세게 한 부분은 있다. 강해야 두 번 안 걸린다”고 말했다. 

홀로 규정을 만든 건 아니었다. 오히려 랜더스 팀 문화의 정착을 위해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게 맞는다 여겼다. 추신수는 “나도 후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오태곤이나 한유섬은 이미 주장을 해봤던 선수들이고, 한국에서 오래 뛰었던 최정이나 김광현에게도 항상 묻는 편이다. 사람들이 따라오려면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 그런 부분들에 있어 대화를 많이 하려고 했다”면서 “선임급 만이 아니라 어린 선수들 사이의 리더도 같이 만들어서 소통할 수 있게끔 했다. 나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예를 들어 최지훈이 지금부터 이런 과정을 잘 이해하면 나중에 조금 더 편하게 팀의 미래를 잘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추신수는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만 하고, 팀을 조금만 더 생각한다면 규정 위반 사례가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그렇다면 소수의 규정 위반도 즐겁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메이저리그가 그렇다. 추신수는 “텍사스는 지각을 한 선수나 훈련 중 지정되지 않은 옷을 입고 나오는 선수가 있다면 동료들이 이를 보고 적어 박스에 넣는다. 대신 증인도 적어야 한다. 아무 이야기도 안 하고 있다가 원정 이동 중 전용기에서 재판을 한다. 벨트레와 같은 고참들 3명 정도가 판사 가발, 안경, 뿅망치를 준비해 판결을 하는 것이다. 해당 선수는 반론도 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참 재밌고 선수들이 뭉치는 계기가 된다”면서 “우리도 올해 그런 것들을 해볼 생각이 있다”고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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