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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공연 티켓이 2만4000원부터…일주일동안 귀호강,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후기

27일 저녁에 펼쳐진 ‘크리스토프의 생츄어리(Kryštof’s Sanctuaries)’ 공연 

5월 말 일주일 동안 체코에 머물면서 루돌피눔(Rudolfinum) 공연장을 4번이나 방문했다.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조성진 공연만 본 것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온 파리 라디오 오케스트라 필하모닉이 첫선을 보이는 실험적인 연주도 듣고 프라하 탄생 전설을 담은 ‘영광스러운 리부셰(Glorious Libuše)’ 오페라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었다.

# 일주일에 4번, 이브닝 콘서트와 오페라 퍼포먼스 등

볼거리 넘치는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

27일 저녁에 펼쳐진 ‘크리스토프의 생츄어리(Kryštof’s Sanctuaries)’ 공연에서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 미코 프랑크(Mikko Franck)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필하모닉 드 라디오 프랑스가 연주를 선보였다. 무대 중앙에 한국인 콘서트 마스터 박지윤씨도 보였다. 이날 라디오 프랑스는 크리스토프 마라트카(Kryštof Mařatka)가 작곡한 ‘생츄어리’를 초연했다. 크리스토프는 직접 지휘도 했다. 선사 시대 동굴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곡 중간중간 연주자들은 발을 구르고 줄을 뜯고 입으로 소리도 내면서 곡을 완성해갔다. 2부에서는 미코 프랑코가 지휘봉을 잡고 모리스 라벨의 ‘다프니스와 끌로에, 모음곡 2번’과 ‘라발스’를 들려줬다.

27일 저녁에 펼쳐진 ‘크리스토프의 생츄어리(Kryštof’s Sanctuaries)’ 공연. 두번째 줄 가장 왼쪽 사진 속 앞줄 여자분이 박지윤 오케스트라 필하모닉 드 라디오 프랑스 콘서트 마스터다. 

28일 저녁에는 ‘영광스러운 리부셰’ 오페라 퍼포먼스 공연을 관람했다. 평일 화요일 저녁이었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루돌피눔을 찾았다. 유난히 옷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그들에겐 일상적인 풍경이다.

영광스러운 리부셰 

리부셰는 프라하의 영광을 예언한 전설 속의 공주다. 크룩 왕의 막내딸이었던 리부셰는 예지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리부셰는 평범한 농부 프르제미슬(Přemysl)과 결혼했다. 둘이 결혼하면서 8세기에 프르제미슬 왕조가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리부셰는 지금의 비셰흐라드에 서서 프라하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며 “별에 닿을 영광의 도시가 보인다”고 예언하면서 “도시를 건설하라”고 명했다. 리부셰는 프라하 사람에게 있어서 신적인 존재다. 그런 리부셰의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는 체코 사람들에게는 애국심을 예술로 승화한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오페라 퍼포먼스는 정식 오페라 공연은 아니다. 오케스트라단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가수가 지휘자 옆쪽에서 본인 파트에 맞춰 노래를 한다. 무대 뒤쪽을 가득 메운 합창단도 인상적이었다.

영광스러운 리부셰 공연장 풍경 

사실 본 공연 하루 전 오전에 리허설 관람한 리허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드보르작홀 2층 발코니에 자리를 잡고 20분 동안 리허설을 지켜봤다. 중간 쉬는 시간이 지나가고 한 명씩 들어와서 본인 악기 조율했다. 다양한 악기가 각각의 음역대에서 터져나갈 듯 소리를 냈다. 악기만큼 개성 넘치는 차림의 연주자들을 보고 괜히 친근감이 느껴졌다. 지휘자 야쿱 흐루샤(Jakub Hrůša)가 가장 마지막에 등장했다. 일순간 모두가 조용해졌다. 본격적인 리허설이 시작하고 종전의 불협화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본 공연보다 리허설이 더 소름 돋았을 정도로 생경한 경험이었다.

영광스러운 리부셰 오페라 퍼포먼스 리허설 현장. 연주자와 오페라 가수 모두 편한 복장으로 리허설에 임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은 전부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동안 매년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 개막식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흐루샤. 언젠가 개막식 무대에 서서 ‘나의 조국’을 지휘하겠다는 꿈을 벌써 두 번이나 이뤄낸 야쿱 흐루샤“나의 조국 체코의 시작을 담은 상징적인 작품이다”며 “신화적인 오페라 리부셰를 맡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부셰 공연을 보면서 체코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2층 발코니 자리에 3시간 내내 서서 공연을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 열정 넘치는 공연이 끝나자 일제히 모든 관객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관객, 연주자 할 것 없이 모두 감격에 차서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축하했다. 공연장에 있는 동양인은 우리 일행이 유일한 것처럼 보였다. 나이 지긋한 체코 할머니는 도대체 너희는 어디에서 온 사람들이길래 이 오페라를 그렇게 열심히 보고 박수를 보내냐며 말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온 기자다. 프라하를 좋아한다.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를 보러 왔는데 체코 시작의 전설을 담은 리부셰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미리 공부했던 내용을 이야기하자 할머니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앞으로 어디서든 체코 사람을 만나면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와 리부셰 그리고 야쿱 흐루샤 이야기를 해야겠다. 부쩍 체코와 심적으로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서 흐뭇했다.

일상적으로 다양한 공연을 즐기고 음악과 가깝게 살아가고 있는 체코 사람이 부럽기도 했다. 체코가 음악의 나라, 클래식의 고장이라는 건 합리적인 티켓 가격에서도 알 수 있었다.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공연 가격은 대부분 최대 1200~1500코루나(약 7만1000원~8만9000원)을 넘지 않는다. 조성진 공연의 경우 400코루나(약 2만4000원)부터 시작했다.

조성진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었다.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만난 프라하 사람들과 그들이 보여준 음악에 대한 열정은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아 기억될 것 같다.

체코(프라하)=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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