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책] 조금 느려도 괜찮아…여행자가 조금 특별한 이동법을 선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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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중에서도 어떤 곳을 방문해 어떻게 이동할지는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때 많은 여행자가 선택하는 이동법은 비슷하다. 각종 매체에서 매일 흘러나오는 정보의 홍수에서,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나오는 정보를 따라 움직이면 이동 중 소모하는 시간과 체력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들과 다른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조금 느리거나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새로운 방법을 택해 특별한 가치를 얻고 싶다는 것이 그들이 전한 이유다.

도보부터 캠핑카까지, 이동하는 법도 가지각색이다. 그만큼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도 많다. 인생에서 한 번쯤 이러한 여행을 꿈꾼 적 있다면 주목하자. 조금 다르게 여행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색다른 여행법을 정리한 책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

이정운, 김기현 / 꿈의지도

우리나라 사람들도 즐겨 찾는 유럽 여행지, 이탈리아. 주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이탈리아에서 자동차를 타고 여행한다면 어떨까.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은 제목 그대로 자동차를 타고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엔데믹 시대 자동차 여행을 꿈꾼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두 저자는 이탈리아를 크게 남부, 중부, 북부 세 지역으로 구분해 여행지를 설명한다. 이탈리아 남부의 아말피 해안 여행법, 주요 뷰포인트부터 중부 지역을 대표하는 토스카나 평원에서 들러야 할 명소까지, 핵심 여행지를 보기 쉽게 정리한다. 국내 서적 중 유일하게 이탈리아 북부 지역 하이라이트, 돌로미티에 대해 다뤘다는 점이 새롭다. 돌로미티 주요 산악군과 호수, 고갯길 등 그간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명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렌터카 예약 방법, 보험뿐 아니라 내비게이션 준비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에 따라 일정별, 지역별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타지에서 운전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사람도 자동차 여행에 도전할 용기가 생긴다. 외곽에서 자동차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도심 뚜벅이 여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터. 책은 도심 내 모든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정보도 친절히 알려준다.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신혜정 / 사우

서른셋, 오직 앞만 보고 일하는 삶을 살던 한 여자가 잠시 쉬어가기로 결심한다. 퇴사 후 어떻게 살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 위해 자전거 하나 싣고 중국으로 가는 배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는 1년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튀르키예까지 약 1만 2500㎞를 달렸다.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작가의 자전거 여행 중 만난 사람과 깨달은 점을 풀어낸 에세이다.

자전거로 유라시아 여행을 떠난 작가가 필히 근육질의 프로 사이클러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혼자 힘만으로 여행하고 싶어 자전거를 선택한 평범한 직장인이다. 초등학생 이후로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자전거이기에 작가는 여정 중 이동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여기에 제로웨이스트 콘셉트까지 더해지니 더욱 강도 높은 여행이 된다. 무더위와 배고픔에도 플라스틱 포장된 식품을 사 먹을 수 없으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세계 곳곳의 쓰레기 처리장을 둘러보고 재활용 작업장에서 일하며 쓰레기 절감에 대한 해답을 얻는다.

안전을 이유로 파키스탄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긴 구간을 버스로 이동하면서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버스를 탄 구간은 내게 계속 미지의 공간, 그저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겠구나. 몸에 맞추자면 시간이 갈수록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질 텐데, 계속 포기하면서 부러워만 하고 싶지는 않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을 해나가는 것, 미지의 영역에 들어가 보는 것, 인생에 한 번씩은 이런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 고생, 그 고독, 그 고단함 속에서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을 겪고 싶은 것이다.

-’다 컸어, 파미르도 혼자 가고‘ 중에서

제로웨이스트 자전거 여행이지만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의 일화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환대를 베푸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저자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뚜벅뚜벅 일만 리 도보 여행

권숙찬 / 좋은 땅

‘뚜벅뚜벅 일만 리 도보 여행’은 해파랑길과 제주 올레길 도보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작가는 건강에 이상이 와 쉬는 동안 우연히 걷기에 빠진다. 이때 작가가 도보 답사를 떠난 곳은 동해안 해파랑길과 제주 올레길. 그는 이곳을 걸으며 보고 느낀 점을 글로 생동감 있게 풀어냈다.

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작가가 단순히 길에 대한 설명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담긴 역사를 친절하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해파랑길 1코스에서 신라 말 대학자 최치원 선생의 삶이 녹아있는 해운대의 유래를 알려주고 제주 올레길 1코스에서는 성산일출봉의 역사를 짚어낸다.

특히 역사의 순간과 고비마다 우리 민족과 함께했던 소중한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9페이지

뉴질랜드 캠핑카 여행기

박수진 / 미다스북스

본래 자동차 여행이라는 것은 가는 길 곳곳이 선택의 연속인 법. 길 위에서 동반자의 선택이 궁금했던 한 부부는 뉴질랜드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캠핑카를 타고. ‘뉴질랜드 캠핑카 여행기’는 뉴질랜드에서 캠핑카 여행을 즐긴 한 부부가 경험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작가가 캠핑카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는 제법 단순하다. 예비 남편과 함께 우연히 본 캠핑카 여행 장면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길로 신혼여행 콘셉트를 정한다. 대자연의 국가, 뉴질랜드에서 즐기는 캠핑카 여행. 남들이 휴양지에서 여유로움을 즐길 때, 이들은 광활한 대지 위에서 자유롭게 달렸다. 해외에서 캠핑카를 타고 여행한다니, 모든 순간이 의심의 연속이었지만 작가는 직접 부딪히며 여행을 즐겼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둘이었기에 더욱 용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캠핑 초보가 여행한 이야기이기에 완벽하기보단 서툴고 어설픈 장면이 많다. 하지만 그 자체로 낭만적이다. 당혹스러운 순간마저 유쾌함으로 잘 버무렸다. 그저 이들의 이야기만 넣은 것이 아닌, 캠핑카 여행 입문자를 위한 정보까지 담겼으니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읽어도 좋다. 복잡한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낀다면 책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해보자.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전과는 다른 여행 욕구와 모험 정신이 샘솟을지도 모른다.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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