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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돌며 즐기는 코스 요리…보라카이로 떠난 미식 여행


필리핀 전통 음식 카레카레(좌)와 시식(우) / 사진=언스플래쉬

식은 여행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아름다운 볼거리, 색다른 즐길 거리가 있을지라도 맛좋은 음식이 없다면 어쩐지 여행이 조금 허전하게 느껴지곤 한다. 또한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한 나라의 문화 구성 요소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이를 토대로 현재 필리핀관광부는 필리핀의 음식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보라카이 푸드 크롤(Boracay Food Crawl)이 그 노력의 일환이다. 보라카이 푸드 크롤은 미식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관광객들은 푸드 크롤에 참여하는 레스토랑을 돌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푸드 크롤이라는 말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단순히 음료 한 잔을 마실지라도 원하는 레스토랑에서 편안히 마실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다.

필리핀관광부는 코로나 펜데믹이 끝난 후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코로나 19로 피해 입은 보라카이 현지 상인들을 돕고자하는 취지에서다. 이에 지난 9일 보라카이에 방문해 직접 입안 가득 필리핀의 맛을 느끼고 왔다.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화이트 비치 일대에서 즐기는 식사


화이트 비치 바로 앞에 위치한 투시즌스 바엘오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바엘오(BarLO)다. 바엘오는 투시즌스(Two Seasons)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이다. 필리핀 현지인들 사이 맛집으로 유명세를 탄 후, 휴가시즌엔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가볍게 입맛을 돋우기로 했다. 네 가지 치즈 피자(4 Cheese Pizza)와 시즐링 오이스터 시식(Sizzling Oyster Sisig)이 그 주인공이다.


네 가지 치즈 피자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네 가지 치즈 피자는 블루, 체다, 모짜렐라, 파르메산 치즈를 얹어 완성한 피자다. 치즈만을 이용했기에 자칫하면 느끼해질 수 있는 요리임에도 담백한 맛이 강했다. 에피타이저로 맛본 음식이지만 출출할 때에 간식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자에 이어 시즐링 오이스터 시식이 나왔다. 시식(Sisig)은 필리핀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본래 돼지고기가 주재료인 요리이지만 최근에는 닭고기는 물론 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로도 시식을 만든다고 한다.


시즐링 오이스터 시식. 종업원이 직접 달걀 노른자와 굴을 버무려 준다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바엘로 역시 해산물을 택했다. 그중 하나가 시즐링 오이스터 시식이다. 시즐링 오이스터 시식은 뜨거운 기름에 튀겨낸 굴을 소스에 곁들인 음식이다. 요리 가운데에 놓인 달걀노른자를 터뜨려 굴과 버무리면 시즐링 오이스터 시식이 완성된다. 시즐링 오이스터 시식의 장점은 평소 굴을 멀리하던 사람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굴을 완전히 익히면서 생굴의 물컹함 대신 바삭함이, 비릿한 맛 대신 고소함이 남았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맥주 안주로도 시식을 즐겨먹는다고 했다.


써니사이드카페 외관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메인 메뉴를 맛보기 위해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선택한 레스토랑은 써니사이드카페(The Sunny Side Cafe)다. 써니사이드카페는 보라카이에서 소문난 브런치 맛집이다. 필리핀 현지식부터 서양식 음식까지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그중 아도보 보울(Adobo Bowl), 초리조 앤 에그(Chorizo and eggs)를 주문했다.


아도보 보울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움푹 파인 그릇에 담긴 밥 위로 달걀, 바나나, 아도보가 올라간 음식이 아도보 보울이다. 아도보(Adobo)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가정식 요리 중 하나다. ‘양념에 재우다’라는 의미인 이름 그대로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을 간장에 조려 만드는 요리다. 써니사이드카페는 아도보의 주재료로 돼지 뱃살 부위를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돼지갈비와 비슷한 맛이 났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 어린아이도 먹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리조 앤 에그, 밥을 곁들여 먹을 수 있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초리조 앤 에그는 스페인의 소시지인 초리조를 필리핀식으로 요리한 음식이다. 겉보기에는 우리나라의 떡갈비처럼 생긴 초리조를 한입 베어 무니, 짭짤한 소시지 맛이 혀끝을 자극했다. 조금 짜다는 생각이 든다면 탑실록(Tapsilog)을 곁들여 먹자. 달걀 프라이를 얹은 주황빛 마늘 볶음밥이 바로 탑실록이다. 실제 필리핀 현지인들은 아침식사로 탑실록을 즐겨먹는다고 한다.


발리카이에서 판매하는 망고 스티키 라이스(좌)와 망고 플로트(우)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보라카이 푸드 크롤의 마지막 코스는 디저트로 장식했다. 발리카이(Balicay)에서는 일명 망고 밥으로도 알려진 망고 스티키 라이스(Mango Sticky Rice)를 맛볼 수 있다. 새콤한 망고와 쫀득한 밥이 입안에서 꽤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함께 나온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니 달콤함이 배가됐다. 보다 강렬한 달콤함을 느끼고 싶다면 망고 플로트(Mango Float)를 선택하자. 망고 플로트는 망고와 휘핑크림, 연유, 비스킷을 층층이 쌓아 만든 필리핀식 디저트다. 무스 케이크처럼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과일 쉐이크를 판매하는 조니스. 그중 망고 수박 쉐이크를 마셔봤다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열대과일 쉐이크는 동남아시아 여행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묘미 중 하나다. 조니스(Jony’s)에서 시원한 쉐이크를 마시며 더위를 떨쳐냈다. 조니스는 멕시칸 레스토랑인 마야스(Mayas)와 함께 운영 중인 카페다. 마야스에서 식사하지 않았을지라도 조니스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조니스는 과일 쉐이크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망고, 수박, 파인애플을 갈아 만든 다양한 과일 쉐이크는 물론 바나나초코, 바나나오레오, 바나나 땅콩버터 등 이색 메뉴도 여럿 있다. 망고 수박 쉐이크를 들이키니 피로와 무더위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니스가 보라카이의 환경정책에 발맞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회용 빨대 대신 천연재료로 만든 빨대를 제공하고 있었다. 쉐이크를 내주던 점원은 “식용빨대이기에 먹어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보라카이 곳곳에서 즐기는 맛의 향연


보라카이를 대표하는 쇼핑몰인 디몰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특정 프로그램으로 필리핀 음식을 접해도 좋지만, 즉흥적으로 맛보는 현지 음식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다. 특히 보라카이를 대표하는 쇼핑몰, 디몰(D’Mall)은 각종 기념품을 구입하기 좋은 장소일 뿐 아니라 보라카이의 맛을 느끼기 좋은 곳이다.


디몰 내 코코마마에서 판매하는 코코넛 아이스크림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그중 한 곳이 코코마마(Coco Mama)다. 코코마마는 코코넛 아이스크림 가게다.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곳은 항상 가게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코코마마의 대표메뉴는 망고 코코넛 아이스크림이다. 코코넛 껍질을 그릇으로 삼아 아이스크림을 담고 코코넛 과육, 망고를 토핑으로 곁들여 제공한다. 열대과일을 보다 시원하게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에픽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레스토랑 에픽(Epic)도 디몰 내 맛집 중 한 곳이다. 시식, 아도보와 같은 필리핀식 요리는 물론 피자, 버거 등 서양식 음식도 많다. 특히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깔라마리, 굴 요리가 일품이다.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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