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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남도음식의 진수, 해남으로 떠나는 미식 여행

라도는 명불허전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맛의 고장이다. 남도음식이라는 명성을 토대로 전라도 각 지역은 저마다 특색 있는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전라남도 해남도 그러하다. ‘땅끝마을’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해남 역시 맛의 본거지다. 해남 음식은 남도음식 특유의 넉넉한 인심뿐 아니라 식재료 본연의 맛을 담고 있다.

땅끝마을의 별미를 즐기고자 해남을 찾았다. 직접 맛본 해남 별미는 생각보다 더욱 특별했다. 한 끼 식사만으로 몸과 마음이 든든해지니, 이 맛을 보러 땅끝까지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땅끝에서 열리는 제철 진미 파티

본격적으로 해남 미식여행을 시작하기 전, 해남의 맛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니 바로 ‘땅끝 제철 진미 파티’다. 땅끝 제철 진미 파티는 해남군과 해남문화관광재단, 농촌신활력플러스추진단이 협력해 해남의 제철 먹거리를 선보이는 행사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기농 농업의 시행 비중이 높은 해남의 신선한 식재료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23일 삼산면 땅끝 유스호스텔 대강당을 방문해 행사에 직접 참여해 해남의 맛을 느끼고 왔다.

해남군이 선정한 2월의 먹거리는 ‘간자미’다. 흔히 간자미를 가오리의 새끼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해남에서는 간자미와 가오리를 다르게 취급한다. 간자미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산란 전인 봄에 가장 맛이 뛰어나다. 특히 단백질, 칼슘 등 영양이 풍부해 관절과 뼈 건강에 좋은 간자미는 성인병 예방, 항암 작용을 비롯한 다양한 효능이 있는 건강식품이다. 주로 생으로 먹거나 양념장에 버무려 먹지만, 겨울철에는 탕으로 끓여 먹으면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간자미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하며 해남군민의 간자미회 초무침 시연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간자미 횟감에 해남의 명물, 해창 막걸리를 버무린다는 점이 다소 생소하다. 농촌신활력플러스추진단 박은하 대표는 “막걸리로 간자미 회의 잡내를 제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양념장에 버무려 완성한 간자미회 초무침은 새콤달콤하고 쫄깃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알록달록한 색감이 눈길을 끄는 연근찰밥부터 해남에서 자란 과일로 만든 찹쌀떡까지,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겨울철 해남에 방문했다면 놓칠 수 없는 별미가 있으니 바로 삼치회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기에 더욱 귀한 음식이다. 도톰하게 썬 삼치를 입안에 넣으면 몇 번 씹을 틈도 없이 녹아버린다. 그만큼 부드럽다.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생선회와 그 식감을 비교하자면 참치회와 비슷하다.



삼치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한 가지는 김에 싸 먹는 것이다. 마른 김 위에 삼치회 한 점을 올린 후 밥은 콩알만큼, 파를 곁들인 양념장은 듬뿍 얹어 싸먹는다. 양념장 대신 묵은지와 함께 싸먹어도 별미다. 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 즈음 나오는 삼치구이도 꼭 먹고 가자.

만원의 행복, 해남 가성비 맛집

미식 여행을 떠나기 전, 의문이 들었다. 유독 화려한 매력이 넘치는 남도 음식 사이 해남 음식만의 개성이 무엇일지 말이다. 이에 대한 답은 해남에 도착하자마자 찾을 수 있었다. 해남 음식은 전국에서 제일가는 푸짐함을 자랑한다. 메인 메뉴 한 가지를 시킬지라도 상 위는 갖가지 반찬으로 빈틈이 없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위해 들른 식당에서 해남의 넉넉한 인심을 맛보고 왔다. 본동기사식당의 갈치백반은 단돈 1만원이다. 단출한 상차림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얼큰한 갈치 조림과 함께 나오는 밑반찬이 상 위를 가득 채운다. 이를 처음 보는 사람은 푸짐함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맛을 보면 또 한 번 놀란다. 전복장, 꼬막무침은 물론 주인장의 손맛이 담긴 각종 반찬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해남에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해남 8미(味)를 지정했다. 산채정식, 보리쌈밥, 닭코스 요리, 삼치회, 생고기 등 해남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들로 구성돼있다. 화려하기보다 수수하지만, 해남군민의 넉넉한 인심이 곁들여진 각 음식은 오히려 매력이 넘친다.

해남에서 건강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다면 보리쌈밥만한 음식이 없다. 대흥사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해남 웰빙음식촌은 보리밥과 산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늘어선 구역이다. 보리쌈밥을 해남의 8미라고 말하기엔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곳에서는 1인당 1만원이면 한 상 가득한 정식을 맛볼 수 있다. ‘물레방아 식당’도 그중 한 곳이다.





쌈밥을 시키자 불고기와 여러 쌈 채소가 나왔다. 쌈 채소가 신선해 불고기 하나만 얹어 먹어 먹어도 맛이 좋았다. 곧 이어 멸치, 버섯볶음, 미역, 톳 무침, 젓갈은 물론 형형색색의 각종 나물이 상을 빼곡하게 채웠다. 함께 나오는 보리밥에 각종 나물을 취향대로 넣고 비빔밥을 만든 후 쌈을 싸먹었다. 쌈을 베어 물자마자 입안 가득 신선함이 퍼졌다. 쌈밥 뿐 아니라 도토리묵도 일품이다. 도토리묵 역시 1만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양이 넉넉하다.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하는 도토리묵 한 입에 향긋한 삼산 막걸리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채로운 맛의 향연, 닭 코스 요리

닭 코스 요리 역시 해남 8미 중 하나다. 두륜산 자락에 위치한 해남 토종 닭요리촌에서 이를 맛볼 수 있다. 그중 ‘원조장수통닭’에 방문했다. 닭요리촌에서도 제일가는 역사와 노하우를 자랑하는 곳이라고 한다. 직접 요리를 맛보니 가히 원조라는 말을 쓸 만하더라.





메뉴는 단출하다. 토종닭과 오리 주물럭이 전부다. 닭 코스 요리를 맛보러 온 만큼 토종닭을 주문하면 본격적인 코스요리가 시작된다. 닭 주물럭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닭 회를 먹을 수 있다. 닭고기, 닭모래집, 닭발을 회로 맛보는 색다른 경험이다. 직접 맛보니 쫄깃하고 고소하다. 충분히 익은 닭 주물럭은 매콤하니 자꾸 손길이 가는 중독적인 맛이다. 주물럭을 먹고 배가 불렀지만 요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인 팔뚝만한 크기의 토종닭 백숙과 녹두죽이 남아있다. 닭고기 작게 찢어 녹두죽 위에 얹어 먹으면 맛있다.

영양 만점 간식, 고구마 빵



해남에 방문한 적 없을지라도 해남 고구마를 먹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유독 고구마 맛이 좋기로 유명한 해남에서는 이를 한층 먹기 좋은 간식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고구마 빵이다. 해남 8미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해남을 대표하는 인기 상품이다. ‘더 라이스’가 만든 고구마 빵에는 고구마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다. 빵속에 들어가는 고구마는 모두 가게에서 20여 분 동안 정성스레 구워낸다. 고구마뿐 아니라 앙금을 함께 넣어 빵을 만들기에 고소하고도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당연히 맛과 영양 모두 훌륭하다.

더 라이스는 고구마 빵 만들기 체험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할 경우 생각지 못한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 체험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완제품을 사갈 수도 있다. 고구마 빵 뿐 아니라 감자 빵도 인기 제품이다.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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