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 그는 왜 제주에 광장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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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람] 그는 왜 제주에 광장을 지었을까

래 들어 제주를 일컫는 한 문장이 있다. 동남아 고급 리조트나 풀 빌라에서나 볼 법한 건물은 물론, 제주식 전통 가옥에 현대미를 얹어 리모델링하는 등 ‘현대 건축의 경연장’이라 부른다. 그 중에서도 입에 오르내리는 제주 건축물들은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기보다 제주의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수(水)·풍(風)·석(石) 뮤지엄’과 ‘포도호텔’, ‘본태미술관’ ‘유민미술관’ 등을 꼽을 수 있다.

제주에서 유독 자연과의 컬래버레이션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고, 세계인이 함께 보전해야 할 환경이자, 자산인 보물섬이 제주이기 때문이다. 여행플러스는 제주에서 자연의 보존과 건축 개발의 공존이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건축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은 이른바 한류 성지다. 국내 굴지의 엔터사인 SM 엔터테인먼트 본사이자, 셀러브리티센터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전에는 SM출신 스타를 보거나 그의 흔적을 공유하기 위해 다국적 팬들이 이곳을 찾아 인증샷을 남겼다. 더구나 군더더기 없는 네모반듯한 건물 덕에 더 유명세를 탔다.

#2. 제주 서귀포 중산간에 자리한 토스카나 호텔에 들어서면 해외 휴양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특히 삭막한 도시를 떠나 온 이라면 더 공감하게 된다. 호텔 한 가운데 있는 사계절 온수풀을 중심으로 펼쳐진 객실과 제주 특유의 돌과 나무가 자란 산책길은 실로 이국적이다.

이 두 건축물은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과 함께 건축 작업을 하면서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에 대한 생각과 관점을 발전시켜온 한상정 건축가 손에서 나왔다. 한 건축가는 이밖에 제주 디아넥스 호텔, 무학 F&B 이태원, HiCC 엔터테인먼트 사옥 등 다양한 건축 설계를 해오고 있다. 최근 그는 제주와 이탈리아 도시 시에나의 자연·문화적 헤리티지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23년 5월 개관을 목표로 더 시에나 리조트&골프의 건축 설계를 진두지휘하는 그를 만났다.

건축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공부하고 싶었다. 미술 대학을 가려고 준비하는 과정에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건축’이란 단어에 매력을 느꼈다. 건축은 단순하게 건물만 설계하는 게 아니다. 미술과 사회 문화, 역사 등의 다양한 지식을 서로 접목해야 진정한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다.

최근 라이프 스타일, 주거, 호텔 및 리조트 건축의 중심이 제주로 이동한다는 말이 있는데 제주의 건축 트렌드는 어떤가.

제주도는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도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자연이 주는 삶의 터전을 많이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존중하고, 보존할 줄 아는 그런 건축이 제주만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을 지키고 그렇게 지킨 자연을 누릴 수 있는 땅. 그곳이 제주이기에 고급 호텔과 리조트들이 제주에 생기면서 제주로 이동한다는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이타미 준 아키텍처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작업이 있다면.

코리아컨트리클럽 안의 기흥아펠바움과 제주수〮풍〮석 미술관 중 ‘풍’ 미술관이 이타미 준에게 가장 많은 배움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풍 미술관은 건물을 완성한 뒤에야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타미 준이 건물을 완성했을 때의 모습까지 상상하며 설계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가르침과 감명을 받았다. 제주의 바람을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도록 계획한 그의 생각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지금 진행 중인 더 시에나 리조트 얘기를 해보자. 상위 0.1%를 위한 리조트로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가.

앞으로 네이처(nature)라는 단어는 럭셔리(luxury)와 동등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위 0.1%의 고객들은 점점 더 자연을 찾아서 여행하기를 원할 것이다. 스페이스 X(SPACE X)를 통해 달 여행을 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훼손돼지 않은 자연, 공간, 지역을 찾아 나만의 경험을 가지고 싶어 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로 생활 방식이 변화하면서, 공간 디자인과 설계도 바뀌고 있다. 앞으로 하이엔드 고객을 타깃으로 한 호텔 & 리조트 건축은 어떻게 변화할까.

앞서 얘기했듯 럭셔리는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심의 복잡함을 떠나 나와 나의 가족들이 여유와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곳. 그곳이 꼭 화려하지 않아도 프라이빗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객실 수가 많은 초대형 호텔보다는 소규모이지만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고, 조금은 불편할 수 있어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공간이 럭셔리 명소로 주목받을 것이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 뒤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자연에 애정을 느끼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를 채워주는 곳에서 자연과 접촉하며 자연 친화적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하이엔드 고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주도와 이탈리아 도시 시에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제주도와 도시 시에나 모두 자연 환경이 너무나도 훌륭한 지역이다. 기후마저 비슷하다. 두 장소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만큼 우리 모두가 보존하고 아껴야 한다는 의미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이탈리안 클래식과 제주도의 최신 리조트 건축은 서로 이질적일 수 있는데,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사실 이탈리아의 전통적 클래식 건축은 제주도와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처음 건축주에게 클래식 건축물로 디자인을 요청 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클래식만 해도 나라마다 각자의 양식이 존재한다. 그런 각각의 클래식 건축 양식을 잘못 적용하면 우리들이 흔히 접해온 이상한 클래식 건축물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전통적 클래식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클래식 건축의 형태를 기반으로 모던 클래식으로 디자인을 계획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다양하게 패턴화 한 아치를 외관 디자인에 적용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최근 리조트는 단순히 머무르다 가는 공간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의 확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좋은 집’처럼, 좋은 리조트가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좋은 리조트가 갖춰야 할 요소는 간단하다.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란 질문으로 일을 시작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화려한 집이나 비싼 집 또는 전망 좋은 집일까. 나와 나의 가족이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내가 편하게 누워서 식사하고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좋은 집이다. 좋은 리조트도 마찬가지이다. 집처럼 남의 간섭 받지 않고 나의 가족들과 편하게 식사하고 잠을 편하게 들 수 있는 곳이 좋은 리조트이다. 아마도 여행의 목적은 그건 것이 아닐까. 편하게 식사하고, 편하게 잠자고, 그래서 나의 몸이 릴렉스 돼 좋은 생각, 건강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리조트가 아닐까. 시에나 리조트에 갔더니 정말 편하게 먹고, 자고, 놀다 왔다란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에나 리조트에서 추구했으면 하는 세 문장을 “GOOD EAT” “GOOD SLEEP” “GOOD PLAY”로 정했다. 편한 레스토랑과 편한 객실, 편한 인피니티 풀장을 꼭 계획하고 싶다.

리조트는 누군가에게는 아늑한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지만 또 건축가에게는 수만 번의 고민과 스케치가 녹아 있는 예술 작품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리조트에서 고객들이 가장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인가.

가족들과 연인들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제주, 그리고 더 시에나만의 공기를 느꼈으면 한다. 바로 그곳이 플라자이다. 또 리조트 맨 앞에 작은 노을 정원이 있다. 나무들이 우거진 산책 코스를 지나면 나오는 아주 작은 정원이. 시에나 리조트를 계획하고, 설계하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공간은 바로 플라자이다. 그 플라자에서 정말 다양한 더 시에나 리조트만의 문화가 태어날 것이다.

이탈리아의 오래된 도시들처럼 플라자(광장)를 배치한 것인가.

유럽의 어느 오래된 도시를 가도 광장을 마주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각 마을마다 마당이라 부르는 곳이 있지 않나. 유럽의 광장은 많은 역사적 사건과 이벤트가 벌어진 장소였다. 더 시에나에서도 방문객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넒은 광장에 모여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더 시에나만의 문화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광장을 계획했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따뜻한 태양광을 느끼고, 어린아이와 부모가 함께 뛰어다니고, 넓은 계단에 앉아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연인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더 시에나의 고객이 한 번쯤 관심을 갖고 살펴봤으면 하는 건축 포인트는 무엇인가.

리조트에 도착하면 기둥 열주가 첫인상처럼 고객을 맞이할 것이다. 그곳을 지나 리셉션으로 들어간 다음 인피니티 풀장 앞으로 나오면, 리조트 전경과 멀리 서귀포 앞바다가 펼쳐진다. 제주의 바다와 마을 그리고 자연이 한눈에 담을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마지막으로 더 시에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오직 하나(ONLY ONE)”라고 표현하고 싶다. 좋은 자연, 아름다운 풍경, 집 같은 편안함, 맑은 공기 등 오직 이곳에서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기에 온리 원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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