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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사찰 함양 벽송사, 자그마한 경남절 함양여행

세상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앞으로의 세상 언젠가는 특정 좌표를 입력하면 곧바로 내가 특정 좌표 지점으로 순간 이동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특정 목적지를 생각한다 하더라도 중간의 여러 곳을 거쳐가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원을 출발해 지리산 자락의 달궁야영장을 거쳐 성주로 향하는 길에 들러가는 곳이 경남함양.

혹시 그곳에 알려진 경남사찰이 없을까 궁금해서 지도를 찾아봤다. 함양 벽송사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예쁘장한 경남절이라는 글이 보이기에 예정에 없던 함양여행 장소인 벽송사로 향했다.

벽송사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광점길 27-177

경남사찰 벽송사.

어젯밤부터 쏟아지던 빗줄기가 잦아들었지만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니기에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마치 동네 마실 나온 사람처럼 설렁설렁 경내를 걷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경상남도 민속문화재인 함양 벽송사 목장승 보호각이다.

장승을 보호하는 보호각이기에 장승각이라 부른다.

보호각 안에는 2개의 목장승이 보인다.

장승이란 나무나 돌에 사람의 얼굴 모양을 새겨 마을 입구나 길가에 세워놓은 것을 말한다. 이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거나 사찰이나 지역 간의 경계표, 이정표 등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민속문화재가 되기란 흔치 않은 것 같은데도 민속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다.

함양 벽송사 목장승은 본래 몸통이 절반가량 땅속에 묻힌 채 사찰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이를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현재는 장승각에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왼쪽의 머리가 불에 탄 장승은 경내에 잡귀의 출입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여 금호장군이라 하고 오른쪽의 장승은 불법을 지키는 신이라 하여 호법대신이라 부른다.

제작 연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으나 구전에 의하면 일제 강점기 초에 세워졌다고 하며 목장승으로서는 드물게 시대가 오래되었고 눈, 코, 입이 과장되게 표현되긴 했으나 순박한 인상을 주기에 무서운 듯하면서도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순수 조각 수법이 돋보인다.

경남사찰 벽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 소속 사찰로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고려 말이나 조선 초에 창건되었으므로 추정하고 있다. 벽송사는 크게 3단 구성인데 가장 밑단에는 양쪽으로 쌍둥이 당우가 위치하고 있는데 오른쪽은 청허당(淸虛堂), 왼쪽은 안국당(安國堂)으로 요사채다.

두 당우 모두 정면 5칸 측면 2칸, 팔작지붕 당우다.

3단 중 가운데인 2단에는 수행공간으로 벽송선원(碧松禪院)이라 부르는 수행 선방이 아닌가 싶은데 맞는지 틀리는지 정확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라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의 짐작을 해본 것이다.

현판에는 지리산 벽송사(智異山 碧松寺)라 적혀 있다.

왼쪽으로 2층 누각 형태의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당우는 간월루(看月樓)라 하고 그 뒤쪽 정면 4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당우는 아마도 스님들이 기거하는 승방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니면 뒤쪽의 맞배지붕 당우가 벽송 선원인가? 한 단을 올린 뒤쪽의 당우는 산신각과 원통전이다.

산신각(山神閣)은 말 그대로 산신을 모시는 전각을 의미한다. 사찰에 따라서는 산령각이라고도 부르는데 이곳 경남절 벽송사에서는 현판에 산신각이라 적혀 있다. 산신과 더불어 칠성신과 독성을 함게 모실 경우에는 삼성각(三聖閣)이라 부른다.

원통전(圓通殿)이 보인다.

관음보살이 주원융통(周圓融通)하게 중생의 고뇌를 씻어주는 분이라 하여 원통전(圓通殿)이라 부르는데 일반적으로는 관음전(觀音殿)이라 부른다. 원통전이라 부르는 경우는 대웅전처럼 해당 사찰의 주불전(主佛殿)일 때다. 그렇게 보았을 때 이곳 경남사찰 벽송사의 주불전은 관음전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원통전이라 이름하는 것 같다.

종각이 보이는데 범종의 크기가 조금 작아 보인다.

1520년에 벽송(碧松) 지엄(智儼)이 이곳을 중창하였다는 사료가 있는바 최초 창건된 이후 한동안 폐사로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정되며 1704년부터 환성(喚惺) 지안(志安)이 중수하면서 부속 암자가 10여 곳이 될 정도로 번성하였고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에도 불구하고 선불교의 명맥을 계속해서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빨치산이 잠시 벽송사를 야전병원으로 사용하자 국군에 의하여 방화되어 완전히 불에 탔다.

현재의 경남절 벽송사는 비구 구한(久閒)이 1960년부터 절의 위치를 50m쯤 내려 현재 위치에 중건했다.

전반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조용하고 예쁜 사찰이란 생각.

함양여행 중에 우연하게 마주한 마음에 드는 곳.

위로 보이는 단에 가려 안 보이는데 1520년에 건립한 함양 벽송사 삼층석탑(咸陽 碧松寺 三層 石塔)이 있다. 보물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인데 사전 공부도 없이 방문한 상태인데다 별도의 안내 문구가 없어 직접 볼 수가 없었다. 추후 함양여행 시 꼭 직접 볼 생각이다.

위쪽의 성벽처럼 둘러친 곳은 벽송사의 옛 절터이며 그 아래 높다란 나무가 보인다.

이름하여 도인송(道人松)이라 부르며 수령이 300년 이상 된 소나무로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해 보인다.

도인송 둘레에 만들어 놓은 데크 위로 올라섰다.

도인송 둘레 데크에서 내려다보는 경남사찰 벽송사의 풍경이 그림처럼 예쁘다. 이번 함양여행에 보람을 주는 곳.

규모는 작아도 아기자기 잘 꾸며놓은 경남절로 치자면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다음의 함양여행에서도 들러볼 생각이 저절로 든다.

경남사찰 벽송사와 관련한 문화유산으로 삼층석탑과 목장승 외에도 조선 시대 벽송사에서 수행한 고승 경암 응윤의 시문을 간행하기 위해 제작된 응윤 경암집 목판과 벽송사 묘법연화경 목판, 벽송당 지엄 진영 등이 있다.

작고 새로 지은 경남절이라 하기에는 나름의 문화유산이 여럿 있어 들러볼 만한 이유가 된다.

이번 함양여행은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이 오게 됐지만 함양여행을 다시 오게 될 경우엔 여행코스를 짜봐야겠다.

이제 4월 중순인데 주변이 온통 초록이다.

거기에 더해 다 사라지지 않은 구름이 운해가 되어 산자락을 넘나들고 있어 신비롭기도 하다.

경남사찰 함양 벽송사, 자그마한 경남절 함양여행 영상 1분 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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