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와 함께하는 ‘세계 음식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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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가 300만 가구에 이르렀다.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반려견을 기르는 가구 수는 약 242만 가구였으며 반려묘 가구 수는 약 71만 가구였다. 특히 반려견 가구 수가 반려묘 가구 수의 3배를 훌쩍 웃도는 현황에서 한국인들의 ‘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전국적으로 반려동물을 향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양육 가구 수 확대에 따라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어디든 반려동물과 함께하길 원하는 이들도 자연스레 늘었다.

이에 여러 매장에서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해 반려동물 양육인의 수요를 맞추고 있다. 2020년 기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하트독’에 따르면 전국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식당은 2092개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이는 전국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에 비했을 때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다.

아울러 반려동물 동반 식당은 주로 브런치 등 간단한 식사 종류를 판매하는 곳이 많아 메뉴 선택지가 적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새로운 반려동물 동반 식당을 찾다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식당이 수원에 있다고 해서 다녀와 봤다.

안타깝게도 원래 함께하려 했던 우리집 막내인 푸들 ‘럭키’는 노령성 심장 질환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나와 럭키의 오랜 친구 보더콜리 ‘차차’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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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가 신나서 훌라춤 추는

봉주르 하와이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봉주르 하와이는 하와이안 식당이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야자 나뭇잎 장식이 가득하다.

가게 문을 여는 순간 하와이에 당도한 듯 공기부터 달라진다. 가게 안에 울려 퍼지는 하와이안 레게가 흥겹게 손님을 맞이한다.

가게 곳곳에서 서프보드, 하와이 꽃목걸이 레이(Lei), 하와이 전통 악기 우쿨렐레 등 하와이 기념품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에 반려동물과 함께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인증사진 등신대에서 사장님의 배려가 엿보였다. ‘반려동물 동반 허가 식당’을 고집한 이유가 있냐는 물음에 봉주르 하와이 윤용길 사장은 “반려동물 역시 우리의 가족이 된 지 오래이기에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봉주르 하와이는 개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식당을 찾아주는 이들을 조건 없는 사랑을 뜻하는 ‘알로하 정신’으로 환대한다.

야외석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식사할 수 있으나 줄을 풀어놓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잘 짖는 반려동물일 시 가게 측에 미리 알려주면 더 개인적인 공간으로 안내해 준다고 하니 견주의 근심을 미리 덜었다. 개를 무서워하는 손님이 있어도 공간을 따로 분리한다.

봉주르 하와이는 낮에는 ‘하와이안 뷔페’를 운영한다.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인 1부와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 2부로 나눠 운영한다. 주말에는 1부 시간에만 뷔페를 운영하고 끝낸다.

하와이식 날생선 샐러드 ‘포케’, 아사이베리를 갈아 그 위에 여러 가지 과일을 올려 먹는 ‘아사이볼’, 이민자의 나라답게 일본 주먹밥과 미국 보급 식량 스팸을 합쳐 만든 ‘스팸 무스비’, 장조림과 비슷한 맛이 나는 하와이 전통 돼지구이 ‘깔루아 피그’ 등 하와이 현지 음식을 뷔페 메뉴로 제공한다. 이 밖에도 수프·군옥수수·감자튀김·소시지 등 다양한 곁들임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윤 사장이 단품 메뉴로 가장 추천했던 음식은 ‘하와이안 마늘 새우’였다. 하와이안 마늘 새우는 살이 꽉 찬 새우에 버터와 마늘 양념을 양념해 껍질째 튀긴 요리다. 껍질에 달콤하고 짭짤한 양념이 배어들어 평소에 새우 껍질을 먹지 않는 필자조차 맛있게 먹었다. 달짝지근하게 양념한 밥 위에 갓 튀긴 감자튀김과 새우를 올려 한 입에 먹으니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 많은 음식 중에 왜 하필 하와이 음식이었냐’는 물음에 하와이를 10번 이상 다녀왔다는 윤 사장은 “내가 하와이와 성향이 딱 맞다”고 유쾌하게 운을 떼며 “하와이는 따로 수식어가 필요 없다. 하와이는 하와이다. 나처럼 자유로움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와이의 맛을 나누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02

차차야, 여기가 태국이야!

반 치앙마이 광교

차차와 함께 간 두 번째 나라는 태국이다. 반 치앙마이 광교는 태국 현지 식당과 다름없을 정도로 태국 본토를 연상케 했다. 식당에서 느껴진 태국 현지 감성에는 이유가 있었다. 식당 사장이 태국에서 20년 넘게 거주해 현지인과 견줄 정도로 태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장은 “현지인이 봐도 나무랄 데 없는 태국 식당을 만들고 싶어서 대나무 조명부터 나무 의자까지 태국을 직접 들락날락하며 현지 물품을 공수해 실내를 장식했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반 치앙마이 광교점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야외석이 있어서 차차와 함께 앉아 밥을 먹었다. 야외석에 나무 그늘막을 놓아 여름철에도 시원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다만 반려견과 함께 할 시 목줄·가슴줄 등을 짧게 해 옆자리로 넘어가거나 하지 않게 해야 한다. 각 자리에는 반려견이 언제든 목을 축일 수 있도록 종이컵을 놓아 차차도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반 치앙마이 광교’은 전망도 뛰어나다. 광교 호수공원 바로 맞은편에 식당이 있어서 반려견과 산책 후 방문하기에 제격이다. 야외석에 앉아 호수 위 잔잔한 윤슬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반 치앙마이 광교 주방장은 태국 왕실 요리 학교를 나온 20년 경력 태국인 요리사다. 그 말을 듣고 호기심이 동해 다양한 메뉴를 시켜봤다. 먼저 태국 음식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태국식 볶음국수 ‘팟타이’가 나왔다. 팟타이는 지나치게 달거나 시지 않고 적당히 매콤한 소스가 면발에 골고루 배어 감칠맛이 났다.

다음으로는 필자도 처음 시도해 본 ‘푸팟퐁 커리’다. 푸팟퐁 커리는 튀긴 게를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와 카레로 양념한 음식이다. 반 치앙마이의 푸팟퐁 커리는 구하기 힘든 연갑게를 사용한다. 연갑게는 탈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껍질이 매우 연한 게를 말한다. 여기에 태국 왕실에서 쓰는 카레 가루를 사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태국식 새우볶음밥 ‘카오팟 꿍’도 빼면 섭섭하다. 이곳에서 파는 카오팟 꿍은 태국 쌀과 한국 쌀을 7대 3으로 섞어서 밥알이 날리지 않으면서도 알맞은 정도로 고슬고슬하다. 여기에 특제 비법 소스를 뿌려 먹으면 침샘에서 침이 절로 쭉 나온다.

마지막으로 크게 자른 새우 살을 타피오카 반죽에 넣어 탱탱한 식감이 살아있는 새우튀김 텃만꿍과 파파야 샐러드 솜땀이 나왔다. 솜땀은 태국에서 우리나라 김치 같은 역할을 하는 음식이다. 솜땀은 채 썬 파파야에 매운맛이 나는 태국 고추 프리키누와 라임즙을 버무려 만든 샐러드다. 사장의 추천대로 적당히 기름을 머금어 촉촉한 텃만꿍 위에 솜땀을 얹어 먹으니 비행기 표 없이 공짜로 치앙마이로 여행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올여름 마음 같아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해외로 훌쩍 휴가를 떠나고 싶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비용, 시간 등 현실의 벽이 가로막는다면 반려동물과 버스에 올라타자.

교통비 5000원 안팎으로 국내 이색 음식점에서 해외여행 부럽지 않은 이국적인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다.

글=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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